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우 시인의 쉽게 풀어쓴 노자이야기(48)
제 52장 도는 만물의 어머니다
天下有始, 以爲天下母, 旣得其母, 旣知其子, 復守其母, 沒身不殆,
천하유시, 이위천하모, 기득기모, 기지기자, 부수기모, 몰신불태.
塞其兌, 閉其門, 終身不殆, 開其兌, 濟其事, 終身不救,
색기태, 폐기문, 종신불태, 개기태, 제기사, 종신불구.
見小曰明, 守柔曰强, 用其光, 復歸其明, 無遺身殃, 是謂習常.
견소왈명, 수유왈강, 용기광, 복귀기명, 무유신앙, 시위습상.
천하에는 시작이 있으니 천하의 어미가 된다.
이미 그 어미를 얻고 나면 아들을 안다,
다시 그 어미를 지키면 종신토록 위험하지 않다.
욕망의 구멍을 막고 문을 잠그면 몸이 다할 때 까지 수고로움이 없을 것이고 욕망의 구멍을 열고 일을 해결 하려고 하면 몸이 다 하도록 고난을 벗어나지 못한다.
작은 것을 잘 보는 것을 밝다고 하고 부드러움을 지켜나가는 것 을 강이라 한다.
그 빛을 이용하여 밝음으로 돌아간다면 몸에 재앙이 닥치는 일 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떳떳한 도를 지키(習常)는 것이라 한다.
이름 없는 것(無名)이 천지의 시작이요
이름 있는 것(有名)은만물의 어머니다.
일체만물은 무(無)에서 생겨난다.
사람의 정신은 도에서 생겨나고
사람의 형체는 정(情)에서 생겨난다.
하늘도 이것을 얻지 못하면 넓지 못할 것이요
해와 달도 이것을 얻지 못하면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만물도 이것을 얻지 못하면 번창하지 못할 것이다.
아! 이것을 도라고나 할까!
이 장 역시 앞장과 마찬 가지로 도와 만물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 하고 있다.
서양철학의 용어를 빌리면 이데아와 현상의 관계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를 설명 하고 있는데 현상은 지극히 유동적이며 곧장 본연의 모습을 숨긴 체 엉뚱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기도 한다.
유동적이며 포착하기 힘든 현상의 모습을 파학하기 위해서는 어머니격인 섭리에 대해서 밝혀 내야 한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과연 어떤 존재가?
어머니는 만물을 태어나게 하는 근본이면서 동시에 유일무이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어머니를 잘 모시면 일생동안 위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종교에서는 이와 같은 분을 구세주 혹은 부처라고 한다. 그래서 자기를 구원해 줄 수 있는 분을 믿음으로써 섬기면 구원을 받는다고 했다.
인간 세상뿐만 아니라 만물을 다스리는 주재자로써의 구세주는 전지전능 하여 인간을 구원해 준다고 믿는 것이 종교다.
그러나 노자철학을 대표하는 도가 사상은 기도하고 구원해 주시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을 생육하고 번식하며 가꾸고 돌봐 주는 따뜻한 어머니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이와 같은 어머니는 알게 모르게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자식이 밖에 나가면 다치지나 안했을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나 안했을까! 노심초사 하면서 기다려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어머니의 뜻을 잘 받들고 모시고 따라준다면 평생 동안 위험 하지 않으며 어디를 가도 안전하며 항상 행복 하다고 노자는 말한다. 인간은 다름 아닌 사회적 동물이다. 많은 사람과 어울려 살지 않으면 안 된다.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면서 뭇 사람들 위에 군림 하려는 강자로써의 욕망을 갖기도 한다.
결국 최고의 지위를 얻어서 평생 동안 아니 자손만대에 이르기 까지 부귀영화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존재인 줄 모른다.
이런 것을 개기태(開其兌)라고 하는데 이렇게 될려고 하는 욕망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유리 하거나 순탄지만은 않을 것이다. 숫한 고난과 역경을 통해서 얻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고난과 역경을 잘 처리해 나가려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자기에게 끊임없이 유혹하는 욕망의 구멍을 막고 (塞其兌), 정욕의 자물쇠를 잠그면서 행동에 옮기게 되면 평생 동안 힘들거나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가 갖고자하는 욕심이 들어나게 되면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바깥 구멍 즉 욕심을 막아두고 정욕의 원천인 성기의 문을 닫아두게 되면 일생동안 애끓으며 살려고 바둥대지 않아도 된다.
모름지기 남들이 그 사람의 능력을 알아주고 그를 따르게 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한다.
하찮은 것이라도 그냥 소흘히 넘기지 말고 적은 것은 더욱 소중히 여기며 무엇이든지 자상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처리해 나가고 더불어 헐벗고 굶주리며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붙잡아 돌봐주면 그것이 바로 자기에게 돌아오는 광명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던지 한 번에 끝내려고 하지 말고 서서히 지속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 나가는 것, 역시 부드러움(柔)을 지켜 나가는 것이요, 이러한 부드러움이야말로 강(强)을 이겨 나가는 길인 것이다.
잘 보이지 않는 미새한 것을 볼 줄 아는 것을 밝음이라 하고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것을 강이라고 한다. 지혜를 가지고 사리를 구분 하면 밝음을 회복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섭리를 따르는 것이다.
노자는 곳곳에서 욕심을 버리라고 말 한다.
욕심이란 감각적 욕망에 따른 마음인데 욕심을 없애기 위해서는 감각에 기초한 욕망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감각기관인 정욕의 문을 패쇠하라는 것이다.
쾌락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지켜 낼 줄 안다면 죽을 때 까지도 고달프지 않고 반대로 쾌락에 이끌려 다니면서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일만 한다면 죽을 때 까지도 순탄한 삶을 살지 못한다.
우리가 느끼고 보고하는 만물을 제대로 인식해서 욕망을 억제해야 하며 이루어 질 수 없고 허망한 것을 다가 삶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의 섭리를 잘 체득한 사람은 항상 사람을 잘 구재하여 사람을 버리는 일이 없다.
이를 일러 섭리를 따르는 길(習常)이라고 한다.
맑고 께끗한 빛 즉 지혜를 가지고 그러한 지혜를 잘 활용하여 맑고 께끗한 몸으로 되돌아가면 몸에 재앙이 붙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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