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기보다 잘 사는 사람이 되자
필자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내가 살아가는 내 집도 없는 가난뱅이다. 한국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괄시받기 마련이지만, 크게는 걱정할 필요 없이 분복 되로 마음비우고 살다보니 살만도 한 세상이다.
군자가 아닌 이상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만, 돈 많이 갖고 욕심내는 사람보다는 없이 살아도 마음 편히 살아갈 수만 있으면 그만이다. 근심 걱정이 많으면 피가 마른다고했듯,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옛 말같이 내게 준 분복대로 사는 것이 잘 사는 길이다. 마음비우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그 빈 자루에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더 채울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또, 그런 옛말도 생각난다. 벌통에 j을 당가 놓고 쏘였으면 쏘였지 그놈의 빚쟁이한테는 못 견디겠다. 오나 잘 봐라 숨어버려야겠다고 했다. 그처럼 빚지고는 못산다는 세상에 공짜란 없다. 그 대가가 반듯이 있게 마련이다. 2017년에 필자의 저서“삶에 공짜는 없다” 는 책속에 말했듯 비록 자신의 삶이 보잘것없이 고단하고 초라해 쪼들려도 빚 없으면 좋다(중국말로 만만디다). 요즘 세상에 은행들에서 마구잡이로“카드”를 만들어주며 쓰라고 하지만, 그게 공짜가 아니라 나중엔 그게 다 빚이다.
한 예로 배고픈 사자가 토끼를 막 잡으려는 순간, 바로 옆에서 사슴이 뛰쳐나왔다고 가장해보자. 그걸 본 사자는 토끼를 버리고 사슴을 쫓아갔지만, 사슴은 재빨리 도망쳐 버리자 다시 돌아와 보니 토끼마저 달아나버리고 없어 결국 둘 다 놓치고 굶게 되고 말았다. 양손에 떡을 쥐고 망설이 다가 꿩도 매도 다 잃어 버렸다는 속담같이 세상에 공짜란 절대 없다. 그러나 필자는 귀가 너무 엷어 보증으로 길거리에 수번 나앉아봤던 일이 있어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있어, 은행대출도 꺼리는 9등급이다. 오래 살아오다보니 느끼는 결론은 무슨 일이든 분에 넘치면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다.
숲속에 사슴보다 내 손안에든 새 한마라가 낫다고 했듯 지족불욕(知足不辱)이면 지지불태(知止不殆)라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노자의 도덕경 말씀을 잘 이해하고 만족할 줄 알면 욕심이 없어진다.
실은 세월이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닌데 시간 속에 사는 우리가 함께 오가며 변해가는 것뿐이다. 시작과 끝은 원인과 결과에 따라 반드시 있게 마련이듯 그게 하늘의 명(命)이니 우리가 그 숙명(宿命)을 받아들이는 일일 뿐, 세월이 덧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예측할 수 없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면 어린이는 한 살을 더해 좋아하지만, 나이든 사람은 한 살이 더 줄어갈 뿐이다. 되찾을 수 없는 게 흘러가는 날들이니 이 순간순간이 그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 후회 없이 살다가야 한다.
가진 자들은 더 갖겠다고 형제간들끼리 재산분쟁 송사에 날 세고, 없는 사람들은 그런 짓들을 보며 한심스럽게 여겨진다. 그 까닭은 가진 것만큼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루가 터지더라도 더 채우려는 과욕에서 문제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이란 마음을 비우는 데서 우러나는 것이다.
과거 통금시간이 있고, 의료보험제도도 없던 시절, 필자도 한 때 무역업으로 돈 좀 만졌을 때, 나보다 어려운 곳 산동네들에 찾아가 빈 쌀독 채우기나 병원비로 작은 봉투하나를 가만히 두고 돌아서는 그 짓들이 오래도록 훈훈했던 생각이 든다. 돌아서서 포장마차에 홀로 쐐주 잔에 거나하게 된 늦은 밤길 나도 모르게 콧노래로 집을 가던 때면, 어쩐지 기분이 그리도 좋아지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필자와도 친근하게 연락하며 지내는 나의 책(물처럼 바람처럼 살리라)으로 인연된 대구<최경규>박사가 최근에 쓴“당신 잘못이 아닙니다.”란 책을 발간했는데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후회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며, 현재에 힘들게 사는 모습이 결국 행복이 될 수 없다.”며 끌려가지 않는 삶의 주인으로 자족하며 살아야한다는 그 표현에 필자도 참 공감이 간다.
