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열전(1)
이사는 초나라 상채 출신으로 젊은 시절에는 군대에서 하급 관리로 일했다. 그는 관청 변소의 쥐들이 더러운 것을 먹다가도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가면 놀라 달아나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 그런데 창고에 있는 쥐들은 저장해 놓은 곡식을 먹고 큰 집에서 살면서 사람과 개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를 본 이사가 탄식하며 말했다.
“사람이 현명하다거나 불초하다고 하는 것은 쥐와 마찬가지로 몸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렸을 뿐이다.”
그러고는 순경을 섬겨 제왕의 학술을 배웠다. 학업을 마친 후 그는 초나라 왕은 섬길 만한 자가 못 되고, 육국은 모두 힘이 없어 공을 세울만한 나라가 못 된다고 여기고 서쪽의 진나라로 가려 했다. 그는 순경에게 하직 인사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때를 만나면 지체 없이 일을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제후들은 세력을 다투고 있고, 유세객들은 각국의 정사를 좌우하고 있습니다. 또한 진나라 왕은 천하를 병탄하여 제왕이라 칭하고 천하를 다스리려 하고 있습니다. 벼슬 없는 선비들은 지금이야말로 분주히 돌아다녀야 할 때로, 부귀를 얻을 절호의 기회입니다. 비천한 지위에 있으면서도 아무런 계책을 세우지 않는 것은 마치 짐승이 고기를 보고도 곁에 사람이 있다 하여 참고 지나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비천하고 곤궁한 처지에 있으면서도 세속을 비난하고 명리를 혐오하며 스스로 무위의 경지에 안주하는 것은 선비의 마음이 아닐 것입니다. 저는 서쪽 진나라 왕에게로 가 유세를 하려고 합니다.”
이사가 진나라에 도착할 무렵 장양왕이 죽었다. 이사는 진나라 재상 여불위에게 가 그의 가신이 되었다. 얼마 후 이사의 현명함을 깨닫게 된 여불위는 그를 왕의 시종관으로 천거했다. 이로써 유세할 기회를 얻은 이사는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남의 허점을 파고들지 않고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기회를 놓칩니다. 큰 공을 이루는 자는 상대의 허점을 틈타 과감하게 일을 추진합니다. 옛날 진나라 목공께서 패업을 이루고도 끝내 동쪽의 여섯 나라를 병합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그것은 제후들이 아직 많고 주나라 왕실의 덕망이 사라지지 않아 춘추오패가 연이어 흥기하면서 주나라 왕실을 받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나라 효공 아래로 주나라 왕실이 쇠약해지고, 제후들은 서로 병탄하여 함곡관 동쪽에는 여섯 나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진나라가 승세를 타서 제후들을 다스리는 것도 벌써 6대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제후들이 진나라에 복속하는 모양은 마치 일개 군현과도 같습니다. 진나라의 강성함과 대왕의 현명함을 합치면 부뚜막의 먼지를 쓸어버리는 것처럼 쉽게 제후들을 멸망시키고 제업을 이루어 천하를 통일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만세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입니다. 지금 서두르지 않는다면 제후들은 다시 강성해져 합종을 약속할 것입니다. 그러면 황제처럼 현명한 분이 계신다 해도 제후들을 병탄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진나라 왕은 이사를 관리 중의 우두머리인 장사(長史)에 제수했고, 그의 계획을 받아들여 모사들에게 온갖 보물을 주어 제후국에 가 유세하도록 했다. 제후국의 명망가들 중에서 회유가 가능한 인사에게는 후한 선물을 주어 결탁하고, 회유가 통하지 않는 인사는 칼로 찔러 죽여 군신 사이를 이간했다. 이어 뛰어난 장수를 보내 토벌토록 했다. 진나라 왕은 이사를 객경으로 삼았다.
그 무렵 한나라의 정국이라는 자가 한나라에 와서 대규모 관개용 운하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진나라의 국력을 소모시키려는 음모임이 드러나자 진나라 종실과 대신들이 모두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후국의 출신으로 진나라를 섬기는 자들은 대개 자기 나라 군주를 위해 유세하며, 진나라의 군신 사이를 이간할 뿐입니다. 청컨대 제후국에서 온 자들을 모조리 추방하시기 바랍니다.”
초나라에서 온 이사 또한 추방자 명단에 들게 되자 이사는 진나라 왕에게 글을 올렸다.
