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2021년 우직한 흰 소띠해의 마지막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막바지 송년을 앞두고 추위가 전국을 강타하며 눈보라와 매서운 영하 15~20도를 오르내리며 온몸이 꽁꽁 얼어 붇고 있다. 이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던 한해를 접으며 엄청난 코로나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많은 고통을 당해야 했던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그리고 종교인이나 직장,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온통 세계의 하늘길조차 끊겨 엄청난 수난이 2년이 넘어서도 끊이질 않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장되며 아직도 계속되며 죽어가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조차도 없다.
과거 1348년 여름 최초 피렌체에 흑사병이 돌기 시작 이후 당시 유럽 인구 약 1억 명 가운데 25%인 2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 인간의 무력함을 고백했었다. 흑사병은 공포 그 자체였다.
흑사병의 대유행을 끝낸 것은 기도가 아닌 방역이었다. 한마디로 흑사병은 중세 봉건체제가 무너지고, 신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사람 중심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이때 르네상스가 태동하며 동시에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같은 과학자들이 우주를 바라보는 근원적 시각 자체를 바꿔놓았다.
이후 1918년 초여름에 당시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병영에서 독감 환자가 나타나면서 사망자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스페인 독감으로 급속도로 번지면서 치명적 독감으로 발전했다.
이후 30일 만에 2만4천 명의 미군이 독감으로 죽어갔다. 이어 50만 미국 시민이 사망했다. 1919년 봄엔 영국에서만 15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후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스페인 독감으로 감연자 700만 명 가운데 14만 명이 사망했던 기록이 남아있다. 이런 바이러스는 끝없이 변하고 있다.
과연, 현대과학이 이런 인간의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은 아직도 의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생존하는 한 영원히 극복할 수 없을 것이란 답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어려웠던 날들은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나 지금 이후 세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설령 코로나 전염병 상태가 크게 진정된다 해도 인류가 출현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전염병은 앞으로도 인류의 운명과 함께할 것이며,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인간의 역사에 근본적 영향을 미치는 매개변수이자 결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세상도 늘 지나며 다시 열리고 있다. 그래서 이젠 캄캄한 밤에서 화창한 아침이 다시 열리듯 세상의 아침도 어김없이 임인년 새해 2020년을 맞는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3월 9일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새날의 밝음과 올바른 지도자를 뽑도록 다가온 날들로 새 희망과 용기가 용솟음치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기 위해 떠나보내는 아쉬움인 송년회의 그 의미는 새날의 기쁨과 사랑을 그리고 행복을 함께 더 잇자는 깊은 뜻도 숨어 있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며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도 크지만, 새해를 맞는 기쁨 또한커 자신만의 소원성취로 이룩되길 기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러시아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긴(1799~1837)이 남긴 시를 세계인이 애송하고 있듯 필자도 옮겨 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세상 사람들이 사는 저마다의 방식이 크게 다를 바 없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에 겨워 사는 것이고, 불행한 사람은 불행한 마음가짐에서 오는 것이듯 생각의 차이에서 살아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세상을 즐기는 것이고, 불행한 사람은 불만족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 불만족 속에는 욕심이 마음 깊이 숨어 있어 좀체 버릴 수가 없어서다. 돈이 좋은 사람은 돈을 위해 사는 사람이고, 일이 좋은 사람은 일의 만족에 사는 사람이고, 그저 노는 것이 좋아 놀기 위해 사는 사람, 그같이 사람들은 저마다가 무엇을 하든지, 하여튼 사는 재미에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젊음도 잠깐이고 늙음도 잠깐이다. 재깍재깍 흘러가는 사간을 잡아 놓을 힘이 인간에겐 없다. 그저 가고 있구나! 라고 인식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진정, 더 나이가 들기 전에라도 순간순간 소중하고 의미 있게 꼭 해야 할 것을 하고 보내 야 한다.
아무리 시간이 자신의 것이라 해도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만은 너무 이기적(an egist)이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 그것은 사랑과 봉사다. 정말 서로를 사랑하며 남을 위해 좋은 일한다는 정신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사랑이야말로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고, 교만이나 무례하지 아니하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기에 진리와 함께 참고 기뻐하는 것이다.
일본에 유명했던 <이큐 스님>(우리나라 원효스님에 비교)은 “걱정은 다 지나가는 바람이다.”‘ 세상살이 걱정근심이야 없을 수 없지만, 나를 힘들게 하고 때로는 삶 자체를 파괴한다. 근심 걱정은 마음의 작용일 뿐 해결의 실마리는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근심한다고,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된다. 치러야 할 일은 치러야 한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어쩌면 지금 걱정할 일조차도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 지나고 나면 우습게 여겨진 일로 노심초사하며 몸까지 힘들게 하는 것이다. 걱정은 피를 말린다.(필자의 2020년 저서 물처럼 바람처럼 살리라208쪽)고 썼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영원할 것 같은 시련도 시간이 지나면 결말이 나듯 비는 그치기 마련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삶의 수많은 상처를 받으며 이 한해의 마지막 종을 울리지만, 다시 찬란한 새해는 밝게 뜰 것이다. 비바람은 맞지 않고 자라나는 꽃과 나무는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길에 수많은 비와 바람이 다가온다. 때로는 비바람에 가지가 꺾어지듯이 아파할 때도 있게 마련이다. 그 아픔으로 인해 꽃과 나무는 더 곱고 단단해짐을 알게 된다.
내가 기진한 때의 아픔으로 인생은 더 깊어지고 단단하게 될 것이다. 비와 바람은 지나가는 한 때임을 생각하자. 그 비바람을 견디고 핀 꽃이 더욱더 아름답듯 우리네 인생도 사는 게 매번 아픈 게 아니라 아름답게 피어나는 그런 날이 더 많을 것이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듯 정치판이 아무리 요동쳐도 새해의 임인년(壬寅年) 범띠 해는 어김없이 떠올라 잘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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