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에게 도토리를 주다.
원숭이를 기르는 사람이 원숭이에게 도토리를 주면서 말했다.
“애들아 내가 너희들에게 아침에는 도토리를 세 개, 저녁에는 네 개, 줄게?” 원숭이들은 이 말에 모두 화를 냈다.
그러자 이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그럼 아침에는 네 개 저녁에는 세 개 줄게.” 원숭이들은 모두 날뛰면서 기뻐했다.
사실은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도 기뻐하고 화를 내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자기 생각이 옳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은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천균(天均)즉 하늘의 공평함에 맡긴다. 또한 이것을 양행(兩行)이라 이르는바, 사물의 양면성에서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자는 여기서 천균과 양행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천은 하늘, 균은 공평함이다, 하늘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뜻이다. 일례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어느날 하늘에서 밭에 비를 뿌려주는데, 한쪽 밭주인은 아주 착하고 근면한 반면 다른 한쪽 밭주인은 반대로 이기적이고 아주 욕심이 많았다. 그러나 주인의 욕심이 많다고 해서 하늘은 한쪽 밭에만 비를 내려주지 않는다. 만일 누가 옳다고 주장하거나 옳지 않다고 주장해도 하늘은 누구 편을 들거나 반대를 하지 않는다. 구태여 이것이 옳고 저것이 옳다고 따지거나 집착하지 않고 양쪽을 하나로 아울러 나간다. 이것이 바로 양행(兩行)이다.
다시 원숭이를 생각해보자. 원숭이를 기르는 사람이 주는 도토리양은 모두 일곱 개다. 다만 아침에 세 개를 주느냐 저녁에 세 개를 주느냐의 방법만 다를 뿐 개수는 모두 일곱 개다.
하루에 먹는 도토리 개수는 일곱 개 뿐인데, 아침에 받는 도토리 양을 저녁에 주는 양과 바꿔서 준다고 하니까, 원숭이들은 기뻐서 날뛴다. 눈앞의 사소한 이해득실에 흥분하여 사물의 진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지적하여 이야기 한 것이, 바로 원숭이의 도토리 이야기이다.
아주 먼 옛날에는 최고의 지혜를 가졌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자연 상태, 그대로 살았다.
자연이란 자연과 내가 나누어지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혼돈상태를 말한다. 당시에는 이 세상에 사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비로소 사물을 구별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허지만 사물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 일일이 따지지 않았다. 옳고 그름을 따지게 되면 자연의 도는 허물어진다. 자연의 도가 허물어지면 자연의 도는 그때부터 어느 하나에 특별히 집착하고 사랑하는 편애의 마음이 생겨난다. 그렇다면 과연 도는 만들어지고 허물어 질 수 있을까? 아니면 반대로 만들어지지도 않고 허물어지지도 않을 수 있을까?
도가 만들어지고 허물어지는 예를 소문이 타는 거문고 소리로 들어 보자. 소문은 아주 신묘한 가락으로 거문고를 연주했다.
하지만 소문은 연주되지 않는 또 다른 무수한 가락들을 잃게 됐다. 소문이 연주하는 거문고 소리는 인간이 만들어 내는 소리이지 자연의 소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소문이 거문고를 연주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수많은 자연에서 흘러나오는 진정한 음악 소리를 잃은 것이다. 진나라의 악공, 사광과 논리의 명수인 혜자도 최고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후세에 이름을 떨쳤지만. 자신의 재주나 지혜의 힘을 너무 믿는 나머지 지나치게 자만에 빠지므로 자연의 도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자연의 힘에 비하면 인간의 힘이 너무 초라하여 보잘 것이 없는 데도 남을 설득하려고 쾌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소문의 아들은 아버지의 거문고 솜씨를 배웠지만 그러나 평생 동안 아버지의 솜씨를 뛰어 넘지를 못했다.
이런 사람이 만약에 도를 이루었다고 한다면 누구든 도를 이루지 못하겠는가?
성인은 남에게 뽐내는 것을 천하게 여긴다. 성인은 모든 것을 자연에 맡긴다. 이것이 바로 밝은 자혜에 따르는 길이다.
우리가 말할 때 딱 잘라서 이것은 있는 것이고 저것은 없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의 어떤 것이라도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없다가 있기도 한다. 태어나면 죽고, 죽으면 다시 태어난다. 이렇게 보면 세상은 여관이고 만물은 하룻밤 묵고 가는 손님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사코 있는 것은 있는 것이고, 없는 것은 없다고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가을이 되면 짐승들은 털갈이를 한다. 새로 태어난 털은 보송보송하고 가늘고 작다. 그러나 공중에 떠다니는 미 새한 먼지와 비교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태산은 중국에서 가장 큰 산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하늘과 땅에 비교해보면 태산은 보잘 것 없다.
사람들은 칠백년을 살다간 팽조를 아주 장수한 사람이라고 한 다. 팔백년을 살았던 대춘나무와 비교해 보자. 팽조의 칠백년은 아주 짧은 것이다. 태어나서 얼마 살지 못하고 죽는 어린아이와 하루살이를 비교해 본다면 그래도 오래 사는 편이다.
이처럼 우주자연 도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이 세상의 어떤 것도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크고 적고 오래 살고 짧게 사는 것은 모두 시간과 공간에서 비교하여 얻어낸 평가일 뿐이다.
원래 대자연의 만물과 나는 하나일 뿐이다. 여기에는 무엇 하나 차별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대자연과 나를 구분하고 만물을 갈라놓고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고 한다. 또 좋고 나쁘다고 차별을 한다. 일부러 숫자 하나를 만들어 놓고, 하나가 있으면 또 다른 숫자 하나가 생겨난다. 두개의 숫자가 모여 세 개가 된다. 숫자는 모여서 무한대로 늘어난다. 원래 숫자가 없었을 때는 몰랐지만 숫자가 생기기 시작하자 늘어난 것은 순식간이다. 없음에서 있음으로 넘어가는 순간 하나가 더해지니 있음에서 있음으로 넘어가면 얼마나 혼란스럽겠는가? 그러니 부단하게 쫓아다니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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