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 ( 1 )
인색한 감정표현과 솔직한 감정표현
김현철(전 언론인)
필자가 미국생활을 오래 한 탓으로 귀국 후 미국식으로 일을 처리했다가 가끔 실수(?)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미국과 한국의 서로 다른 문화를 견주면서 앞으로 미국을 방문할 분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고 또 필자가 그런 실수를 왜 하는 지를 주변 분들이 이해 해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서 다음호 까지 두 차례에 걸쳐 글을 나눠 싣는다.
미국의 경우, 길거리는 물론 엘리베이터 등에서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웃거나 인사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로 봐도 대부분 외면할 뿐 아니라 미국인들처럼 자주 웃으면 "미친사람" 취급받기 일쑤다. 식당에 들어가든지, 상점의 계산대 등 어디서든지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인사를 하는데 인사말은 '하이'(Hi), '헬로우'(Hello), 아침인 경우면 '굿모닝'(Good morning) 등이다.
누가 조금이라도 나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었다면 반드시 그냥 넘어가지를 않고 '땡큐'(Thank you) 하고 인사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심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안 해도 알아주겠지 하며 감정 표현에 너무 인색한 편이다.
미국 꼬마가 귀엽다며 한국에서처럼 꼬마의 고추를 만졌다면 미국 아이의 부모는 당장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변태성욕자'로 의심해서 경찰에 고발한다. 아이들의 머리도 귀엽다고 어루만지는 행동은 미국서는 삼가야 한다.
미국에서 어린이를 만져 보려면 반드시 부모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 부모가 옆에 없는 아이는 만져볼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뒤에 말썽이 없다.
거리를 돌아다닐 때 주의할 것은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 손을 잡고 다니든가 어깨동무를 하면 십중팔구 남성 동성애자(Homo), 또는 여성 동성애자(Lesbian) 취급을 당한다.
따라서 한국에 온 미국인에게 친절히 하는 것은 좋지만 걸어갈 때 너무 가까이 붙거나, 식당에서 옆에 너무 가까이 앉아 친절히 이야기하면 Homo 또는 Lesbian으로 오인 당한다. 그래서 춤추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동성끼리는 절대 춤을 추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실례다. 따라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고 난 후에는 반드시 '스큐스미(Excuse me, '익스큐스미'지만 실제로 그렇게 발음하지 않는다.)하고 말한다. 헛기침도 실례가 된다. 그러나 코를 푸는 행위에는 관대하다.
몸 또는 입에서 나는 마늘냄새는 용납되지 않는다. 마늘냄새는 입에서 뿐만 아니라 땀에서도 난다. 서양인들이 가장 싫어하기에 항상 몸을 잘 씻거나 마늘을 익혀 먹도록 한다.
차례를 기다릴 경우는 어디서나 줄을 서는 게 미국이다. 새치기는 야만인 취급당한다. 또
식사 중 씹는 소리는 절대로 내지 않도록 한다. 커피 마실 때도 소리가 전혀 안 나게 조심한다.
남과 부딪치거나 가로막거나 방해가 됐다고 생각 했을 때는 반드시 "Excuse me" 라고 인사를 한다.
말단 직원과 상사 간에 그냥 성씨도 아닌 이름을 서로 부르는 게 정상이다. 이는 불경스런 자세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미스터 아무개' 또는 '미세스 아무개' 라고 부르는 것보다 더 친근감을 주기 때문이다. '미스터', '미세스', '매담' 등 성씨 앞에 붙이는 단어는 상대방과 나와의 격이 완전히 다름을 강조함으로써 어쩔 수없는 거리감이 조성되기 마련이다.
한국에서는 형제간에도 위아래를 따져 '형' 또는 '누나'라는 경칭을 사용해야 하지만 민주이념이 오래전에 뿌리를 내린 서구사회에서는 그냥 이름을 불러 주어 오히려 친근감을 더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말로만 민주주의, 민주사회, 만인평등을 부르짖지만 실제로는 그와는 먼 거리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공자와 장유유서가 없는 미국에서는 나이의 개념도 한국보다 훨씬 희박해서 이성과 사귈 때도 상대방이 좋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성 교제는 한국 사람들처럼 내숭 떠는 법이 없어서 서로가 아주 솔직한 상대방 말만 믿으면 되기에 말만 신뢰하고 교제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상대방 말이 솔직한 것인지, 마음 속은 그게 아닌데도 내숭을 떨고 있는지 구분이 어려워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이성 교제가 쉽지 않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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