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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황제 1호 병마용 갱 |
장의열전(張儀列傳)(2)
진나라로 돌아간 장의는 길을 걷다가 일부러 말고삐를 손에서 놓아 수레에서 떨어지고는 석 달 동안 궁에 입조하지 않았다. 이 소식을 들은 초나라 왕이 이렇게 말했다.
“장의는 과인이 제나라와 단절한 것이 철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에 초나라 왕은 용맹한 군사를 송나라로 보내 송나라의 부절을 빌려 북쪽으로 가 제나라 왕을 꾸짖게 했다. 제나라 왕은 크게 노하여 부절을 꺾어버리고 진나라에게 화친을 청했다. 그리하여 제나라와 진나라는 국교를 맺게 되고 장의는 입조하여 초나라 사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게 6리가 되는 봉읍이 있는데, 왕께 바치고자 합니다.”
초나라 사신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저는 왕으로부터 상과 어 땅 6백 리를 받아오라고 들었지 6리란 말은 듣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급히 초나라로 돌아가 초나라 왕에게 보고했다. 이 말을 들은 초나라 왕은 크게 노한 나머지 군사를 일으켜 진나라를 공격하려고 했다. 그러자 진진이 말했다.
“신이 입을 열어도 되겠습니까? 진나라를 치기보다는 오히려 땅을 떼어 진나라에게 바친 다음 진나라 군사와 함께 제나라를 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진나라에게 땅을 떼어주고 제나라에서 보상을 받는 것입니다. 이래야만 왕의 나라가 보존될 수 있습니다.”
초나라 왕은 진진의 말을 듣지 않고 끝내 군사를 일으켜 장군 굴개로 하여금 진나라를 공격하게 했다. 진나라와 제나라는 함께 초나라를 쳐 초나라 군사 8만을 참하고 장군 굴개를 죽였으며, 마침내 단양과 한중의 땅을 빼앗고 말았다. 초나라는 더욱 많은 군사를 출동시켜 진나라를 기습했으나 남전에서 크게 패하고 말았다. 이에 초나라는 두 성을 내어 준 뒤 진나라와 화친을 맺었다.
그 후 진나라는 초나라의 검증 땅을 얻기 위해 무관 밖의 땅과 바꾸자고 압박했을 때 초나라 왕이 말했다.
“땅을 바꾸고 싶지 않으나 만일 장의를 내준다면 검증 땅을 바치겠소.”
진나라 혜왕은 장의를 내주고 싶었으나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는데, 그것을 안 장의가 자청하고 나섰다.
“초나라 왕은 그대가 상과 이 땅을 가지고 자신을 속인 것을 분하게 생각하고 있소. 그대를 달라고 하는 것은 틀림없이 그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함일 것이오.”
장의가 말했다.
“진나라는 강국이고 초나라는 약소국입니다. 게다가 신은 근상이라는 사람과 친하고, 근상은 초나라 왕비인 정수의 마음을 사고 있습니다. 초나라 왕은 왕비 정수가 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들어주고 있습니다. 또한 신은 왕의 부절을 받들고 초나라 사신으로 가는 것이니 초나라에서는 신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설령 신을 죽인다 해도 진나라를 위해 검증의 땅을 얻을 수만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신이 바라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장의는 초나라로 가게 되었는데, 초나라 회왕은 장의가 오자 즉시 잡아 죽이려 했다. 이에 근상이 왕비 정수에게 말했다.
“왕께서는 장차 부인을 멀리하실 것입니다. 부인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무슨 말인가?”
왕비 정수가 물었다.
"진나라 왕은 장의를 총애하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구하려 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상용 땅의 여섯 고을을 초나라에 뇌물로 바치고, 미인을 골라 초나라 왕에게 시집을 보내며, 궁중의 가희를 궁녀로 보내려 합니다. 초나라 왕은 땅을 탐내 진나라를 받들 것이며, 진나라 여자를 총애하게 되어 부인을 멀리할 게 뻔 합니다. 그러니 왕께 장의를 석방하라고 주청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에 왕비 정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초나라 회왕에게 말했다.
“신하란 누구든지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칩니다. 왕께서는 진나라에게 땅을 주지 않았는데도 진나라가 장의를 보낸 것은 왕을 그만큼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왕께서 진나라에 답례도 하지 않고 장의를 죽인다면 진나라는 격노하여 초나라를 침공할 것입니다. 우리 모자가 강남으로 끌려가 진나라의 어육이 되는 일은 없도록 해주소서.”
회왕은 마음을 돌려 장의를 풀어주고는 예전처럼 후대했다.
옥에서 풀려난 장의는 초나라를 떠나기 전에 소진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초나라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진나라의 영토는 천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군사는 네 나라의 군사를 하친 것과 맞먹으며, 험준한 산과 황하를 끼고 있어 사방이 다 막힌 천혜의 요새입니다. 또한 용맹한 군사가 백만여 명이 있고, 전차 1천승에 기마 1만 필이 있으며, 비축해 놓은 식량이 산더미와 같고, 법령이 분명하여 군사들은 어려운 것을 잘 견뎌낼 뿐 아니라 목숨까지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군왕은 총명하고 엄격하며 장수들은 지모가 있고 용감하여 출병하지 않고서도 상산의 요새를 석권할 정도이니 틀림없이 천하의 척추를 꺾고 말 것입니다. 따라서 천하의 제후들 가운데 늦게 복종하는 자가 먼저 망하게 될 것입니다. 합종을 하는 것은 양떼를 끌고 맹호를 치는 것과 같습니다.