가난은 결코 미덕이 아니긴 하나“맑은 가난”을 내세우는 것은 탐욕을 멀리하려는 힘이며, 남에게 떠벌리지 않고 표시 없이 사는 그 모습이야말로 덕(德)쌓는 길이라 좋은 씨앗을 곱게 심어둬 훗날 후손들이 복 받는 일이다. 재물이란 잠시잠깐의 인연으로 내가 맡아뒀던 것일 뿐, 돈이 자기에게 올 땐 혼자오지 않고 어두운 그림자를 데리고 오며, 떠날 땐 바람같이 사라져버린다는 사실이다. 내 것이 아이라 생각되면 불우한 곳을 먼저 찾아가보라. 그곳엔 참 행복의 쉼터가 많이 널려져있다.
우리는 모두가 부자가가 되기보다는 잘 사는 사람이 돼야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이 세상에 우리가 사는 것 모두가 한 순간 잠깐의 짧은 인생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명한 독립운동가<조만식>선생의 청소년시절에 어느 집 머슴살이였다고 한다.
평북 정주에서 이 청년은 부잣집에 주인의 요강단지까지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려 다시 안방에 들어놨는데 주인이 이 머슴이 하는 행동이 예사롭지 않아 가르치면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 생각하고 당시 평양 숭실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고향에 내려와 오산학교 선생님이 된 이후 나중에 민족독립운동가로 겸손과 자신을 낮추는 인간으로 성장, 서울에서 부잣집 며느리를 맞아 살게 됐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사사건건 구박을 하자 시어머니에게“대학도 안 나온 주제에 그만 하세요”라는 말에 시어머니가 분통을 참지 못해 남편에게 알리자, 시아버님이 며늘아기에게 불러서 안쳐놓고 하는 말이“그동안 시집살이 고생 많았지? 휴가를 줄 터이니 친정에 가 있다오라고 할 때 오너라.”라고 말하자 며느리는 얼씨구나 이 무슨 큰 선물인가하고 그날로 봇짐을 싸 친정으로 갔는데 시아버님이 몇 개월이 되어도 오라는 연락이 없자 안달이 난 며느리가 시아버님에게 전화를 했더니“너의 시어머니가 대학을 졸업할 때쯤에 오도록 하여라.” 그 한마디에 하늘이 노랗게 변하여 통곡하면서 땅을 치고 입을 깨물어 피까지 토해 냈다는 실화가 있다. 그같이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어 담을 수 없다는 것인데 그런 이후 아들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여 버렸다는 옛날실화의 이야기다.
행복이 뭐고 성공이 뭔가? 라고 묻는다면, 딱히 무슨 수학문제를 푸는 것같이 답이 있는 게 아니라 인성이 먼저 돼야하고, 욕심을 버리며 배움이 많을수록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그런 사람이 행복과 성공을 견비한 사람이라고 말하겠다.
모든 인생길이란 처음부터 닦여져 있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모든 인생사도 순탄한 길 뿐이랴? 울퉁불퉁 자갈길을 걷기도하고, 넘어져 다리에 상처가 나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 가다보면 어느덧 향기로운 꽃길을 만나기도 한다. 세상사 갈등 없는 성공과 출세란 없다. 절망과 좌절을 맛본 사람만이 오뚝이로 일어설 수 있는 승리자의 행복이 있는 것이다. 그게 이기는 길이며 남에게 좋은 일을 했다고 자랑함은 심어놓은 덕을 파헤쳐버리는 거와 진배없다. 숨겨두면 훗날 더 큰 좋은 열매가 줄줄이 열리게 된다. 인간은 씨앗을 심어두지만 하나님은 그 열매가 다 크도록 지켜주시고 키워주신다.
행복과 성공은 아무나 만들어지는 결실이 아니다. 인간자체의 됨됨이와 성숙된 낮춤의 겸손에서 온다.
행복한 노후가 되는 길은 후손들의 자식농사에도 큰 비중이 있지만, 늙어 마음 편하고, 건강하게 부부가 평안을 즐길 수 있고,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는 여유로운 편한 마음가짐이 잘 사는 길이다.
가진 돈 좀 자식들에 나눠주지도 않고 내만 욕심같이 돈 보따리 짊어지고 요양원에 가 자랑 해봐야 아무 소용없고, 경로당에가 학력자랑 해봐야 누가 알아주나요? 또, 늙어서도 자신을 과시하며 떠벌리고 다니는 인간치고 사람 같은 자 한사람도 못 봤다. 그런 대부분은 젊을 적 얼렁뚱땅 한탕한 자들이다.
늙어지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다 거기서거기 도토리 키 재기다. 돈 많아 특실독방에 누워 있어봤자 병원 봉 노릇의 알량한 꼬임에 잘난 체 혼자 닭대가리 짓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왕년에 잘 나가보지 않았던 사람 어디 있나요? 늙어가며 건강만 있다면 천하갑부가 부럽지 않다.
옛 말에 전분세락(轉糞世樂)이라고 했듯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 세상이 더 좋다고 했다. 천하를 다 잃어도 건강만 있으면 대통령도 부럽지 않다. 거기에는 편한 마음의 행복한 노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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