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치청(중국 국학 최고 권위자, 의학자, 역학자)
인체의 리듬, 여칠남팔(女七男八)
천계, 생명 번성의 원동력
기백은 『소문』「상고천진론」편에서 무척 흥미로운 또 다른 생명주기를 제시했다. 남자와 여자의 주기를 신장의 기운인 신기와 천계(天癸)를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다. 신기가 선천의 근본적인 물질로 생명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앞에서도 설명했다. 그렇다면 천계는 무엇일까? 이전 장에서는 『황제내경』에서 제시한 중요한 개념인 천계에 대해 알아보자.
천계에서 ‘천(天)’은 ‘선천의’, ‘천연의’라는 뜻이자 ‘제일의’, ‘최초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갑골문자에서는 ‘계(癸)’가 ×로 표현되어 있는데 마치 사면팔방의 물이 중앙으로 모여드는 형상이다. 또한 ‘계’는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에 이르는 천간의 마지막에 배열되어 아홉 번째의 ‘임’과 함께 물의 속성을 포함한다. 중국의 고대 성현들은 “모든 생명은 물에서 시작됐다.”, “첫째 되는 근원은 물이다.”라고 했고 고대 그리스의 첫 번째 철학 명제도 “물은 만물의 근원이다.”라는 것임을 볼 때 물이 한 생명에게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짐작할 수 있다.
『황제내경』에서는 인체 오장육부 가운데 물을 주관하는 장기가 신장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신장은 선천의 근본이자 생명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천계는 이런 선천적인 신정 가운데서 생겨나는 것이자 신장의 기운이 어느 정도 차올랐을 때 나오는 산물로 생식 능력을 갖춘 물질이다. 이 물질은 물과도 같아서 사면팔방으로부터 가운데로 몰려들면서 물의 충만함, 정기의 왕성함을 상징한다. 그래서 천계가 있어야 비로소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이처럼 천계는 사람의 생식을 주도하는 물질로 이것이 없이는 아이를 낳을 수도 없다.
여성은 7년을 한 주기로 삼는다
여성의 생명주기는 7년을 1주기로 삼는다.
일칠 7년*1주기, 즉 7세에는 신장의 기운이 왕성해지고 치아가 교체되며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한다.
이칠 7년*2주기, 즉 14세에는 천계가 있으므로 이때부터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다. 천계는 보통 14세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므로 혹시 월경이 천계가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당연히 아니다. 월경은 단순히 천계가 발현되는 현상의 일부일 뿐 그 자체가 천계인 것은 아니다. 천계는 일종의 생식 능력을 주관하는 전반의 물질적이지만 월경은 밖으로 유출된 폐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이칠에는 ‘월사이시하(月事以時下)’라고 하여 한 달에 한 번씩 시간에 맞추어 월경이 시작된다. 또한 이때는 ‘임맥(任脈)이 통한다.’라고 했는데 임맥은 인체의 정중앙, 가장 전면에 뻗어 있는 경맥으로 그와 반대편 정중앙에 있는 독맥(督眽)과 합하여 임독이맥(任督二脈)을 이룬다. 이때 ‘임(任)’이라는 글자는 계집 ‘여(女)’자가 좌변에 있는 임신할 ‘임(妊)’ 자와도 통하므로 임신의 과정을 주관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충맥(衝脈)이 왕성하게 된다고 하였는데 이는 기경팔맥(奇經八脈)에 속하는 경맥으로 ‘경맥의 바다’라고도 불린다. 충맥은 아랫배 안쪽 신장 아래에서 시작하여 기충혈(氣衝穴)로 나왔다가 포(胞), 여자의 자궁과 남자의 고환로 들어간다. 그 뒤 포에서 나와 넓적다리 안쪽을 따라 돌다가 위로 올라가 신경과 만나 위로 향한다. 배꼽 양쪽을 지나 가슴 부위에서 흩어지는데 그중 한 줄기는 입술 주위를 돈다. 기가 상행하여 유방이 나오며 기가 상행하여 입술 주위를 돌 때는 남자에게서 수염이 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남녀의 성 특징은 충맥의 성쇠와 관계가 있으며 충맥이 신경과 서로 이어져 있으므로 생식을 주관한다고 하는 것이다. 여자는 보통 14세에 충맥이 왕성해져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다.
삼칠 7년*3주기, 즉 21세에는 신장의 기운이 균형을 찾아 안정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사랑니가 나기 시작하는데 이는 신체의 성장이 이미 최고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은 21세가 되면 성장이 멈춘다고 볼 수 있다.
사칠 7년*4주기, 즉 28세에는 여자의 근육과 골격이 견고해지는 시기이다. 『황제내경』에서는 간은 근육을 주관하고 신장은 뼈를 주관한다고 했다. 바꿔 말하면 근육과 뼈가 견고해진다는 것은 간의 기운과 신장의 기운이 강성해진다는 뜻이다. 머리카락도 이 시기에 가장 풍성해지고 신체도 가장 강해진다.
