대전 월드컵경기장,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진성당 신자도 참가 신청 기쁨과 감동의 순간 맞아
“강진의 화합으로 승화되어야”
강진성당(주임신부 김정현)신자 109명은 지난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2시에 출발했다. 이날 참석한 신자들은 이미 두 달 전에 참가신청을 마친 상태였고, 당일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여 김정현 주임신부는 65세 이상 어르신에게는 건강주의 상 참가 지향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한하여 이틀째 되는 날이다. 이곳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집전되는 대전 월드컵경기장 주변에는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모여든 신자들이 각기 앞장선 신자의 피켓을 따라 줄을 지어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천국 문으로 들어가는 표를 가진 사람들의 행렬처럼 모두의 얼굴에는 기쁨과 감동의 표정이 역력했다. 참가자들은 새벽에 출발하여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상태인데도 서로 어디서 왔느냐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등 경기장 주변은 들뜬 분위기다.
월드컵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검문검색이 철저했다. 이미 각 성당에서 이름표를 작성하여 목에 걸었지만, 1차 경기장 밖 검문대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찍힌 티켓을 일일이 확인 했다. 2차로 경기장 입구에서 티켓과 신분증을 확인하였고,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으면 즉시 신분을 파악하는 절차를 마친 뒤 안으로 들여보냈다. 이어 경기장으로 들어서자 다시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많은 봉사자들이 반가운 얼굴로 지정된 생수와 종이모자, 미사 진행 책자 그리고 노란색 테두리가 둘러진 흰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손수건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밝게 웃는 교황님의 얼굴과 함께 ‘당신과 함께 예수님을 따릅니다!’ 라는 글이 쓰여 있다. 강진성당 신자들이 각자 지정된 표를 가지고 좌석을 찾아 앉으니 새벽 5시 반경이 되었다. 강진성당 신자들의 좌석은 미사집전 제대 왼편에서도 아래편 좌석이어서 그런대로 좋은 좌석이었다. 미사가 열리는 시간은 10시 30분이니 앞으로도 5시간이 더 남았다.
경기장 운동장에 놓여진 의자와 지정좌석까지 가득 채운 인파는 5만여 명이다. 이날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는 가톨릭의 4대 의무 축일 중 하나다. 성모마리아가 지상에서의 생활을 마친 뒤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로 올라갔음을 기념하는 날로서 예수 그리스도가 참 하느님이며 참 사람임을 선언하고, 이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낳은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테오토코스)라고 천명하며 공경하는 대축일이다. 따라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에서 신자들과 함께 하는 첫 공식 일정인 이날 미사는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축복이고 의미 있는 은총의 날인 것이다.
회색 구름과 잿빛구름이 뒤엉켜 금방 가랑비라도 내릴 것 같은 날씨는 그러나 초가을 날씨처럼 시원했다. 이른 새벽이지만 좌석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피곤함보다는 설렘의 표정이었고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미사 예식 노래를 합창하기도 했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대전 가톨릭 소년소녀 합창단의 공연, 가수 인순이와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이 이어졌다. 9시쯤 가수 인순이씨가 자신의 곡 ‘거위의 꿈’, ‘우산’, ‘친구여’ 3곡을 열창했다. 이어서 세계적인 소프라노 성악가 조수미씨가 순백의 롱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조수미씨가 바흐-구노의 '아베마리아'와 엔리오 모리코네의 '넬라 판타지아'를 부르는 동안 월드컵경기장은 그녀의 환상적인 목소리에 감동과 감탄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평소 보기 힘든 가수 인순이의 공연 및 조수미의 무대를 통해 참가자들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다리는 기쁨의 물결은 한층 고조됐다. 이날 두 사람의 식전공연은 가톨릭 신자로서 함께 했다는데 큰 의미와 감동을 안겨 주었다. 조수미씨가 부른 노래 넬라 판타지아는 남미대륙에서 순교한 예수회 선교사들을 그린 영화 ‘미션’의 주제곡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이므로 노래 선곡에 의미를 두었다는 평이다.
사회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애초 헬기를 타고 이곳에 오기로 예정되었으나 KTX를 타고 오고 있다는 말을 전했으며, 사회자의 안내대로 ‘비바 파파(교황만세)’ 라는 함성은 계속해서 경기장에 메아리쳤다. 10시 10분 경 경기장 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교황이 경기장 밖에 있는 수많은 인파들 속에서 지붕이 없는 희색 승용차 위에서 어린 아이같은 방긋 미소를 하고선 다가오는 모습이 나타나자 경내는 뜨거운 열기로 일렁거렸다. 경기장 내 사람들은 일제히 교황이 언제 나타날까 경기장 입구로 집중되었고, 교황의 차량이 지나갈 통제선 부근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자 빨간색 셔츠를 입은 경비원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줄지어 늘어섰다. 대형 스크린에서 보이는 교황은 경기장 밖에서도 몇 번을 차에서 내려 어린아이에게 가벼운 키스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면서 예정보다 시간이 지체되었고, 교황의 ‘낮은 행보’의 움직임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드디어 교황의 차량이 경기장으로 들어서자 경기장 내 사람들은 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을 흔들며 ‘비바 파파’로 연호했다. 교황의 차량이 경기장 주변으로 천천히 돌았고 교황은 환영하는 관중석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감사와 축복의 손을 흔들어 응답했다.
교황의 차량이 경기장을 한 바퀴 돌 때까지 ‘비바 파파’의 외침과 함께 손수건의 물결은 환상적인 파노라마를 만들며 환희와 감동의 순간이 연출됐다. 이어 엄숙한 미사의 시간이 시작되면서 교황은 ‘목장’이라 부르는 십자가 모형의 지팡이를 집고 행렬의 맨 끝에 서서 제대 위로 올라섰다. 이때부터 교황의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이날 신자들은 교황과 함께한 성모승천대축일미사를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귀담아 들었다. 강론의 핵심은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기를 빕니다. 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빕니다.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빕니다. 고귀한 전통을 물려받은 한국 천주교인으로서 여러분은 그 유산의 가치를 드높이고, 이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하여야 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였다. 또 교황은 또 삼종기도 중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하여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국가적인 대재난으로 인하여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말했다. “주님께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당신의 평화 안에 맞아주시고, 울고 있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며, 형제자매들을 도우려고 기꺼이 나선 이들을 계속 격려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서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되었으니,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며 세월호 침몰 사건의 유가족들에게 특히 아픔을 함께 하고 위로의 내용을 전했다. 미사는 평화의 인사, 본기도, 강론, 사도신경, 봉헌, 성찬기도, 영성체 예식, 환영사, 삼종기도 등으로 진행됐다. 이어지는 미사집전 동안 하늘에서는 구름이 점점 거두어지고 성찬의 전례가 이어지던 12시경에는 월드컵 경기장 위로 붉은 해가 솟아올랐다. 미사의 마침예식에서 교황의 강복이 있었고, 교황의 행렬이 제대위에서 사라지자 경기장 내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정돈하고 다시 자신들의 행렬을 찾아 내려갔다.
이날 강진성당 신자들을 인솔했던 곽종환 사목회장은 “천주교 신자로서 이보다 더 큰 기쁨의 날은 없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했던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는 우리 신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것은 물론이고 교황님의 메시지대로 우리나라가 평화와 화해로 이어지는 사랑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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