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선생에게는 다산초당에서 계실 때 한 사람의 부인이 있었는데 딸이 있었다. 부인은 강진군 군동면 석교리 사람인데 정(鄭)씨 부인이라 불렀다”
「남당사(南塘詞)」 16수 시에는 남당포 출신으로 기록
다산 선생이 살았던 시절, 첩을 둔 것은 아무런 흠이 되지 않았다. 오늘 날 일부일처제에서 첩을 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특히 잘 사는 부자의 경우 허다했다.
다산의 전문가 박석무 선생은 다산의 여자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1971년 가을, 전남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2학년 때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란 논문이 석사학위 논문으로 통과된 후, 그 논문을 가지고 강진의 다산초당을 찾았다. 귤동마을에 도착하여 마을의 중앙에 사는 윤재찬 옹을 만났다. 70세 전후의 윤 옹은 밤을 꼬박 세우며 다산에 대한 내용을 모두 말해주었다. 윤 옹은 귤동 마을에서 최고의 한학자인데다 다산에 대해 많은 지식을 지닌 분이었다. ‘다신계’ 18제자 중에서도 학문이 높았던 윤종심의 현손이었다. 윤 옹의 고조할아버지 윤종심은 윤종수라고도 불렸고 동(峒)이라고도 불렸다. 그 분은 초당 주인이던 윤단의 둘째 아들 윤규하의 큰아들이었다. 이런 이유로 고조할아버지의 손자가 곧 윤재찬 선생의 할아버지였으니 아버지로부터 다산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들었고 자신이 한문에 뛰어나 직접 집안에 전해 오는 글이나 다산의 문집을 읽어서 많은 것을 거의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을 떠날 때까지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다산 선생이 다산초당에 계실 때 낳았다는 딸 ‘홍임’에 관한 얘기였다.
그 당시 당신은 갖고 있지 않은 편지로, 예전에 다산 선생이 해배된 뒤 마재에서 자신의 고조부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 제자들인 “자네들이 홍임 모녀를 잘 보살펴 주게”라는 구절이 있는 것을 당신이 직접 읽었는데 어떻게 된 사연인지 지금은 그 편지가 없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분은 다산 선생의 소생 딸이 있었음을 알았고 행여라도 강진군 일대에 다산 선생의 외손이라는 누가 생존해 있지 않을까 군내 일대를 수소문해 보았지만 다산 선생의 핏줄은 끝내 찾을 수 없었노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얘기는 박석무 선생이 밝힌 내용이다.
대하장편소설인 <목민심서>의 작가 황인경 씨는 그 책의 서문에서, ‘조그만 책자에서 다산의 여인관계를 찾아내게 되었다’며 ‘나는 비로소 다산도 인간이었다는 사실에 환희했으며 귀중하게 이용한 사실도 밝힌다.’고 말하고 말했다.
‘다산의 후반생’의 작가 차벽은 그의 작품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살림살이는 어렵고 조정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오지 않는데 반갑지 않은 이들까지 들어앉아 살 계획을 하고 쳐들어왔으니 심사가 대단히 뒤틀렸으리라. 이는 약전 형님네도 마찬가지였다. 부인네들은 모여서 홍임 모녀를 내칠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전의 부인이 나서서 홍임 모와 다산을 설득하지 않았을까. (중략)
설득도 하고 어르기도 하면서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봄이 되어 다산과 큰형이 춘천에 다녀오는 동안 양근의 박생(朴生) 편에 따라 붙여 홍임 모녀를 강진으로 내쫒았다,
정찬주 소설가는 ‘다산의 사랑’이란 소설에서 아예 홍임 모녀의 생활을 묘사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작가와 소설가들이 다산의 첩과 딸인 홍임 모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얘기는 윤재찬씨가 증언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윤재찬씨가 38세 때 윤주채 씨는 72살이었는데, 그런 윤주채 씨의 말을 빌리면 다산의 첩이 정씨였고, 태생이 군동 석교임을 증언하였다. 이 기록은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조선의 차와 선>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다산이 지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남당사」16수에는 다산의 첩이 남당포임을 밝히고 있다.
남당포 물가가 바로 저의 집이것만
어찌하여 귀의하여 다산에 머물렀나.
낭군의 사시던 곳 알고자 한다면
연못가에 아직도 손수 심은 꽃이 있다네.
남당의 아가씨가 뱃노래를 잘 불러
밤에 강루 위에서 흰 물결을 희롱하네.
남당사 첫 장과 둘째 장을 볼 때 다산의 부인은 어디까지나 남당포임을 알 수 있다. 사실 남당포는 목리다리 못 미친 곳이므로 군동면 석교와는 그리 먼 곳이 아니다. 그러므로 석교 출신인데도 남당포로 표현했는지, 남당포인데 석교라 말하고 있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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