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청해진에서 뱃길로 1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는 강진의 포구는 사실상 청자를 싣고 중국과 일본으로 통하는 국제항이었다. 장보고 선단은 단순히 웨저우요 도자기를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작 기술도 함께 가져왔는데, 이는 한반도에 초기 청자의 기술을 전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강진요는 처음엔 호족들의 개인요로 출발되었다고 평하는 학자들이 있는데, 그러나 새로운 고려 지배체제로 들어감에 따라 강진요를 운영해온 호족들보다는 고려 국가의 의지대로 운영되었다는 것이 크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쨌든 고려시대에 강진 지방에는 대구소와 칠량소가 설치된 특수행정구역으로사 고려시대 고급청자 생산의 중심지였다.
이렇듯 고려청자가 발전하게 된 것은 장보고 선단의 청자 기술보급 때문이었다. 그리고 강진만에 자리한 포구도 크게 한 몫을 했다.
강진만은 탐진강의 하류에서 시작된다. 동으로 군동면, 칠량면, 대구면, 마량면과 서쪽으로 강진읍, 도암면, 신전면, 그리고 해남반도 동변 사이의 바다인데 남으로는 완도의 고금도와 완도에 이르고 있다.
백제시대에는 도강현(道康縣 병영일대)이 본래 백제의 도무군(道武郡)이었다. 신라 때에 양무(陽武)로 고쳤고, 고려 때에 도강현으로 고쳐 영암군에 예속시키면서 감무를 두었다. 탐진현(耽津縣 현 강진읍과 대구면 남부지역)은 본디 백제의 동음현(冬音縣)이었으나 신라 때에 양무군(陽武郡)에 예속시켰다. 고려 때에는 영암군에 예속되었으나 그 후 장흥부에 예속시켰다.
조선시대 태종 17년(1417)에 병마도절제사의 영(營)을 도강(道康)의 옛 치소(治所)에 옮겼는데, 이때 도강과 탐진 두 현을 합치니 강진이 되었고 탐진을 치소로 하였다. 세종 11년(1429)에 도강의 송계(松溪=영계)로 옮겼다가 성종 6년(1475)에 탐진의 옛 치소로 돌아왔다.
완도는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함으로써 비로소 역사적인 땅이 될 수 있었다. 고종 33년(1896) 영암, 강진, 해남, 장흥 등에 속한 유인도 75개와 무인도 135개를 통합하여 완도 군내리에 완도군청을 세우기 전까지는 도서 경시 정책으로 인해 완도에 행정편제가 세워지지 않았다. 고려시대부터 인근의 군역에 속해 있던 완도는 백제시대에 현 해남군역인 세금현(현산면)에 속했다가 통일신라에 역사적 무대에 오른 것이었다. 그것은 장보고가 흥덕왕 3년에 1만 명의 군사로 청해진을 설치하여 해적을 물리치면서 해상권을 장악하였고, 무역의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권력투쟁에서 장보고가 비명횡사를 하게 되자 문성왕 13년에 청해진을 폐지하고 주민을 벽골군에 강제 이주시키면서 완도는 공도화되고 말았다. 고려 현종 때 각 섬을 3분하여 동부는 강진군에 속하게 되었고, 금일면은 장흥군에, 서남부는 영암군에 귀속되었다.
1) 구십포(九十浦)
구십포는 구시포라고도 하는 데 이는 발음의 편의에 따라 그렇게도 부르고 있다. 구십포는 강진현에서 마량까지의 구십리를 뜻한다. 구강포(九江浦)라는 말은 강진읍 남포리와 덕남리. 도암면의 만년리. 군동면의 삼신리, 칠량면의 송로리에 걸쳐 있는 포구로 탐진강으로 흐르는 지류이기도 하고 입구를 말한다. 즉 아홉 개의 내(川)가 합류하는데서 유래된 것이다. 그러므로 구강포는 구십포의 또 다른 별칭이기도 한다.
「신동국여지승람」에 구십포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근원은 월출산에서 나와 남쪽으로 흘러 현 서쪽의 물과 합쳐 구십포가 된다. 탐라(耽羅)의 사자가 신라에 조공할 때에 배를 여기에 머물렀으므로 이름을 탐진(耽津)이라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려의 박충좌(朴忠佐)가 일찍이 승평군(昇平郡)에서 놀 때 기생 벽옥(碧玉)과 정분이 있었는데, 안렴사(按廉使)가 되자 벽옥이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구십포에 와서 슬퍼하면서 시를 지었다.
“구십포에 밀물이 지려는데 푸른 솔 붉은 나무는 지난 해에 지나간 곳이로다. 지금 부질없이 깃발에 싸여 지나가는데, 누각 위에는 이 행차를 바라보는 사람이 없도다.”하였다.
위의 기사는 모호했던 탐진과 남포 구십포의 관계를 정리하여 주고 있다. 구십포는 현 남쪽 6리의 위치로 보아 현재의 남포임을 알 수 있고, 남포가 바로 탐진임을 알 수 있다.
