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감사 의혹 감사원 국정조사해야”
청탁성 압력 행사한 ‘지역 정치세력’ 실체 규명 시급
“강력한 정적(政敵)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누군가가 이번 사태를 기획했다”
베일에 가려졌던 여러 의혹의 ‘실체적 진실’ 모두 밝혀져야
강진군이 2009년부터 현재까지 17개월간 세 차례의 고강도 감사원 감사와 두 차례의 전방위적인 경찰 수사를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감사원이 지역 정치세력의 ‘청탁성 압력’을 받아 세 차례에 걸쳐 표적감사(標的監査)를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최근 “강력한 정적(政敵)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누군가가 이번 사태를 기획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는 강진군 번영회(회장 김병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지역 정치세력의 실체를 규명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국정조사(國政調査)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정적(政敵)제거’와 ‘표적감사’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강진군청 공무원들에 대한 ‘먼지털이식’ 조사도 빈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조사과정에서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증언한 공무원도 드물지 않고, 조사의 압박을 차마 견디지 못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잠적해버린 공무원도 있었다.
물론 ‘정적(政敵)제거’ 논란의 핵심은 무소속 황주홍(59)군수에 대한 감사원의 수사 요청이다.
3차에 걸친 감사원 감사의 문제점과 지역 정치세력의 ‘황주홍 군수 죽이기 시나리오’를 꼼꼼이 되짚어본다.
■ 감사원과 일부 언론의 ‘핑퐁 플레이’
감사원의 지적은 지난 3월 6일 ‘지방자치단체 장학재단 설립․운영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부 언론을 통해 적나라하게 부풀려졌다.
강진군이 ▲조례 등 설립근거도 마련하지 않은 채 강진군민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재단설립 당시 출연금 2억원만 기본재산으로 편입해 관리하고 있고, 출연금 모집액 등 163억원은 보통재산으로 관리하면서 이 중 58억여원을 관할교육청의 승인도 받지 않고 명문학교 육성사업비 등으로 부당 사용했으며 ▲군수가 회의석상에서 직원의 기부실적을 인사에 참고하겠다고 발언한 뒤, 실적을 홍보하도록 지시했고 ▲2006～2009년까지 6급 이상 승진자 61명 중 총 52명이 1억2888만원을 기부했으며, 이 중 5급 이상 승진자 17명 전원은 평균 495만원씩 기부했고 ▲용역 물품계약을 맺은 324개 업체가 ‘울며 겨자 먹기’로 14억여원을 내놓았다고 발표했다.
감사원과 일부 언론이 여론 재판을 끝내버린 상황에서 강진군과 황 군수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 “감사원 감사, 사실과 다르다”
강진군은 이에 대해 두 차례의 보도자료를 내며 반박했다.
“조례 등 설립근거도 마련하지 않은 채 장학재단을 설립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강진군은 “2005년 당시 전국 78개 자치단체에 이미 장학재단이 설립돼 운영되고 있었다”며 “다른 장학재단 사례를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설립근거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강진군뿐 아니라 78개 자치단체 모두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단설립 당시 출연금 2억원만 기본재산으로 편입해 관리하고, 출연금 모집액 등 163억원은 보통재산으로 관리하면서 이 중 58억여원을 관할 교육청의 승인도 받지 않고 명문학교 육성사업비 등으로 부당 사용했다”는 지적에 대해 강진군은 “2005년 장학기금을 설립할 때 기본재산을 2억원으로 했지만, 이는 관련규정에 의거한 것”이라며 “장학기금 집행은 매년 연초 당해연도 사업계획을 재단 이사회 의결을 거쳐서 강진교육지원청에 승인을 신청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강진군은 “감사원 스스로가 감사 결과에서 ‘대부분의 장학재단에서 기부금품을 기본재산에 편입하지 않고 보통재산으로 부당하게 사용하고 있었으며, 일부 장학재단에서는 관할 교육지원청으로부터 기부금품 사용승인을 받고도 승인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그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앞으로 더욱 철저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어, 이같은 사례가 강진군만의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 “감사원의 거짓말(?)은 어디까지”
강진군은 “군수가 회의석상에서 직원의 기부실적을 인사에 참고하겠다고 발언했다”는 감사원의 지적과 “2006～2009년까지 6급 이상 승진자 61명 중 총 52명이 1억2888만원을 기부했으며 이 중 5급 이상 승진자 전원은 평균 495만원씩 기부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거짓말”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강진군 관계자는 “군수가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했으면 아마 99% 이상의 공무원이 움직였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난 6년간 전체 승진자 264명 중에서 장학금을 기탁한 사람은 52명으로 19.7%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일부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기탁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강제적으로 기탁했다는 감사원의 주장은 허위임을 뜻한다”라고 주장했다.
