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동소재지에서 칠량으로 가는 길에는 반드시 탐진강을 건너가야만 한다. 1972년까지는 다리가 낮아 강물이 불어나면 건너가기가 어려웠다. 다리가 강물에 잠기기 때문이었다.
1972년 11월 8일. 강진군청 수로원으로 근무했던 김 모(당시 47세)가 사망하여 이틀 후인 11월 10일 군청에서 배려한 덤프트럭에 상여와 가족, 일가친척을 합해 20명을 태우고 장지인 장흥읍 영전리 선영으로 가기 위해 탐진강 다리를 건너던 중 중간 지점에서 전복되고 말았다. 다리의 윤곽이 희미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건이었다.
당시 늦가을 비가 많이 내려 탐진강 상류에서 흘러오는 물이 다리 위로 30~40cm 정도 넘쳤고, 구강포 바닷물이 밀물 시간대가 된 상태에서 다리를 건너다가 사고가 난 것이었다. 탐진강 다리는 일제 강점기에 가설된 1차선 콘크리트 다리로서 30m의 높이에 난간도 없어 비가 많이 오면 통행에 불편이 많았다.
사고 당일에도 다리를 건너기에는 위험스럽다고 말했지만 장례를 미룰 수 없어 다리를 건너다가 사고가 발생되고 말았다. 마을 앞에서 출발한 차는 다리 중간에 이르렀을 때 운전석 바퀴 하나가 다리 밖으로 빠지면서 한차례 뒤집혔고 차에 실린 관과 사람들이 물에 빠져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떠내려가는 관을 붙들고 또는 술통을 붙잡고 헤엄쳐 강둑으로 나온 사람들도 있었는데, 소형배로 구조되기도 하여 7~8명은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망자는 현장에서 남포 앞까지 떠내려가 며칠 후 찾아냈는데 모두 12명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전복되었던 차는 다리에서 6~7m 떨어진 곳에서 운전석이 공중으로 향해 있었다. 차 위에서는 망인의 딸이 차체를 붙들고 살려달라고 울부짖었고, 운전석에는 운전수와 노모가 갇혀 있었다.
사건 발생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경찰 헬기가 현장에 도착했는데, 이때는 강물이 빠져 다리 바닥이 드러난 상태였다. 다리 위에 내린 헬기는 구조 계획을 세우고 예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급회전하면서 헬기의 프로펠러가 평리쪽 강둑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중 3명을 처참하게 절명시키고 말았다. 옆에 있었던 사람들은 엉겁결에 강물에 뛰어들어 화를 면했다. 어떤 사람은 헬기에 깔랴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압사 직전에 있었으나 가까스로 구출되어 후송되었다.
결국 구조하러온 헬기가 구조는커녕 오히려 인명 피해만 낸 결과를 가져온 기막힌 사건이었다.
사망자에게는 각각 20만원씩 지급하고 장례를 치르게 했지만, 늦가을 노을 진 석양녘이면 진혼제를 올리는 통곡소리에 한동안 마을 사람들은 무서워 밤길을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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