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지역적인 것이 곧 가장 세계적인 것’
강진군 녹색문화대학 농업CEO, 농촌관광 수강생 60여명이 지난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2박3일 동안 현장체험을 다녀왔다. 이번 현장체험은 도농 교류를 통한 농촌관광 활성화 및 지역경제를 이끌어 갈 농산물의 차별화를 위한 전략 모색 일환으로 제주도로 향했다.
첫날 방문한 제주시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도 우리 강진농업기술센터처럼 농업인들에게 선도적 기술보급과 교육에 힘쓰고 있는 점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유는 전국 농업기술센터의 규모 중 10위 안에 드는 꽤 넓은 면적으로 총 4만5천 평의 대지에 다양한 제주의 농산물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노랑 빨강 맨드라미꽃들이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든 것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어 인상 깊다. 그리고 이곳 면적 중 1만5천 평에 선인장 재배시설 및 가공시설이 되어 있다. 선인장 전시관에 들어서니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신기한 선인장들이 가득 차 탄성이 나온다. 작은 선인장들이 모래에 떨어져 막 뿌리를 내리는 것부터 키 큰 선인장들의 우람한 모습, 그리고 특이한 모습의 선인장 때문에 한바탕 웃곤 하지만, 쇠바늘처럼 강하고 날카로운 가시들에 몸이 움찔움찔 거리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선인장의 종류는 2,000여종이라고 하며, 이곳에 전시된 선인장이 500여종 된다니 희귀한 선인장들 구경은 딱 이다. 그런데 그것들을 구경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 바로 농업기술센터다. 이곳에서는 각종 선인장을 이용하여 식용, 약용 등 제주도의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재배기법 및 가공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이곳에는 제주시에 맞는 150개의 작물을 시험하는 묘포들이 있다. 각 지역마다 토양에 맞는 작물들이 있는데, 제주도에서 특히 많이 나오는 작물이 마늘이라고 한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농토 중 1%의 농토면적이다. 그중 마늘 재배 면적은 전국의 9% 정도이며, 이곳 서부지역에서 82%가 생산된다고 하니, 많은 생산량이다. 따라서 이곳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는 마늘작목을 비롯하여, 제주에서 주로 생산되는 양배추, 브로콜리, 콜라비 등의 생산기술을 농업인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교육을 시킨다. 농업인들에게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학생이 공부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농업인들의 작목변화는 주변 관광지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 속에 있다는 이곳 관계자의 말처럼 농업인들의 작목이 곧 관광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밀감이다. 밀감 종류도 크기도 생김새 맛 등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제주도의 특산품인 밀감을 이용한 많은 가공식품이 나오듯이 우수한 밀감 생산을 위한 기술 보급 또한 항상 진행형이다.
둘째 날 환상 숲이라는 곳을 견학했다. 곶자왈이라고 불리는 이곳 지명이 생소하다. 곶은 숲이고, 자왈은 가시덤불을 뜻한다는 주인 이형철씨의 설명이다. 제주도 전체에 깔려 있는 돌들은 용암이 분출하면서 빠르게 식은 화산석이라고 한다. 구멍이 뽕뽕 뚫린 듯한 이 돌들을 통해 자연을 그냥 그대로 지켜주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듯이 이곳 환상 숲에 들어서면 환상의 세계에 들어선 것처럼 스스로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이 된 기분, 또는 타잔처럼 나무줄기를 타고 이리저리 숲속을 빨리 옮겨 다니고 싶은 충동이 인다. 켜켜이 쌓인 숲의 지형에서 수많은 나무들이 악착같이 뿌리를 내리면서 살아가고, 나무는 그 자리에 서서 감아 올라가는 덩굴들을 온전히 받아주며 더불어 살아가기에 아름다운 환상 숲이 연출되는 곳이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조하는 곳이라는 이곳, 우리나라의 양치식물 80%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나무와 풀, 가시덤불들이 제각기 자기 역할을 하며 정교하게 살아가서, 마치 신의 섭리를 모든 듯 하다” 또 “인간이 자연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주인의 말처럼 또 “생태계는 고리를 서로서로 연결하고 있어 억지로 풀려고 하면 거꾸로 간다”는 말들이 얼마나 고귀하게 들리는지 모른다. 이곳에 오는 관광객들에게 직접 숲 해설을 하는 이형철, 문은자씨 부부의 환상 숲 조성이 신비롭고 환상적인 듯, 두 분의 숲에 대한 한없는 애정이 담긴 스토리 하나하나의 사연 또한 환상적이다. 갈등(葛藤)이라는 단어는 칡과 등나무라는 뜻이라는데, 칡뿌리와 등나무는 서로 얽혀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갈등' 이 되었다고 한다. 어린 꾸지뽕나무의 가시가 아래로 향해 있는 이유는 벌레를 막기 위해서, 큰 꾸지뽕의 가시가 위로 향한 이유는 해가 위에 있기 때문, 줄기와 덩굴들이 생존을 위해 태양을 찾아 뻗어나가면서 또 다른 환상 숲이 계속 만들어지는 곳이다.
