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노래
이윤(광주 북부경찰서장)
노래를 왜 부르는가!
누가 어떤 노래를 불렀더라. 누가 어떤 노래를 좋아했더라. 누가 어떤 노래를 즐겨 불렀다더라. 노래는 한 사람의 모든 일상을 대변할 만큼 위력을 갖는다. 초보 가수가 아무리 좋은 노래를 불러도 히트를 치기란 쉽지 않다. 그와 반대로 이름난 가수가 어떤 노래를 그럴 듯 하게 불렀을 때 그 노래가 가슴에 와 닿는 순간이 있다. 그렇듯 안타깝게 떠난 고인이 즐겨 불렀던 노래라면 더욱더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일상생활 중에 노래를 부를 기회는 많지 않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가 있고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누군가 부르는 노래가 내가 즐겨 부르는 노래와 일치할 때 묘하게 느껴지는 동질감처럼 사람과 사람사이를 소통해주는 것으로 노래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가로막고 있던 벽을 가슴으로 무너뜨리게 하는 사랑의 노래, 사랑의 노래를 많이 부르자. 함께 슬퍼하기도 하고 함께 눈물도 흘리고 때로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쌓이고 쌓인 감정들을 풀어버리자. 이중 삼중의 콘크리트 벽을 확 뚫어버릴 수 있을 만큼 가슴을 후벼 파는 그런 노래를, 서로의 진실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랑의 노래를 많이 부르자. 그렇다고 바쁜 생활에서 노래 부를 시간이 없어 삶이 삭막하다고 한다면 너무나 비약한 발상일지도 모르겠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시도 때도 없이 모든 일상에 노래가 있었다. 우리 고유의 민요는 바로 민중의 노래였던 것이다. 물론 당시도 궁중가요가 있었고 상층가요도 있었다. 하지만 다수의 민중이 불렀던 노래, 그것은 바로 일터에서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혀서 부르는 노래였다. 생활에 필요해서 부르던 잡가가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부르던 들노래가 되고, 베틀노래가 되고, 타령이 되고, 서로의 지치고 힘든 삶을 노래로 위로하며 살았다. 그래서 불합리한 현실을 문제 삼아 풍자한 노래들이 등장하지만 일의 고통을 직접 토로하지는 않았다. <오뉴월에 흘린땀이/구시월에 열매된다/여보시오 지호님네/ 허리잠시 페여보세/ 상사바람에 신명이난다/어럴럴럴 상사데야> 조상들이 논매며 부르던 노래에는 노동의 보람과 즐거움이 나타난다. 곧 부모를 봉양하고 처자를 부양할 수 있는 기쁨을 담아 노래했던 것이다. <오뉴월 삼복더위/배는고파서 등에붙고/목은말라서 불붙었네/구실같은 땀이흘러/목이말라서 못하겠네/에이홍 오홍헤야>후렴에는 익살과 해악으로 현실에 적응하고자 하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
이렇듯 노래에는 기쁨과 희망, 또는 가슴과 가슴을 이어주는 울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어떤 조직이나 대상을 비난하는 노래가 어찌 대중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는가. 그저 상품의 소비를 위해서나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의도성 노래라면 이미 삶의 깊이 있는 문제가 실종된 노래일 것이다. 밝고 건강한 가사가 사회를 얼마만큼 맑고 깨끗하게 하는지 우리는 알아야 하겠다. 노래를 시의 근원이라고도 말한다. 읽을 수 있기 이전의 시란 모두 노래였고 서로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언지(言志)이며 놀이였다. 무심코 들려오는 노래 소리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따라서 흥얼거리게 되는 것 또한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태교를 할 때에도 좋은 음악과 좋은 노래, 좋은 시, 좋은 책을 읽는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이를 위해서도 태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거칠은 가사로 이루어진 노래가 세상을 얼마나 혼탁하게 만들고 서로에게 불협화음을 낳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욕설 한마디가 파장을 낳아 큰 싸움 장으로 변하고 사회의 범죄를 낳게 된다. 개인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자 목소리를 높여 일어선다면 조직이란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다. 천지가 창조되던 때에도 질서가 있었기에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졌다. 신이 철저하게 지킨 질서를 인간이 깨뜨리는 순간부터 고통은 시작되었다. 그만큼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질서가 얼마나 중요한가.
노래를 왜 부르는가?
삶이 각기 달라 좋아하는 노래도 다르지만, 서로의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사랑의 노래를 많이 부르는 것도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기초질서 같은 것 아닐까. 서로의 존재 가치를 소중하게 느끼며 기억하고 힘을 주는 사랑의 노래. 그런 사랑의 노래가 많이 불려질 때 우리 사회에 난폭성은 사라지고 범죄도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넓게 생각해본다. 노래를 잘 하지도 못하고 부를 기회도 없지만, 너무도 쓸쓸한 내 마음을 위로하고파 노래한곡 부르고 싶어진다.
♬언젠가는 너와 함께 하겠지 지금은 헤어져 있어도
네가 보고 싶어도 참고 있을 뿐 언젠가 다시 만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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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네가 있기 때문이야, 널 사랑해.(존재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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