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生涯) 마지막 승부(勝負) (1)
이형문(수필가)
세월(歲月)은 속일 수 없는 함정(陷穽)
돌아온 길을 다시 보니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이 누구나 하는 말 가운데 내가 만일, 십년만 더 뒤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가정해 볼 때 “과연 무엇부터 해 볼까?”라고 생각이 들것입니다. 필자의 소박한 생각도 같아 큰 욕심 없이 몇 가지 생각을 하여 봅니다.
1) 어중간하게 못다 한 영어(英語)와 일어(日語)공부를 해보고, 2) 산더미같이 읽지 못한 책들을 독서 해보고 싶고 3) 성경공부와 다른 종교서적을 더 깊이 탐독하고 싶으며 4) 악기 하나라도 잘 배워 보고 싶고 5) 아내와 둘이서 가보지 못한 곳 여행으로 끝없이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가보고 싶다. 6) 나의 배우자에게 좀 더 잘 해주고 싶고 7) 체중 조절로 운동을 하며 사는 동안 아프지 않도록 해야겠다. 8) 교회에 봉사하는 일과 어려운 독거노인들을 찾아 가보고 싶다 9) 남은 생애(生涯) 눈을 감을 때까지 앞으로 책 몇 권을 더 쓸 수 있을까? 10) 가까운 친구나 친척들을 함께 자주 만나는 날들을 갖고 싶다. 등등…
그렇게 평범한 일상의 해 오던 일을 리바이브 해 보고 싶다는 의욕의 바람이지만, 그것은 생각 뿐 돌아갈 수 없는 그 길을 우리는 오늘도 그 함정(陷穽) 속에서 총알 같은 날들이 달아난다고 원망하며 속고 살아가는 연약한 존재(存在)에 불과합니다. 이상 나의 열 가지 생각이 꼭 젊어야만 하는 조건은 아니나 이제 나이 들어 ‘후회 섞인 말’을 할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좀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이 들 때 그중에서 한두 가지라도 시도해 시작할 수 있는 정신이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나이 들어 당신과 가는 날까지 함께 동행(同行)하면서 서로 위로받고 살아가지만 결국, 언젠가는 헤어져 뿔뿔이 떠나는 날은 신(神)의 뜻에 따를 수 뿐이 없겠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 본질(本質)자체가 외로움의 존재이기 때문에 남은 여생(餘生)이라도 좀 더 젊은 마음으로 아름답고 멋있고, 값지게 보내야 하겠구나 라는 다짐을 해 보게 됩니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하듯 가는 세월은 속일 수 없는 것이기에 나이 들수록 부드럽게 부러움을 사는 그런 늙은이의 모습이 돼야겠지요. 나이 들면 부지런한 사람이나 게으른 사람이나, 부자나 가난한 사람 할 것 없이 다 공평하게 찾아오는 것이기에 잘산다고 나만은 늙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우리의 삶이 3분의 1이 노후에 속하지만, 설마설마 하다가 속빈 강정 같은 날로 반복되기에 주어진 시간은 다 지나가고 재정비해 사용하면 삶의 가치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노후는 인생의 마지막 황금기로 값지게 그리고 당당하게 뭐든지 쉬지 말고 부지런히 배우고 한 가지라도 종교(宗敎)생활에 심취할 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우리가 겪는 것은 모두가 한 때일 뿐, 세상만사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세상사 지금이 어려운 고통이어도 지나 놓고 보면 그때 그곳에 그 나름의 이유와 의미가 있었음을 알게 되겠지요.
이 세상일에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우리들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우리 스스로 빠지게 마련입니다. 오늘 내가 살아있고 온갖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의지적(意志的)인 노력은 또 다른 열매가 될 것입니다.
자신의 입신(立身)을 위해 올챙이 때 도움 받아 개구리가 되었으나 나이가 들어도 도움 받은 은인(恩人)을 헌 신짝 버리듯 배신하는 것은 개만도 못한 짓입니다. 또한 자기 이익이 있는 곳엔 사냥개처럼 날 세고, 불이익이 있는 곳엔 솔개같이 사라지듯 약삭빠르게 없어지는 얌체 같은 인간이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요즘 세상이 하도 험해서 양두구육(羊頭狗肉)같은 개 가죽의 너울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늙은이는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이 나이든 분의 참된 모습입이다. 빛바랜 자기 자랑일랑 하지 말고 덤으로 살아가는 그 나이에 분별(分別)없이 날뛰며 무리하게 몸부림 쳐봐도 아무 소용없으니 조용히 사는 게 잘 사는 것입니다. 세월은 속일 수 없는 함정(陷穽)이니까요. 그 늙은이하면 그저 멋있고 품위(品位)있는 분이라는 말을 듣는 모습이 좋습니다. 자식에게 물려주는 재물(財物)보다는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떳떳이 자랑하며 대답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족보의 처신(處身)이라야 하겠습니다. 저분 천수(天壽)를 살다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아까운 분이었는데… 그 소리 듣고 가는 우리 인생이 돼야겠지요. 그것이 참다운 삶이요, 멋진 인생일 것입니다.
옛말에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삶은 산을 좋아한다(知者樂水, 仁者樂山)는 말같이 지혜로운 사람은 끊임없이 흐르는 물과 같이 유연하다는 의미에서입니다. 그처럼 사람이 나이 들어갈수록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귀한 품신(品身)이어야 합니다.
누구나 가는 길이기에 빈손으로 돌아가는 우리의 길, 내 한 몸뚱이를 하나님께 돌려드릴 때 감사하게 돌려 드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세상에 나와 베품의 삶을 얼마나 열심히 하고, 후회 없이 삶을 살아 왔는가? 메마른 이 사회에 작지만 하나의 빛이 되어주는 값진 늙은이가 되어왔는가? 급속도로 급변하는 사회와 이에 따르는 가치관의 변화가 이 시대의 노인은 준비 없이 가족 밖으로 물러나 버린 비극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효도(孝道)가 변화하는 시대에 따르지 못하고 낡은 전통으로 이들 젊은이들에게는 효도가 하나의 명에요 부담일 뿐, 가볍게 취급되는 현실 속에서 부모 공경법 (恭敬法)을 알도록 가르친다는 시대는 아닌 것 갔습니다. 그러니 효도사상(孝道思想)이 요금 시대에 현실(現實)이 아님을 이제라도 빨리 깨닫고 노후에 자식들에 의존(依存)한다는 정신을 버리고 스스로 준비하는 시간을 만들어 가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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