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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비엔날레 전시장면 |
2012년 강진고을 문화예술대상 수상자
강 운 화가
-작업 노트
나는 강진군 도암면 용흥리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1학년 봄 소풍을 다산초당을 지나 백련사로 가던 그곳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초당마루에 앉아 ‘민이 근본이다’ 다산의 가르침을 배우는 곳, 백련결사가 동백꽃처럼 맺혀 만덕사 고승의 독경소리에 눈물처럼 지는 곳, 청자의 신비스런 빛깔이 갓 잡은 전어에 배어 나오는 곳, 구강포 건너 아련히 다가오는 섬들이 절경을 이루며 강줄기와 바다가 만나 아름다운 산과 들에 후한 인심이 땅심으로 나오는 곳, 그곳이 내 고향 강진이다.
대학졸업 후 광주에서 해남으로, 담양에서 화순으로 작업실을 옮기면서 작업해 왔다. 작업실을 옮길 때마다 자신으로부터 그림의 변화를 요구했다. 졸업 직후에는 인간에 대한 상식이 깨어지며, 역사가 되는 순간을 형상화했다면, 근래에는 자유의지에 대한 개인적 체험과 몽상으로 선회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도심을 떠나 처음 머문 곳이 해남이다. 시골생활은 낯익은 풍경과 항상 마주치는 사람들 속에서 무료함과의 대결이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일상의 공간 속에서 드라마틱하고, 흥미로운 예술적 감성을 발견하게 된다. 변화무쌍 하면서도 변함없는 하늘,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구름, 밝음과 어둠을 지닌 빛, 유기적 역동성을 지닌 바람, 그리고 원초적 향수를 소재로 삼았다. 내가 하늘을 그리는 이유는 일상에서 느껴지는 쓸쓸하고 담백한 것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구름에서 찾고 있는 것은 추상적인 아름다움이다. 하늘이란 실체를 묘사하고 있지만 나는 거기에서 구름과 바람과 음영이 빚어내는 한 수의 서정시를 그려 보고 싶었다.
이 결과물로 포스코 미술관과 성곡 미술관에 많은 조명을 받으며 중앙무대로 데뷔했으며, 2000년 광주 비엔날레 본전시 ‘人+間’전과 일본 니가타 시립센터 갤러리, 우츠노미아 미술관에서 ‘보이지 않는 경계-변모하는 아시아 미술’ 순회전시로 일본 무대로 진출 했다.
쌈지 레지던시와 광주 시립미술관 레지던시를 거치면서 나의 작업은 빛과 소리를 부분적으로 투과시키는 한지의 특성을 통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태어나게 한다. 특히 캔버스 위에 한지의 겹침에서 우러나오는 백색은 또 하나의 무한공간이자 여백이다.
“ 맑은 남도 하늘의 풍광을 오래도록 화폭에 담아온 강운 작가의 최근 작품은 두께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얇은 한지를 작게 오려 붙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둔한 듯 또 예리하게 각이 서 있는 한지 조각들은 바람이 넘나드는 푸른 하늘의 생생한 결마저 느끼게 만듭니다. 작가는 끝없이 이어지는 작업 과정을 통해 하늘의 무한함에 다다르고, 보는 이들은 그 하늘이 열어주는 추상적인 순수함에 마음을 놓아버리고 맙니다.”
-경기도 미술관 쉼, 展 도록발췌-황록주(경기도 미술관 학예연구사, 미술평론가)
광활한 하늘은 이어 바다와 맞닿아 있다. 하늘빛이 내려앉은 물빛의 유희가
마음을 끌어당긴다. 내가 태어났던 곳에 대한 기억 속 이미지, 자연 속에서 언젠가 품었던 경이로운 감정들이 마치 거울을 보듯 하나의 결정체로 나타나길 바란다.
“강운의 작품에는 일체의 기교 없이 일획으로 긋는 최소한의 행위와 물과 종이, 그 사이 공기의 접촉에서 발생하는 순수에너지의 작용만이 존재한다. 작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그의 작업은 도자기를 굽는 것과 유사한 논리를 지닌다. 도자기가 ‘흙과 혼, 불의 조화’가 만들어낸 예술이라고 한다면 그의 예술은 ‘물과 혼, 공기의 조화’가 만들어낸 예술이라 명명할 만하다. 비가시적 자연의 에너지 상태를 드러내는 그의 행위는 창작의 의미와 예술의 개념 등을 포괄하는 예술에 관한 근원적 질문이다.”
-김희랑(광주 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여러 매체로 변화를 가지며 ‘침묵의 우아함’, 모리미술관, 일본, ‘프라하비엔날레4-회화의 확장’, 칼린홀, 프라하, ‘정신의 지형-2009 한국의 단면들’, 국립대만미술관, 타이쭝시, 대만 등등 국제적으로 활동 영역를 넓혔다.
구름은 가장 몽상적인 “시적 오브제”들 중의 하나이다.
나는 하늘과 구름을 모티브로 유화 작업에서는 시간과 공간 빛을 표현했고, 종이 작업에서는 바람의 정중동(靜重動)을 표현 했으며, 담채 작업에서는 농경 수묵 민족의 보편적인 감성과 지향점을 찾고 있다. 때론 예술의 품격은 추상적 개념이기 때문에 적당한 비유를 들어야만 그 추상적인 개념을 감성적으로 전달 할 수 있으라 생각된다. 자유롭고, 길 드려지지 않으며, 무엇이든 가능한 열린 세계, 구름의 유희, 자연의 유희, 본질적으로 시적인 그 유희를 사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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