황주홍 군수는 “5급 이상 승진자 중 승진시점 2개월 전후해서 장학금을 낸 사람의 비중은 30.43%로 ‘전원’이란 감사원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진군은 “용역 물품계약을 맺은 324개 업체가 울며 겨자 먹기로 14억여원을 내놓았다”는 감사원 발표에 대해서도 입장을 달리했다. 강진군은 “장학재단이 설립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강진군의 관급공사를 수주한 업체로 3969개로, 이 중 18.69%인 742개 업체가 장학금을 기탁했다”며 “만약 감사원 발표대로 ‘울며 겨자먹기식 기부’가 이뤄졌다면 18.69%가 아니라 80～90% 이상의 업체가 기부금을 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군은 “2005～2009년까지 장학재단이 기탁받은 금액은 군비출연금을 제외하고 100억7600만원 정도”라며 “이 중 관급공사 업체들로부터 받은 금액은 14%인 약 14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감사원, ‘표적감사설’ 부인
이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감사원 자치행정국 총괄과 민흥기 감사관은 “1차 감사는 장흥군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다가 강진군에 대한 자료를 받은 것이고, 2차 감사는 ‘무사안일 소극적 업무실태’에 대한 감사였다”며 “3차는 장학재단으로 테마를 바꿔 실시한 것으로 1～2차 감사와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민 감사관은 “연초 지방자치단체 출연법인에 대한 감사를 하겠다고 보고해 계획이 이뤄졌으며, 그 계획에 따라 강진군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며 표적감사설(標的監査說)을 부인했다.
감사원이 강진군의 장학금 조성에 대해 1차 감사를 벌인 것은 2009년 9월이었다. 이 감사에서 별다른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자, 감사원은 그해 10월 2차 감사를 실시했다.
여기서도 지적 사항이 나오지 않자 감사원은 이듬해 3월 또 한차례의 감사를 추가로 실시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그해 4월, 이번에는 전남지방경찰청이 강진군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혐의가 나오지 않아 전남지방경찰청이 내사 종결처리하자, 10개월 뒤인 지난 2월 24일에는 광주지방경찰청이 강진군청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광주지방경찰청 수사2계 한희주 경감은 “장학기금 조성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해 인지수사(認知搜査)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군(郡) 단위 기초자치단체의 장학기금에 관한 문제로 이처럼 잦은 감사와 수사가 이뤄진 것은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특히 고강도 감사를 받았던 것은 2010년 3월부터 시작된 감사원의 3차 감사였다. 감사원은 군수실 바로 옆에 감사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감사에 돌입했다.
강진군 관계자는 “강진군에 대한 감사를 끝내자 감사원은 인접 영암군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며 “그런데 감사원은 영암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면서 한편으로는 강진군청 공무원을 영암으로 불러 계속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암이 끝난 뒤 완도군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때도 감사원은 강진군청 공무원을 완도로 불러 조사했고, 전남도에 대한 감사를 할 때 역시 강진군청 공무원을 전남도로 불러 조사했으며, 이후 서울로 올라가서도 계속 전화를 걸어 강진군청 공무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자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 자숙해야 할 지역 정치인은 누구(?)
강진군 번영회는 지난 3월 8일 강진읍 남성리에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지역 정치인 자숙하라, 일 잘하는 군수님 그만 죽여라,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번영회는 감사의 배후가 정치권 인사라고 지적했다.
김병완 번영회장은 “자숙하라고 한 지역 정치인은 누구를 말하느냐”는 질문에 “5만 강진군민은 다 알고 있다”고 답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지역 정치세력이 감사원과 경찰에 압력을 넣어 표적 감사와 표적 수사가 이뤄졌다”는 말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강진군 관계자 공무원 일동’ 명의의 3월 4일자 중앙일간지 광고에서도 “수사 최종 목표가 강진군수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이번 표적이 강진군수임을 시사했다.
지역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황주홍 군수가 2012년 국회의원 선거나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지자 지역 정치세력이 공권력을 총동원해 강력한 정적(政敵)죽이기에 나선것 아니겠냐”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송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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