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과 은어
칠량면 봉황마을에서 다시 월궁마을로 나와 국도 23호선을 타고 마량 방면으로 1km쯤 가면 칠량천이 나오고, 장계교 위에서 차를 세우고 서쪽을 보면 자그마한 돌산인 '백산'이 있다. '부엉이들이 똥을 싸 바위들이 하얗다'는 백산에는 봉황대가 있었다. 봉황대는 해암 김응정 선생(1527~1620)이 성전면 안운의 정선대, 장흥 관산읍의 삼가정, 병영면 용두의 용강정과 함꼐 직접 지은 정자가 있었떤 곳이다. 그러나 해암 선생이 시를 읊고 호연지기를 길렀다는 정자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다. '홈내'로 불리는 칠량천은 삼흥에서 발원하여 여러 마을 앞의 평야를 적시며 흘러내리다가 백산 아래 '백산보' 부근에서 탐진만 바다와 만난다.
칠량천은 옛날에는 밀물 때 바닷물이 삼흥리 부근까지 밀고 올라갔다는 은어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칠량출신 김선태 시인은 "어렸을 때만 해도 물이 맑기로 소문난 이 하천에는 은어가 어찌나 많았던지 잡아다 말린 은어로 마을의 지붕들이 온통 하얀 경치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잦은 골재 채취와 상류의 장어 양식장에서 방류된 오염된 물의 영향으로 은어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말갛게 들여다보이던 물 속에서 은어들과 함께 헤엄치며 놀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 차를 세우고 한동안 강둑을 따라 거닐기도 한다"며 "지금은 은어들을 백산보 아래에서나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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