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청룡 우백호, 주산, 안산, 입수 등 명당의 요소 고루 갖춘 곳
5정보 문중산에 편백나무 20만 그루, 탐진만과 강진읍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
풍양조씨 상장군공파의 숭조당이 천하명산 비파산 정상부에서 곧장 내려온 동남쪽 낮은 기슭에 둥지를 튼 것은 2006년 11월이다. 강진읍 봉덕, 칠량, 작천, 장흥, 군동 신리와 금곡 등 6곳에서 시향을 지내야하는 번거로움을 떨쳐버리고 풍양조씨 상장군공파 7세(世)인 한(漢)자 어르신 진사공 할아버지부터 19세(世)인 일원(一元) 달원(達元) 항렬까지 모셔서 한 날 한 시에 합동제사를 지내기 위해서였다.
풍양조씨 상장군공파는 이미 비파산 중턱에 5정보의 야산을 소유하고 있었고, 때마침 정부에서 화장(火葬) 장례를 적극 권유하면서 납골당 건립 지원금 500만원을 지원하는 기회가 있어 200평 정도의 부지에 숭조당을 건립하게 되었다. 숭조당은 250분을 모실 정도의 규모인데 현재는 80분이 모셔져 있고, 후손들의 조상숭배가 적극적이어서 합동제사 때에는 4~50대의 차량이 몰려온다. 주차장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는 바람에 신리 이장인 조광식 후손에게 땅을 기증받아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했다.
숭조당 주변의 5정보 야산에는 편백이 20만 그루가 심어져 있어 풍광도 아름답지만 삼림욕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편백 20만 그루는 강진군에서 조성했고, 간벌도 강진군에서 실시하고 있다. 모두 2~30년 이상의 편백이어서 더욱 그 가치의 효용성은 높다.
이러한 숭조당은 바로 곁에 배롱나무, 주목나무, 동백 등으로 정원이 만들어져 있고, 또 풍양인의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그 쉼터는 10평 크기의 컨테이너 건물인데, 직접 제작기술자가 현지에 와서 만든 것으로 잠을 잘 수 있고,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2007년 조안식씨가 주목나무 20그루를 기증했고, 2009년 조승복씨가 전기시설 및 우물공사를 해주었으며, 2010년 조승옥 전 강진경찰서 경무과장이 금일봉을 건네주어 좀 더 편리하고 아름다운 쉼터가 만들어졌다.
천하길지 숭조당
음택에 있어 양지바른 곳, 더 머무르고 싶은 곳이 명당이다. 산짐승도 전방이 훤히 내려다보이면서 아늑하고 편안한 곳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법이다. 하물며 인간에게 있어서야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숭조당은 먼저 비파산이 주산으로 태조산은 월출산이다. 비파산은 강진에서 보은산과 더불어 명산이다. 그 비파산 정상부에서 날개짓을 접은 것처럼 낮은 산자락에 숭조당은 자리 잡고 있다.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보면 금사봉이 안산 격이고, 만덕산은 조산이 된다. 당연히 탐진강 물이 입수가 되고, 우두봉 보은산과 토끼등이 좌청룡 우백호가 되어 아무리 강풍이 불어도 숭조당은 전혀 바람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더구나 방향이 동남쪽이어서 하루종일 햇빛이 들어오는 그야말로 양지이다.
숭조당을 세우게 된 것은 여러 형태로 흩어진 조상들의 묘를 화장해서 한 곳에 모시기 위한 것으로 첫째, 벌초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수고를 덜 수 있고 실묘(失墓)를 방지할 수가 있어 큰 이점이다. 국토의 훼손을 막는 것 또한 애국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둘째는 일년에 서너 번씩 지내야 하는 시향을 지내지 않아 그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시향을 모시는 것도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지만 요즘에는 자손들이 도회지에 살기 때문에 참석율이 매우 저조해서 솔직히 시향답지가 않다. 셋째는 일년에 한 차례씩 후손들이 모이기 때문에 혈족간의 우애를 돈독히 할 수가 있어 큰 장점이다. 서로 바쁘다보면 만날 기회가 없는데, 합동제사 때에는 한꺼번에 만날 수가 있어 안부도 묻고 정보도 교환하는 등 씨족간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점이다.
관리인 자처한 조경태 군동면 기우회장
관리인을 자처한 조경태(군동면 호동) 군동기우회장은 “날마다 한 번씩은 숭조당에 들려 주변을 둘러본다”면서 “이곳에 오면 우선 공기가 맑아 좋고, 산책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항도 부산에서 살다가 귀농한 것은 1968년 무렵이다. 당시 재부산강진향우회 체육분과위원회에서도 활동을 했다. 군대 때 배운 바둑실력이 아마 4단으로 군동면 기우회장을 맡아 바둑을 가르치고 있다. 하루에 4시간 정도는 바둑에 할애할 정도로 애호가이다.
“숭조당에 모셔져 있는 분은 5대조 내외분만 모셔져 있지만 동생이 앞으로 나머지 조상들을 모실 것으로 안다”고 말하는 조경태 씨는 “사업을 하는 동생이 조상 벌초와 이전 등 관심이 많다”며 “한 분 모시는데 100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앞으로 동생이 알아서 할 것으로 안다”고 동생에 대한 기대가 은근히 컸다.
조경태 회장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유물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벼슬을 말하는 <교지>가 그것이다. 두 장의 교지는 형과 아우의 것으로 8대조 할아버지 형제분이 받았다. 형뻘이 되는 조윤흥 할아버지 교지 내용은 <한량 조윤홍 무과 병과 제삼백팔십안 급제 출신자>라고 적혀 있고, 동생뻘이 되는 조준흥 할아버지 교지 내용은 <한량 조준흥 무과병과 제일백오십오인 급제출신자>라고 적혀 있다. 300년 쯤 보관되어 온 교지이다.
한편 조경태 회장의 아들 조중현씨는 부산외국어대를 졸업한 후 88년에 세무사자격시험에 합격, 부산 LG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고, 문중의 조정권씨(58세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및 신학교 교수) 딸 조애린씨는 영국의 명문대학교 옥스퍼드 법대에 합격했다. 조애린씨의 부친인 조정권 목사는 강진중학교 제21회 졸업생으로 광주일고와 국민대 법대를 졸업했다. 그리고 영국 버어밍엄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중의 조인철 씨의 딸 조서현은 어렵다는 경찰관 시험에 합격해 목포시내 파출소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문중의 이 같은 경사스러운 일은 그 때마다 숭조당 쉼터에 프랑카드를 걸어놓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필자가 숭조당을 방문하던 날, 광주에서 왔다는 조목석씨가 부인과 함께 부친의 기제사를 숭조당 앞에서 지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일년에 한 차례씩 와서 선조님에 대한 합동제사를 여러 문중사람들과 함께 지내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나도 죽으면 이곳 숭조당에 묻힐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에 대한 숭배사상을 이어가면서도 단순히 한 집안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문중 전체가 모여서 합동으로 기제사를 올리고, 결국 자신도 숭조당에 귀천(歸天)할 것으로 여기는 풍양조씨 진사공파의 숭조당은 이 시대의 보기 드문 한 문중의 장례문화 모습이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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