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많은 장자
장자 하면 으레 나비의 꿈을 생각하게 한다.
어느 따뜻한 봄날 장자는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어느 틈에 꾸벅꾸벅 졸다가 잠이 들었는데 장자는 벌써 나비가 되어 있었다. 나비가 된 장자는 자신이 나비가 되었다는 생각을 눈곱만큼도 하지 못했다. 시간이 얼마간 지나서 나비가 눈을 뜨자 어느새 장자로 돌아 와 있었다. 이때 장자는 깨달은 바가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내가 나비가 된 것일까 나비가 내가 된 것일까? 꿈이 현실일까? 현실이 꿈일까? 장자는 알 수가 없었다.
본래 장자는 꿈이 많았던지, 종종 꿈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꿈속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가 기분을 내고 눈을 번쩍 뜨기도 한다. “아니 이런 간밤에 술을 마신 것이 꿈이었단 말이냐?” 먼동이 트자 장자는 눈물을 흘렸다. 또한 꿈속에서 슬픈 일이 생겨 서럽게 울다가 아침이 되고 나서야 그것이 꿈이었음을 알고 난 다음에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보를 나가게 된다.
장자는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세상살이가 한바탕 큰 꿈임을 깨닫게 된다는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인생이 한낱 큰 꿈임을 깨닫고 나면 생활의 고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 한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장자의 선배격인 열자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어느 부잣집에 하인 한 사람이 있었다. 이 하인은 주인집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고된 일을 하고 있었다. 이 하인이 하루 종일 고된 일을 하고 있었지만 밤이 되면 어김없이 꿈을 꾸고 있었다. 꿈에서 자신이 주인이 되어 매일 밤 주인을 마구 부리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이 사람의 본 모습은 대체 어느 쪽일까? 반은 현실로서 주인집에서 호되게 고생 하지만은 나머지 반은 꿈속에서 주인을 마구 부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느 쪽이 참 모습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요컨대 장자는 인생의 현실을 꿈으로 보아야, 괴로움과 번민을 떨 처 버리고 잘 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세상을 일장춘몽으로 느낀 장자는 당연히 세속적인 욕심이나 출세 따위는 생각 할 겨를이 없었다.
일찍이 초나라 위왕이 장자가 훌륭하다는 말을 듣고 후한 예물과 함께 사자를 보내왔다.
“부디 우리나라에 와 주시요. 오신다면 금 천량과 함께 재상으로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장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금 천 냥은 큰 돈 이지요. 또한 재상이라고 하면 결코 낮은 벼슬이 아니지요.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십시요. 그대는 제사를 지낼 때 재물로 받치는 소를 본 적이 있으시지요? 신에게 받치기 전에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이고 희생(犧牲)으로 쓰기 위하여 화려하게 치장도 할 것이요. 하지만 종묘 안으로 끌려가 도살을 당할 때는 어떨 것 같소. 소는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소. 아름답게 치장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오. 내 생각은 이러하오. 당신 나라에 가서 재상 자리에 올라 화려한 옷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는 것도 좋지만 그 때문에 평생 동안 속박 되어 정신적으로 고달픈 인생은 살고 싶지 않소. 이렇게 딱 잘라 말 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얘기가 또 있다.
당시 전국시대 각국의 왕들은 부국강병을 위하여 훌륭한 인재들을 영입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장자의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그를 등용하기 위하여 초나라의 왕이 대부 두 사람을 장자에게 보냈다. 우리나라 정치를 맡길 터이니 부디 왕림해 주시시요. 복수강가에서 낚시질 하던 장자는 이 말을 듣고 왕의 사자인 대부에게 이렇게 말했다. 종묘 안에 큰 거북이가 있소. 이 거북이는 죽은 지 삼천년이나 지났다고 하더군요. 거북이의 처지에서 한번 생각해 보시요. 죽어서 뼈를 남기어 존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진흙탕에서 꼬리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살아있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일찍 죽어서 나라에 중대사가 있을 때 딱딱한 거북등으로 점을 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어서 돌아 가시요. 저 역시 죽어서 점을 치게 해 주기보다는 조금은 고되고 힘들더라도 사는 쪽을 택하겠소. 왕께 잘 말씀 드려 주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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