오칠 7년*5주기, 즉 35세에는 양명맥(陽明脈)이 쇠락하기 시작한다. 족양명(足陽明)은 위경(胃經)이며 수양명(手陽明)은 대장경(大腸經)이다. 이 두 경맥은 손과 발의 외측을 순환하다가 다시 머리 부위로 몰려든다. 위와 대장의 정기가 쇠락하기 시작하면서 얼굴이 초췌해지고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다. 머리카락은 무엇인가? ‘혈의 나머지’라고도 부를 만큼 머리카락은 혈기의 성쇠를 반영하는 부위이다. 또한 머리카락은 신장과도 관계가 있으므로 머리카락이 빠지면 신장의 기운이 쇠락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육칠 7년*6주기, 즉 42세에는 머리 부위의 삼양맥(三陽脈)이 쇠락하기 시작하여 얼굴이 마르고 머리카락이 희어진다.
칠칠 7년*7주기, 즉 49세에는 임맥이 허약해지기 시작하고 태충맥(太沖脈)도 쇠약해져서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된다. 어째서 그런가? 바로 천계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천계는 생식을 주재하므로 천계없이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 그래서 49세는 여성에게 월경이 끊기고 노쇠해지는 시기이다.
남성은 8년을 한 주기로 삼는다
『황제내경』「상고천진론」편에서는 남성에게는 8년이 생명의 한주기가 된다고 했다.
일팔 8년*1주기, 즉 8세에 남성은 신장의 기운이 충만해져 치아가 교체되며 머리카락이 무성해진다.
이팔 8년*2주기, 즉 16세에 남성에게는 천계, 즉 남성의 생식능력을 주관하는 물질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때 음양이 조절되고 남녀가 교합하면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삼팔 8년*3주기, 즉 24세에 남성은 신장의 기운이 균형을 이루게 되는데 구체적으로 사랑니가 나기 시작하고 키도 최대한도로 자란다.
사팔 8년*4주기, 즉 32세에는 남성의 근육과 골격이 단단해지고 간과 신장의 기능이 강해진다. 이와 함께 근육이 최대한도로 발달하는데 바꿔 말하면 생명력이 정점을 찍고 쇠락하는 시점이라고 하겠다.
오팔 8년*5주기, 즉 40세에는 신장의 기운이 쇠락하기 시작하는데 구체적으로는 머리카락이 빠진다.
육팔 8년*6주기, 즉 48세에는 머리 부위의 삼양경(三陽經)이 쇠락하기 시작하고 얼굴이 마르며 머리카락이 희어진다. “꽃은 꽃인데 노화의 꽃, 48세여라.”라는 말이 있다. 보통 48세가 되면 노안이 찾아오므로 만일 이 시기에 노안이 없으면 그 후에는 노안이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칠팔 8년*7주기, 즉 56세에는 간의 기운이 쇠락하고 맥박이 늦어지며 행동이 둔해지고 천계가 쇠락하기 시작한다. 생식을 주관하는 정기가 부족해지고 신장의 기능이 쇠락한다. 남성에게 56세는 인생의 고비가 될 수 있는데 생식기능을 주관하는 천계가 마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팔팔 8년*8주기, 즉 64세에는 치아와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기 시작하고 천계가 철저하게 바닥을 드러내므로 생식능력이 없어진다.
그렇다면 천계가 마른 이후에도 과연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64세를 넘겨도 과연 생식능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필자는 생식능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남자는 팔팔인 64세, 여성은 칠칠인 49세를 넘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시기는 천지의 정기가 모두 바닥나는 시기이자 남녀의 천계가 그치는 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여성의 생식 한계선이 49세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남성은 그 한계선이 56세에서 64세까지도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의 초등학교 동창 중에 이름이 ‘빠빠’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아버지가 64세 때 그를 낳았다고 하여 그렇게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그때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64세 노인이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나중에야 이것이 『황제내경』에서 말하는 생명주기와 관계된 이치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기서도 우리는 양생에 신경 쓰면 남성의 생식기능이 64세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7년, 8년 기준의 생명주기는 신장의 기운, 천계의 성쇠를 통해 구분된다. 어떤 이는 자신이 14세에 초경을 하지 않았고, 16세에 몽정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주기 이론이 잘못되었다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여성이 반드시 14세에 초경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며 남자도 반드시 16세부터 몽정을 시작한다는 법칙도 없다. 전반적으로 볼 때 대략 그렇다는 것이다. 생명주기는 사람의 몸 자체의 정상적인 생리적 주기와 맞물릴 뿐만 아니라 우주 대자연의 법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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