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다 헤어지는 오묘한 인연(因緣)
이형문 (수필가, 영랑기념사업회 자문위원)
안개 같은 우리네 인생, 한 생을 살아가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합니다. 마치 중도 보고,소도 본다는 옛말 속담같이 별별 사람을 살아가는 장소나 환경에 따라 만나게 되지요. 그러나 인연은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오묘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좋은 인연을 악연으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소중한 당신과의 인연으로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고,서로 보듬고 아끼며 애착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이를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바람막이가 될 수 있는 그런 인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평생토록 첫 만남의 인연을 영영 버리지 못하고 죽는 날까지 깊게 남겨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늘 마주해도 덤덤하게 멀게만 느껴지는 그런 사람도 있는 반면, 만날 때는 즐거우나 돌아서면 잊혀 지거나 슬퍼지는 그런 사람도 있고, 또 영영 잊혀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남는 진한 정의 그런 사람도 있고, 고독할 때 함께 웃어주고 위로받을 수 있는 아주 편안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남이란 참으로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관이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만남에서 서로 마음을 같아지게 만드는 것이 참 중요하지요. 때로는 살아가다 보면 쓸쓸히 내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돌아서면 누군가 당신이 그리워 곁에 남아 서있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또 같이 있다고 해서 늘 내 곁에만 있으란 법도 없습니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나는 것이 인간들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기쁘다고 해서 애써 찾을 것도 없고, 피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면 오는 대로 그저 편안하게 자기 성품 그대로 따뜻하게 대하면 그뿐이겠지요. 정(情)은 외로울 때 그립고, 고마움은 어려울 때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행복할 때의 사람보다 불행할 때의 감싸주는 이웃이 더욱 감사하겠지요.
한 세상 스쳐 지나가는 인연처럼 보이다가도 조금만 가까이 알게 되다보면, 정이 들어 떨어지지 못하고, 함께 나날을 지내는 운명으로 여겨지는 사이가 될 수도 있고, 이 쓸쓸한 가을 어느 날 홀연히 떠나보낼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기억에 남는 그 한때를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상대를 대할까? 걱정할 것도 없고 지난 일들에만 매달릴 필요도 실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 누구나 멀리 외국에서 떨어져 있어 보면 그리움이 더욱 짙어지게 되기 마련입니다.
진실한 만남에서 상대와 솔직한 대화가 믿음의 신뢰와 사랑이 거듭날 때 얻어지는 행복함은 더욱 큽니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들에게는 반드시 그런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의 만남이 있게 마련입니다. 얄밉도록 미운 사람, 하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사람 또, 존경스런 사람, 한 때 사랑을 죽도록 했던 잊을 수 없는 그 사람. 이후 잠깐 보이다가 안개같이 다 떠나 가버릴 짧은 날들의 스쳐간 사람들… 그 추억을 못 잊어 달 밝은 밤 외로이 환상에 젖어 봅니다.
실상, 우리가 인생이 먼 항로의 긴 여행인줄로만 알고 살아가지만 어느덧 황혼의 문턱에 다다라 있고 맙니다. 그러니 시인들은 노래하기를 “바람 앞에 촛불과 같다”고 표현합니다. 채워지지 않는 헛된 욕망으로 우리 인간들은 언제나 다 제 잘난 맛에 착각하고 살아가지만, 지나놓고 보면 그것이 다 자기 수양부족과 인간 삶의 사명감을 모르고 주책없이 살아온 것을 후회하기도 해 봅니다.
달이 둥글고, 해가 둥글고, 지구가 둥글둥글하듯 모가 없이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마음이 참 중요합니다. 그러나 살다보면 그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법정스님은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것은 끈적거리는 애착과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과 불만족스러운 무거운 삶뿐이니 비울 것이 무엇이며 담을 것이 무엇인지? 어차피 이것, 저것도 무거운 짐인걸…”이라 했습니다.
가장 겸손한 사람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하여 감사하고 처신하며 사는 사람이라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종말을 기다리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가와서 이별이란 아쉬움만 남기고 갈 것이기에, 만났다 헤어짐의 참된 의미가 하나의 부분이듯이 단 그 순간들의 만났던 인연들에 충실했으면 그만이고, 그 크거나 작고 소중했던 만남에 족해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만남의 인연이란 참 귀하고 소중한 것입니다. 그러니 다 제 갈 길로 가면 그뿐이겠지요.
이별은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었고, 만남 때문에 헤어져야 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가득찬 정에 취해 아프기만 할 뿐입니다. 다시 볼 수 없어 먼 곳으로 떠나는 사람과 풀랫드홈은 서로의 가슴을 찢어놓는 아픔입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아름답다면, 보내주는 사람은 소중할 뿐입니다. 슬픈 만남에 고개 돌리지 않고, 설령 가야할 때라도 그냥 보내줄 수 있는 넉넉함 속에 만남의 시간을 기억하면서 아쉬움의 포옹으로 떠나며 미소 지으며 보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지요.
만났다 헤어짐의 그 오묘한 인연은 우리의 사람을 아름답게 가꾸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과 같은 것… 불행한 만남보다는 사랑과 행복을 위한 만남이면 더없이 좋겠지요. 이 험한 세상 서로 사랑하며 살아갑시다. 끝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