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국세청 재임시절 법과 원칙을 바로세운 전 1급 서울지방국세청장
강진출신 이주석 웅진그룹 총괄 부회장
제13회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직자 생활 시작
이주석 웅진그룹 총괄부회장이자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제13회 행정고시 출신이다. 3수를 해서 성균관대학교 공대 전기공학과를 다니다가 경제과로 전과를 한 다음 딱 2년 고시 준비 끝에 합격했다. 3학년 2학기 겨울방학 때 일이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열람하다가 문득 ‘고시계’란 잡지를 보게 됐죠. 그 잡지를 보니까 기 출제된 문제가 있어 풀어보니까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도시락 2개씩을 싸갖고 다니며 공부를 했는데, 2년 만에 합격을 했죠. 1973년의 일이었는데,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요.”
처음 말문을 연 이 청장은 잠시 고시공부를 했던 시절을 상기했다. 아침 6시에 집을 나서서 7시 30분이면 학교 도서관에 도착, 매일 12시까지 책과 씨름을 했다고 한다. 하루에 15~ 16시간 공부를 하니까 주변에서는 ‘별난 놈’ ‘독한 놈’이란 말과 함께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고시에 합격하자 국방부 감사관으로 발령을 받았다. 세상 물정을 모르던 때 1년 남짓 근무를 하다가 국세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국세청장은 고재일씨였는데, 국세청의 고급인력화 계획으로 고시출신 20명 정도를 영입했다. 그리고 30년 가까이 국세청에서만 일했다.
‘국세청 기획통’ 닉네임과 함께 지역 담당제 폐지 등, 국세청 개혁주도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었는데, 10년 이상 개혁작업을 하면서 첫 작품으로 지역 담당제를 폐지시켰죠.”
지역 담당제란 해당 지역 담당자 1명이 납세자에 대해 세금고지와 세무조사, 체납세징수 등을 도맡으면서 왕처럼 행세하거나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어 비리의 온상이 되었었다. 당시 지역 담당자들이 돈을 많이 번다는 풍문까지 나돌아 납세자와 세무공무원과의 접촉을 원천봉쇄하고, 접촉 기회가 가장 많은 부가세 신고지도업무를 계장급 이상의 관리자가 맡도록 한 일이었다.
“지역담당제 폐지는 국세 행정으로 보았을 때 엄청난 개혁이었죠. 주변에서는 우려를 많이 했죠. 그러다가 잘못되면 낭패를 보는 게 아니냐고 했지만 밀어붙였죠. 세수가 안 들어오면 내가 죽을 거라고까지 말을 해왔는데, 개혁이란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시 지역담당제는 사고가 많았다. 그것은 월급만으로는 제대로 생활을 할 수 없었던 열악함 때문에 더욱 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를 막기 위해 수당을 올리는 일까지 해가며 정착을 시킨 일은 이 청장에게 가장 큰 보람으로 남는다.
이 청장은 한 때 TFT(Task Force Tea) 팀장으로도 일했다. 현재 강진군에서도 황주홍 군수가 팀제를 운영, 조직의 활성화를 시키고 있지만, TFT란 중요한 일을 시작할 때 각 부서에서 능력 있는 인재를 선발, 임시 팀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기존 조직의 틀을 무시하는 새로운 조직은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기존 조직에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사안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그 팀장의 역할은 전체 조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다.
“기획통이란 닉네임은 머리가 좋아서 되는 게 아니고 열정을 가지고 하니까 되더군요. 어쨌든 본부기획담당으로 일하다보니 일선 세무서장은 못해봤고 서울시내 세무서장만 두 군데 해봤죠. 전혀 지방으로는 내려가 보지 못하고 있다가 DJ 정부 때 동서화합차원의 정책에 의해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지냈죠. 과장으로 승진하면 시골 세무서장을 거쳐야 하는데 세무공무원 교수부장직으로 발령받아 일하기도 했죠.”