신이 듣건대 관리들의 건의로 제후국에서 온 자들을 추방하기로 했다 합니다. 이는 잘못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옛날 목공은 인재를 구하면서 서쪽의 융에서 유여를 데려왔고, 동쪽의 완 지방에서는 백리해를 데려왔으며, 송나라에서는 건숙을 맞아들였고, 진나라에서는 비표와 공손지를 데려 왔습니다. 이 다섯 사람은 진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목공은 그들을 등용하여 스무 개 나라를 병합하고 마침내 서울을 제패하였습니다.
또한 효공은 상앙의 법을 받아들여 풍속을 고쳤던 까닭에 백성들은 부유해지고 나라는 부강해졌으며, 백성들은 기꺼이 나라를 위해 힘을 바치고 제후들은 복속해 왔습니다. 마침내 초나라와 위나라를 격파하여 천 리나 되는 땅을 넓혔으니 그 공은 지금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소왕은 범수를 얻어 양후를 폐하고 화양군을 추방하여 왕실을 튼튼히 하고 열후의 세력을 막았으며, 제후들의 땅을 잠식하여 진나라가 제업을 이루도록 하였습니다.
이 세 분의 군주는 모두 빈객을 등용하여 성공했습니다. 만약 이들이 빈객을 받아들이지 않고 선비를 멀리했더라면 나라에는 부유함과 이로움이 따르지 않았을 것이며, 강대하다는 명성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곤륜산의 명옥을 손에 넣으셨고, 수후의 진주와 화씨벽을 갖고 계시며, 명월의 진주를 달고 계십니다. 또한 태아의 명검(월나라의 유명란 장인인 구야자와 오나라 장인인 간장이 함께 만든 검)을 차고 계시고, 섬리의 명마를 타며, 물총새와 봉황의 깃으로 만든 기를 세우셨고, 영타의 북(악어가죽으로 만든 북)을 걸어 놓으셨습니다. 이 갖가지 보물 중 진나라에서 나는 보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대왕께서는 그것들을 좋아하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그러나 지금 사람을 등용하는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부를 묻지 않고 곡직도 따지지도 않은 채 진나라 사람이 아니면 쓰지 않고 추방하려 합니다. 결국 주옥은 소중히 여기고 인재는 가벼이 여기는 것입니다. 이는 천하를 통일하고 제후를 제압할 수 있는 길이 아닌 것입니다.
신은 “땅이 넓으면 곡식이 많이 나고, 나라가 크면 백성이 많으며, 군대가 강하면 병사가 용감하다”고 들었습니다. 태산은 한 덩어리의 흙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높을 수 있고, 하해는 작은 시냇물도 가리지 않기 때문에 깊을 수 있으며, 제왕은 뭇 서민도 버리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덕을 빛낼 수 있습니다. 지금 진나라는 백성을 버려 적국을 이롭게 하고, 빈객들을 배척하여 제후들을 섬기게 하며, 천하의 선비들을 감히 서쪽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른바 “적에게 무기를 빌려 주고 도적에게 식량을 내주는 것”과 같습니다.
진나라에서 나지 않는 물건 중에도 진귀한 것이 많으며, 진나라에서 나지 않은 사람 중에도 충성을 바치려는 자가 많습니다. 지금 빈객들을 추방하여 적국을 이롭게 하고, 백성들에게 손해를 끼치어 원수에게 이익을 주며, 안으로는 공허해지고 밖으로는 제후들의 원한을 산다면, 나라가 태평하기를 바란다 해도 그리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진나라 왕은 즉시 빈객을 추방하라는 명을 취소하고 이사를 복직시킨 후 그의 계책에 따랐다. 이사는 벼슬이 정위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20년 뒤, 진나라는 마침내 천하를 통일하고 왕을 높여 황제라 불렀으며, 이사는 승상이 되었다.
이사는 군현의 성벽을 허물고 무기를 녹여 다시는 사용하지 않을 뜻을 천하에 천명했다. 공신들 또한 제후로 삼지 않았으니 이는 후세에 내란의 우환을 없애기 위함이었다.
시황제 34년, 함양궁에서 주연을 베푸는데 박사 복야, 주청신 등이 시황제의 성덕을 칭송했다. 그때 제나라 사람 순우월이 앞으로 나아가 간했다.
“신이 듣건대 상나라와 주나라가 약 천 년 동안 지속된 것은 자제나 공신을 제후에 봉하여 왕실을 보좌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천하를 통일하셨는데도 자제분들은 일개 필부의 신분입니다. 이러다가 제나라의 전상이나 진나라의 육경이 일으킨 것과 같은 화를 당한다면 어느 신하가 보필하여 나라를 구하겠습니까? 이런 일이나 옛것을 거울로 삼지 않고 오래 지속되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주청신 등이 대왕 앞에서 아첨을 하며 대왕으로 하여금 과오를 저지르게 하니 충신이라 할 수 없습니다.”
