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성전면 월남리, 월출산 경포대로 향하는 길목에 월출산 다향산방이 자리하고 있다. 이한영 생가, 다향산방 이라는 간판 중앙의 큰 글씨와 더불어 우리나라 최초의 녹차상표 “백운옥판차”라는 작은 문구가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백운옥판차는 도대체 어떤 차일까. 안으로 들어가 주인을 만나보지 않고는 이곳을 쉽게 지나지 못하는 이유다.
이곳의 주인은 이한영 선생의 증손자 이효명, 조귀자(66)씨 부부와 두 분의 장녀 이현정(42)씨다. 우리나라 야생녹차를 상표화하여 유통하기 시작한 이한영씨의 후손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야생녹차의 맥을 찾게 된다. 강진군에서는 2011년 11월 18일 이한영 선생의 차산업을 기리는 차원에서 생가를 조성하였고, 백운옥판차는 강진야생차의 대를 잇는 상표다. 백운옥판차라는 상표는 이한영 선생이 일제강점기 우리나라가 국권을 읽은 험난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상표했다는데 큰 의미를 남긴다. 백운옥판차는 성전면 백운동 월출산의 한 봉우리인 옥판봉우리 부근에서 차를 채취하여 상품화하면서 붙여진 최초 상표로서 사라져가는 국산차의 전통을 지켰다. 따라서 이한영 선생은 우리나라 근대 차역사의 초석을 마련한 분이다.
처음부터 이곳 다향산방을 운영해온 조귀자씨는 “1972년 시집왔을 때부터 제다를 배웠다”며 “시부모께서는 해마다 차를 주위분과 나눠먹었으며, 도회지 친척들과 사돈 등, 만성두통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보내곤 했다”고 말했다. 이와같은 가정의 제다풍습이 대를 이어 자녀들에게 전달되면서 지금은 딸 이현정씨가 어머니와 함께 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가고 있다.
이현정씨는 광주에서 생활하면서 조상들이 해온 제다를 알기위해 차 관련 학회나 다례원 등을 찾아다니며 청강해오다 13년 해온 영어교사를 그만두고 차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목포대 국제차문화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는 공부를 새로이 시작한 것도 이한영 선생이 추구해온 차 산업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일념이다. 이씨는 “차에 대해 공부하면서 내적 성장도 하지만, 백운옥판차를 재정립하고 세상에 알리는 데는 객관적으로도 인정받을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한영 생가 복원으로 재출발한 월출산 다향산방의 ‘백운옥판차’는 강진 차산업 발전에 큰 계기를 마련했다. 어머니 조귀자씨와 딸 이현정씨가 대를 이어가는 백운옥판차는 역사적 스토리를 가진 강진 최고의 특산품으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이현정씨는 “차 맛도 중요하지만, 백운옥판차는 소장용으로도 가치성 있는 중요한 역사적 맥을 지닌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여러 문헌에서도 증명되고 있지만, 일제강점기였던 1939년 일본인 이에이리 가즈오가가 집필한 ‘조선의 차와 선’ 이라는 책에서는 이한영 선생이 사용했던 ‘백운옥판차’ 상표와 뒷면에 넣었던 매화나무까지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어 선생의 차에 대한 강한 집념에서는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1868년에 태어난 이한영 선생이 만들어낸 전통그대로의 우리 차 맛, ‘백운옥판차’는 조귀자, 이현정씨 모녀의 손을 통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현숙 기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