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교회가 속출하는 미국과 유럽
김현철(전 언론인)
지금부터 백여 년 전인 19세기 경 까지만 해도 종교 지도자(성직자 = 교역자)들이 ‘신의 저주’(Curse from God)를 악용해서 신자들을 협박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신자들의 의식 수준이 그래도 될 만한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오늘날과 같이 고등교육을 받은 신자 수가 대부분이고 지식 면에서 성직자보다 훨씬 우수한 신자들이 넘쳐나는 지금에 와서는 ‘신의 저주’를 악용하려 드는 성직자들은 신자들로부터 경멸당하는 세태가 된지 오랬다.
5년 전, 미국 사상 다섯 번째로 큰 '카트리나'(Hurricane Katrina) 태풍으로 '루이지아나'주의 중도시 '뉴올린스'(New Orleans, Louisiana)가 물에 잠겨 1,836명(사망,실종)이라는 엄청난 인명피해와 810억 달라(약 90조원)라는 막대한 재산 손실을 입었다.
그 때, 전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팻 롸버쓴' 목사(80, Pat Robertson,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텔레비전 복음 전도사 중 하나)는 텔레비전 복음 전도 중 "뉴올린스에 살고 있는 '레즈비언 커미디언'(Lesbian Comedian=동성애자 커미디언) 때문에 태풍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방송을 보고 있던 수천만 명의 미국인 시청자들 중 상당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것까지 관여하시는 하나님이라면 그 '레즈비언 커미디언'만 심장발작이라도 일으켜 데려가면 되지 왜 죄 없는 그 많은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느냐? 이 교역자가 제 정신이냐?"라는 반응이었다.
'롸버쓴' 목사의 망발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2005년 11월 '펜실베이니아'주 '도우버'(Dover, Pennsilvania)시민들이 '지적설계'(Intelligent Design, 지적설계를 탐구하는 자들은 '생명'이 지적 존재에 의한 피조물이라는 입장을 취한다. 창조론과 비슷함)를 교육과정에 포함시킴으로써 '도우버'시를 조롱의 대상, 나아가 악명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을 지역 교육위원 선거에서 전원 낙선시켜버렸다.
이에 발끈한 '롸버쓴' 목사는 또 다시 안하무인격인 저주를 퍼부었다. "'도우버' 지역에 재앙이 닥치더라도 신을 찾지 말라, '도우버' 시민들은 방금 '도우버'에서 신을 몰아냈으니 문제가 생길 때 신이 왜 도와주지 않는지 궁금해 하지도 말라. '도우버'시에 문제가 생긴다면 여러분이 방금 '도우버'시에서 투표를 통해 신을 몰아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라.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신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말라. 거기에는 신이 없을 지도 모르니까." 이 때 '도우버'시민 및 미국 기독교인들의 반응은 '실망의 연속' 일뿐이었다.
그 후 지금까지 ‘도우버’시민들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하나님도 이 목사의 말이 잘 못된 것인 줄 아셨기 때문일까?
미국의 유명한 복음전도사(Evangelist)가 이 정도의 수준이니 똑똑한 미국 기독교인들이 실망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래저래 미국과 유럽 등 기독교가 먼저 흥성했던 앞서가는 나라들은 몇 십 년 전부터 기독교 신자가 자꾸 줄어서 교회가 문 닫는 곳이 해마다 늘어 미국의 경우 한국 동포들이 미국 교회를 거저 또는 헐값에 사드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이렇게 신자가 없어서 운영난으로 교회 문을 닫는 경우는 기독교 구교인 천주교 2천년 역사상 그리고 신교인 개신교 4백여 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영국의 경우도 다른 유럽 지역과 마찬가지로 유서 깊은 교회 대형 건물들이 술집(Pub) 간판을 내걸고 있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찍이 기독교 개신교의 아버지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는 종교 개혁 후 신자들에게 "이성은 신앙의 가장 큰 적이다. 그것은 영적인 것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신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모든 것을 경멸함으로 써 신의 말씀에 맞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기독교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성으로부터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그런데 인간이 짐승과 다른 것은 바로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임을 인정한다면 정상적인 이성을 지닌 지성인들로서는 '루터'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성과는 거리가 먼 '롸버쓴' 목사의 계속되는 망발은 '마틴 루터'의 가르침을 충실히 받드는 데서 오는 것일까? 또 이성과는 거리가 먼 이런 교역자들을 원망하는 기독교인들은 '루터'의 가르침을 망각한 저주받을 신자들일까?
조용기 목사가 '우상을 숭배해서 일본에 재앙이 왔다'고 망언을 서슴지 않자 타 종교인들은 물론, 정상적인 기독교인들마저 고개를 옆으로 흔들며 반대 의사를 간접 표현하지 않던가? 과거 2천 년간 만 보더라도 기독교 국가에 자연의 노여움은 언제든지 왔었고 또 앞으로도 온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디 자연재해뿐인가. 2차 대전 당시 영국 런던 교외의 한 교회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연합군의 승리를 염원하는 기도를 바치던 중에 적국인 독일 공군의 폭격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다시 말해 기독교 교회의 기도 중에도 적군의 폭격을 당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교역자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의식 수준이 높아 신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교역자들이 보다 많아진다면 오늘 날 기독교의 쇠퇴현상은 개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 좁은 땅에서 대부분 정부의 인가가 없는 신학교를 통해 2만여 명의 교역자가 해마다 양산되고 있는 현실을 놓고 볼 때 교역자들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보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부도덕한 교역자 및 불교 승려들의 기사가 날로 증가일로에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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