시황제는 그의 제의를 이사에게 맡겨 처리하도록 했다. 승상 이사는 그 제의가 황당하여 받아드릴 것이 못 된다고 여기고 이렇게 글을 올렸다.
옛날에는 천하가 흩어지고 어지러워도 능히 통일하는 자가 없었습니다. 이에 제후들이 나란히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옛일을 거론하며 지금을 해롭게 하고, 허황된 말로써 현실을 어지럽혔습니다. 또한 자신이 배운 것을 가장 좋다고 하며 왕이 정한 법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천하를 통일하여 흑백을 판별하는 기준을 세우시고, 천하에 한 분의 황제만 있게 했습니다. 그러나 사사로이 학문하는 자들은 서로 모여 법률과 교육 제도를 비난하고, 새 법령을 내리기만 하면 자신들이 배운 것을 들고 나와 비판합니다. 집에 가서는 마음속으로 비난하고 밖에서는 여럿이 함께 길거리에서 논의합니다. 그들은 군왕을 비난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법령과 맞서는 것을 고명하다고 여기며 무리를 지어 조정을 비난합니다. 이런 것을 금하시지 않으면 위로는 대왕의 권위가 떨어지고, 아래로는 당파가 형성될 것이니 금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바라옵건대 모든 문학과 <시경>과 <서경>과 백가의 저작물들을 몰수하여 불태우고, 명을 내린 지 30일이 지나도 태우지 않는 자는 이마에 먹물을 들이는 형에 처해 장성 쌓는 일을 하게 하십시오. 다만 의약, 점서, 농사에 관한 책은 태우지 마시고, 이를 배우려는 자가 있으면 관리를 스승으로 삼으면 될 것입니다.
시황제는 이 건의를 받아들여 <시경>, <서경>, 백가의 저작물들을 몰수하여 태워버렸다. 이로써 백성들을 무지하게 만들어 옛것으로써 지금의 것을 비난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법도를 밝히고 율령을 정한 것도 모두 시황제부터 시작되었다. 또한 문자를 통일했으며, 이궁과 별관을 지었다. 그 이듬해 황제는 천하를 순행하고, 밖으로는 사방의 오랑캐를 몰아냈다. 이 모든 일에 이사의 힘이 컸다.
이사의 맏아들 이유는 삼천군의 태수가 되었다. 다른 아들들도 모두 진나라의 공주를 아내로 삼았고, 딸들은 모두 진나라의 공자들에게 시집갔다. 한번은 이유가 휴가를 얻어 도읍 함양으로 돌아오자 이사가 집에서 술자리를 베풀었다. 이에 문무백관이 모두 와서 그를 축하했다. 이때 이사의 집 앞에는 수천 대의 수레가 서 있었는데, 이사가 이를 보고 길게 탄식하며 말했다.
“아! 나는 순경에서 ‘사물이 너무 번성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들었다. 나는 초나라 상채의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대왕께서는 내가 불민한 줄도 모르고 나를 높은 지위에 앉혔다. 이제 신하 가운데 나의 위에 있는 자가 없으며 부귀도 극에 달했다. 사물은 극에 이르면 쇠하기 마련이거늘 장차 내 앞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구나.”
시황제 35년 10월, 황제는 회계를 순행하고 바닷길로 북쪽 낭야에 이르렀다. 이때 승상 이사와 수레를 담당하는 부새령의 직무를 겸하며 수행했다.
그 무렵 시황제에게는 아들이 20여 명 있었다. 맏아들 부소는 여러 차례 직간을 마다하지 않아 시황제는 그를 멀리했다. 결국 시황제는 부소를 상군의 군대 감독관으로 보내기에 이르렀고, 그 휘하에는 몽염을 장수로 두었다. 반면 막내아들 호해는 황제의 총애를 받았는데, 그가 아버지를 수행하겠다고 자청하자 시황제가 허락했다. 다른 아들들은 아무도 수행하지 못했다.
그해 7월 사구에 이르자 시황제의 병이 위중해졌다. 시황제는 맏아들 부소를 생각하고 조고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써서 부소에게 보내도록 했다.
군권은 몽염에게 맡기고 속히 돌아와 함양에서 내 유해를 맞이하여 장례를 치르도록 하라!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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