오후에는 서귀포 농업기술센터를 견학했다. 한라산이 훤히 보이는 배경아래 꽤 넓은 면적에 많은 작물들의 시험묘포가 있다. 우리가 간 날은 어제까지 감귤 박람회를 한 후여서 아직 철거 정리를 하는 중이었다. 이곳 농업기술센터는 농촌의 넓은 정원을 돌아보는 것처럼 볼거리가 다양한 곳이다. 특히, 오래된 감귤 나무까지 다양한 귤나무들이 하우스 안에 식재 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 귤 따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잘 익고 맛있는 귤을 잘 골라 따는 방법을 터득하며 주어진 비닐봉지에 귤을 따 담고 마음껏 먹어 볼 수 있는 재미가 즐거웠던 곳, 한마디로 체험이라는 것은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느껴야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줄곧 설명을 해준 친절한 기술센터 관계자는 마지막에 한 그루의 나무아래서 “나무가 웃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 분의 말에서 자연에서 주는 생명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느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성읍민속마을이다 서귀포시에 있는 이곳은 살아 있는 제주의 민속을 만나는 곳이라고 한다. 한라산 중산간 지대에 위치해 있고 아직도 제주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실제로 옛 초가집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거주하고 있는 민속촌이다. 돌담과 초가집 옛 가재도구 등이 정겨운 이곳은 입담이 있는 마을의 젊은 아주머니가 구수한 제주말 사투리를 섞어 쓰며 민속촌을 구경시킨다. 옛날 제주도에서 키우던 똥 돼지 작은 우리 안에 중돼지 한 마리가 관광객을 반겼다. 그리고 이 마을에 주산업인 말과 오미자를 이용한 관광상품을 홍보하고 직접 시음을 하게 한 후 필요한 사람에게 구매하게끔 한다. 요즘은 주로 건강식품과 미용제품이 인기가 있듯, 설명을 듣고 나면 꽤 많은 사람들이 상품을 구입하는 모습이다.
제주도가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라고 하듯, 중국인 일본인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실제로 제주도에 중국 자본이 물밀 듯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다보이는 현대식 마을이 새로 조성된 중국인 마을이라고 기사가 말했다. 그렇듯 제주도의 주요 지역 부동산 개발에 중국인들의 자본이 밀려들며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한 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 시내에는 중국인들의 상가가 많이 입점하면서 중국 관광객들이 자국민의 상가로 발길을 돌리는 상황까지 늘어나고 있는 등 제주도의 관광정책 및 환경 문제에 또 다른 심각성이 두드러짐에 따라 대안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실정이다.
이번 강진군 녹색문화대학 농업CEO반과 농촌관광반 수강생들의 제주도 현장 견학 학습은 5개조로 나뉘어 먼저 서로에 대해서 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농촌관광이란 결국 서로서로의 연결로 인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수강생들의 우수한 개인적 역량이 농촌관광 고리로 엮어지기 위해서는 서로를 먼저 알려고 해야 하고, 인정하려고 하면서 보완하여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송경환 지도교수는 “사람이 중요하고, 곧 농촌관광은 일할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며 “사람, 시설, 소프트 그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분석이 필요하고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라는 점을 현장학습을 통해 인식하자”고 말했다.(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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