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고령화 시대(71회)
“싹싹 갈아서 마셔버리고 싶을 만큼 미운 영감이요”
군동면 관덕 심복금(86) 할머니
이 세상에 버려진 여인처럼 불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버려지다 못해 잊혀진 여인, 그래서 여인의 한 평생은 독수와 공방과 회한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면 분명 가슴 속에 피멍이 들 게 뻔하다. 그것도 어연번듯하게 육례를 치룬 남편이 버렸다면 여인의 한은 구천까지 맴돌까. 한 술 더 떠서 다른 여인과 더불어 떠나 살았다면 싹싹 갈아서 마셔버리고 싶을 만큼 미운 영감이라 해도 과한 말은 아닌 성 싶다.
심복금 할머니는 한 동네 총각에게 17살에 시집을 갔다. 남편은 25살이어서 8살 차이가 났다. 남편은 목수일을 했기 때문에 돈벌이가 그런대로 좋았다. 그런데 영암에 산다는 여자가 남편에게 딱 달라붙고 말았다. 남편도 그 여자에게 딱 달라붙어 버렸다. 남편은 그녀를 데리고 서울에서 한 1년 살다가 형편이 안 좋았던지 집으로 내려왔다. 염치도 좋게 그녀를 데리고 왔는데, 하는 수 없이 한방에서 세 사람이 잠을 잤다. 한방에서 잠을 잔다는 사실 앞에 심할머니는 어떻게 그 세월을 보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1년 그렇게 보내고 다시 그녀를 데리고 남편은 서울로 가버렸다. 그 때부터 심할머니는 불면증에 시달려야만 햇다. 수면제를 매일 밤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었다. 딸 아이가 하나 생겨 키우며 살았다. 살림살이가 말이 아니었다. 그 시절, 여자가 삼시세끼 해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시절이었다. 종일 일해 봐야 쌀 반 되가 고작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고 서울 간 남편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손밑 시아재가 아들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서을 남편에게 수 차례 간곡한 편지를 보냈다. 그러자 남편이 올라오라는 회신을 보내왔다.
“서울 가서 또 한방 거처를 했지라. 한 달 동안 살다 내려왔는디 아들을 뱄든가 열 달만에 아들을 낳았소”
딸과는 아홉 살 터울이었다. 어찌나 살기가 탁탁했던지 딸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깊은 섬으로 들어갔다. 제힘으로 나중 서울로 가더니 어찌어찌 살아갔다. 하지만 심할머니는 아들 하나 키우기도 버거웠다. 논밭이 없었고 쌀한됫박 갖다 줄 남편도 없었으나 당연한 일이었다. 죽자사자 놉의 일을 했다. 그리고 아들 하나를 키웠다.
“즈그 아부지를 안 찾아 갑디다. 아직도 살아있응께 아흔 넷 아니것소”
아들은 매주 심할머니를 찾아와 효도를 해대지만 친아버지는 찾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고 싶기는 뭣이 보고 싶것소? 시방도 원망스럽기 짝이 없는디·······”
세상을 다 산 연세에도 남편에 대한 원망은 돌멩이처럼 굳어 있었다.
(이현숙 기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