2)남원포(南垣浦)
남원포는「신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현(縣) 남쪽 57리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현 마량면 원포리 원포마을로 ‘땅개’라고도 불리운다. 북쪽으로 봉태산(358m)이 병풍처럼 북풍을 막아주고 있고 남쪽에 제방이 막아지기 전까지는 바닷물이 들어왔다. 원포의 남쪽에 있는 숙마(宿馬) 마을은 현 완도의 각 섬의 목장에서 건너오는 말이 묵어가는 곳이었다. 마량이 조선 시기에 마도진이 설진되기 전에 남원포가 포구의 기능을 갖고 있었다. 숙마마을 앞에는 말에게 물을 준 방죽샘이 있었으나 개담공사로 없어진 상태이다.
3) 마량(馬梁)
강진군 마량면 마량마을로서 완도의 고금도로 건너가는 나루로 ‘마돌목’ ‘마들’ ‘마두’라고 한다.
마량에 초기 설진 년대는 분명하지 않지만 조선국 초 마도진(馬島鎭)이 설치되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관방(關防)은 마도이다. 병선이 머무른다”라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고, 마도진에 관한 기록은 숙종 23년(1697)에 처음 보이는데 내용은 “장흥부(長興府)에 고기잡이 하는 사람 18명과 마도진의 군사 11명이 배가 파손되어 빠져죽었다”는 것이다.
단종 원년에는 “계점곶에 토비(土肥)를 주어 풀이 잘 자라게 해 목장을 만들었다. 목장의 둘레는 90리이다”에 언급된 목장들의 말의 상륙지로 기능을 하였던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되는 것은 마량의 근동에 숙마(宿馬), 원마(元馬), 백마(白馬), 음마(飮馬)라는 지명이 있기 때문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2006.9)에서는 “강진 마량-제주간 고대뱃길을 재현하는 행사에서 강진군에 조랑말 2마리가 기증되었다. 수 천 년 전부터 통나무 떼배로 제주=강진을 오갔던 선조들과 함께 제주말이 육지 첫 발을 내딛었던 마량과의 인연으로 제주말 생산자협회가 기증했다. 마량항은 고려와 조선시대 제주도에서 공출한 제주마가 육지에 도착하는 종착지로 지금도 숙마, 신마 마을 등 관련지명이 남아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학계에서는 마량이 제주도 말의 상륙지일 것이다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는 제주도 말이 건너왔다는 명확한 기록이 존재하지 않고, 둘째는 고고학의 증거물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말을 운반할 때 배의 균형을 잡고 전복을 막기 위해서는 뱃바닥에 현무암을 싣고 와서 돌아갈 때는 그것을 버리고 곡식을 대신 선적하는 데 마량에서는 현무암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해남의 이진에서는 현무암이 선창가에서 대량 발견되고 있다. 셋째는 ‘량’이라는 뜻은 가까운 바다나 강을 건너는 나루터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먼 바다의 나룻가는 포(浦)를 쓰기 때문이다. 넷째는 고지도에서 제주와의 뱃길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해동여지도(정조=순조 발행), 1872지방도 등을 볼 때 마도진의 뱃길은 현 완도의 섬으로 그려져 있고, 여지도첩(輿地圖帖)에 제주까지의 뱃길은 해남-제주로 연결이 되어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마량은 제주도 말이 건너오는 ‘량’보다는 당시 강진의 소속 섬인 신지, 고금, 조약 완도에 목장이 설치되었을 당시에 그 말들의 상륙지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일부 학계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4)미산포구
강진 대구면 고려청자집단요지의 항구로 추정되는 곳이다.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미산마을의 들몰 남쪽에서 서쪽으로 조그만 섬 같은 동산 사이이다. 미산 마을 남쪽에 흐르는 대구천은 천태산 골짜기에서 발원하여 강진초기청자요지가 있는 용운리 사당리와 걔율리의 난산마을 서편을 지나 백사마을 북쪽에서 바다를 이룬다. 제보자들에 의하면 대구천의 현재 물길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별도로 사당리 앞을 지나는 물길과 북쪽산에서 흐르는 냇물이 있어 대구천의 해상입구부분에서 합류되었다고 한다. 청자전시관이 있는 앞 일대를 3m 이상을 파고 들어가도 냇물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퇴적지임을 알 수 있는데, 옛날에는 물길이었음을 알게 해주고 있다. 대구천의 해발고도를 조사한 결과 계치교 하단 27m, 난산마을 시멘트 냇가길 19m, 장터 옛다리 13m이었다.
이를 감안하여 보면 강진청자요지의 항과 현 대구천의 물길은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난산마을 위에 위치한 용운리 계율리는 고도가 높아 뱃길이 불가능한 지역이며 장터거리는 거의 해상에 가까운 위치이나 가마터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대구면 청자요지의 선창 해상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의 제보에 의하면 ‘들몰’마을의 남쪽에 이종현씨 옛집이 있었는데 그 근처까지 바닷물이 들어왔고 ‘배미테’라고 불렀다. 지금도 과연 뻘이 나온다고 하였다. 간척되기 전 근대까지는 들몰에 뱃길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다. 또 배미테는 들몰마을보다 고도가 낮은 곳으로 해발고도는 7m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서쪽 400m에는 작은 섬이 있는데 현재는 1930년대 초반에 막은 제방으로 연결 간척되어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고려시대 요지의 해상 항구는 주민들의 제보와 같이 청자전시관과 작은 동산(들판) 사이에 작은 물길이 퇴적전에 있었다면 고려자기 항구는 들몰과 동산사이(거리 500m)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보고 시대의 포구조사에서 발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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