무릇 천하의 강국은 진나라가 아니면 초나라이고, 초나라가 아니면 진나라입니다. 두 나라가 서로 싸운다면 그 형세는 양립하지 못합니다. 왕께서 만일 진나라와 손을 잡지 않으시면 진나라는 군사를 풀어 의양을 칠 것이고, 그리되면 한나라 상군 땅과는 길이 끊어질 것입니다. 진나라 군사가 하동을 공격하여 성고를 탈취하면 한나라는 틀림없이 진나라에 복속할 것이며 위나라도 하께 움직일 것입니다. 진나라가 초나라의 서쪽을 치고 한나라와 위나라가 초나라의 북쪽을 친다면 초나라의 사직이 어찌 위태롭지 않겠습니까?
진나라는 서쪽으로 파와 촉 땅이 있습니다. 큰 배에 식량을 싣고 문산을 떠나 장강을 따라 내려오면 초나라까지는 약 3천 리가 되고, 배를 두 척씩 짝을 지어 병사 50명과 3개월분의 식량을 싣고 물을 따라 내려가면 하루에 3백리를 달릴 수 있습니다. 거리는 멀지만 소나 말의 힘을 이용하지 않고서도 열흘이 되지 않아 한관에 도착할 것입니다. 한관이 습격을 받으면 초나라의 경릉 동쪽은 모두 겁을 먹고 성을 지키는 형국이 될 것이고, 검증과 무군은 왕의 지배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또한 진나라가 전군을 몰아 무관을 나와서 남쪽을 친다면 북부와의 통로는 끊어질 것입니다. 진나라 군사가 초나라를 공격하면 석 달 내에 위기가 닥치겠지만 초나라가 제후들의 지원을 얻으려면 반년 이상이 걸립니다. 그때는 구원을 하려고 해도 손을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약소국의 구원을 기다리며 힘이 센 진나라의 위협을 잊고 있는 것이야말로 신이 왕을 위해 걱정하는 바입니다.
진나라가 15년 동안이나 함곡관을 나와 제나라와 조나라를 치지 않은 것은 천하를 병합하려는 야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초나라와 진나라가 한중에서 싸울 때 초나라가 패하여 열후와 집규(군왕 아래의 귀족과 벼슬아치)인 자만 해도 70여 명이나 죽고 마침내 한중의 땅을 빼앗겼습니다. 왕께서는 크게 노하시어 군사를 되돌려 진나라를 습격한 나머지 남전에서 다투었습니다. 이는 이른바 두 마리 호랑이가 서로 싸우는 격인데, 이로 인해 두 나라는 모두 피폐해지고 이를 엿보고 있던 한나라와 위나라가 그 뒤를 친다면 이보다 더 위험한 계책이 어디 있겠습니까? 왕께서는 부디 이 점을 깊이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진나라가 출병하여 위나라 양진을 공략하면 천하의 심장을 누르는 격이 됩니다. 만일 왕께서 전 병력을 이끌고 송나라를 치면 몇 달도 채 되지 않아 점령하실 것입니다. 이어 동쪽을 공격하면 사수 열두 제후는 모두 왕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
천하의 제후들과 합종을 약속하고 그 맹약을 지키도록 한 자는 소진입니다. 소진은 무안군에 봉해져 연나라의 재상이 되자 연나라 왕과 은밀히 짜고 제나라를 친 뒤 그 땅을 양분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연나라에 죄를 진 것처럼 꾸미고는 제나라로 달아났습니다. 제나라 왕은 그를 받아들여 재상으로 삼았습니다. 이태 후 소진의 음모가 발각되자 제나라 왕은 크게 노하여 그를 저잣거리에서 거열형에 처했습니다. 일개 사기꾼에 불과한 소진을 통해 천하를 경영하고 제후들을 합종하려고 했으니 실패하리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지금 진나라와 초나라는 국경이 인접해 있으니 그 형세로 보아 실로 가깝게 지내야 할 사이입니다. 왕께서는 진실로 신의 주청을 받아주신다면 진나라의 태자를 볼모로 보내겠습니다. 초나라에서도 태자를 볼모로 보내십시오, 또한 공주를 왕의 희첩으로 보낼 것이며 만호의 도읍을 탕목읍(천자가 제후에게 하사하는 땅)으로 바치겠습니다. 그리되면 왕의 나라와는 형제지간이나 다름없이 지내게 되어 서로 영원히 침략하는 일이 없게 될 것입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이보다 더 좋은 계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에 회왕은 이미 장의를 수중에 넣은 터여서 검증 땅을 떼어 진나라에 주기가 아까워 장의를 용서하고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
굴원이 말했다.
“왕께서는 장의에게 속으셨습니다. 이번에 장의가 온 것을 보고 신은 대왕께서 그를 삶아죽이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그를 죽이지 않으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됩니다.”
희왕이 말했다.
“장의를 용서해 주고 검증 땅을 갖는 편이 더 이롭소. 일단 장의와 약속한 이상 깰 수가 없소.”
그리고는 장의를 용서한 뒤 진나라와 화친했다.
(다음 호에 계속, 정리 송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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