이후 이 청장은 정부기관에서는 처음으로 콜 센터를 만들었다. 당연히 지역담당제를 이용하지 않고서도 전화로 얼마든지 세무관련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제도였다. 콜 센터 운영은 미국 국세청으로 가서 실재 공부를 한 후 추진한 일이었다. 신용카드를 세무행정과 연계한 것도 이 청장의 큰 업적 중 하나다. ‘영수증 주고받기’를 추진했으나 안 되자 ‘관행영수증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영수증 발급기계를 주어도 추진이 안 되고 있을 때 신용카드제가 도입되었다. 이 청장은 신용카드를 이용 카드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는 카드시스템을 시작했다, 신용카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세무행정개혁의 성공시대를 열 수 있었다. 과세표준양성화로는 당연히 우리나라가 1등이 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밥 한 그릇만 먹어도 카드를 내밀 정도여서 미국과 일본과는 다르죠. 카드를 사용할 때 자동으로 세수와 연결되기 때문에 절대적 기여를 했다고 봐야죠. 한국이 IT 산업 발전으로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는데, 세무행정 전반이 일본이나 미국보다 앞서 있죠. 그들이 한국에서 배워가니까요.”
국세청 요직 두루 거친 1급 행정가
국세청 소득세과 사무관으로 출발한 이 청장은 서울지방 국세청 법인세과장, 재산세과장에 이어 강동세무서장과 송파세무서장을 지낸 후 국세청 소득세과장, 재산세1과장, 법인세과장을 지냈다. 1998년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직세국장, 국세청 감사관을 지내다가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지냈다. 2000년에는 국세청 조사국장을 지내다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2001년에는 성균관대 경제학부 겸임교수도 지내기도 했는데, 호남출신으로는 유일하게 국세청 요직을 두루 거쳤다.
“호남출신으로 일하기가 힘들었지만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공직생활을 해왔죠. 우리 동기들에 비해 승진이 빨랐지만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좌절을 느끼기도 했죠. 그러나 인사청탁을 하거나 권력에 기웃거리는 일 없이 지내왔고, 특히 정치인과 가까이 지내는 일 없이 지내왔죠.”
국세청은 청장을 제외한 1급이 2인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일선 세무서장이나 국장급에서 끝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청장은 1급까지 승진했다.
“부산지방 국세청장을 1년 2개월 지낼 때 지역 국회의원한테 전화가 왔어요. 호남사람이 부산에 와서 부산기업 죽일거냐며 거칠게 항의를 해왔죠. 나중 알아보니 부산청 조사국에서 그 국회의원 지역구에 있는 건설업체를 세무조사 하고 있었나 봐요. 처음엔 네, 네 하다가 나중엔 아무 대꾸도 안했죠. 그랬더니 여보세요, 하기에 말씀 다하셨습니까? 그 일은 챙겨보겠습니다, 하고 끊었어요. 나중에 그 의원이 사과 전화를 해왔는데 진정성은 없어 보였어요. 그후 서울청장을 하고 있을 때 청탁을 해왔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해줬죠.”
이 청장의 청렴결백은 유명하다 일가친척의 청탁도 일체 들어주지 않을 정도여서 퇴직 후까지 불편하게 지내는 분위기다. 이 청장은 청탁을 피해 일요일이면 교회에 나가곤 했다.
“지금은 신앙생활을 않고 있지만 어쨌든 교회는 공직생활을 할 때 피난처가 되었죠.”
물론 술도 담배도 일체하지 않는 성품이다. 부산지방 국세청장 시절, 기관단체장 회의 때면 으레 폭탄주가 유행이었다. “그 때 송광수 검사장이 폭탄주 권한 사람은 생각 좀 해봐야겠다고 으름장을 놨어요. 그 후로 폭탄주가 없어지니까 참 좋았어요.”
이 청장이 부산에서 근무하던 시절, 호남향우들이 기를 펴고 살았다는 얘기는 부산향우들로부터 솔솔 들려오고 있다, 아무래도 경상남도, 부산, 울산, 제주까지 세무행정을 총괄하는 수장이 강진출신이었으니 그럴만한 일이다.
“주변에서 국세청장까지 해보고 퇴직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을 주변에서 해왔지만 후배들을 위해 떠났죠. 이런 말 있잖아요. 박수칠 때 떠나라고.”
YS 정부 때에는 ‘올해의 공무원’으로 선정되어 홍조근정훈장을 받기고 했는데, 그 때 포상으로 부부간 처음 해외여행을 해보았다고 한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시절과 웅진그룹 총괄 부회장
김앤장 로펌은 아시아에서도 유명하다. 우수한 인물들이 포진되었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김앤장 로펌에 들어가 일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공부를 한 것 같아요. 거기에서 5년 반 남짓 근무하다가 웅진그룹으로 옮겼죠, 김현장 로펌은 편하고 처우가 좋은데 사서 고생하느냐,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하지만 로펌은 사건처리를 하는 반면 기업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죠. 기업은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특히 웅진그룹은 전직 장 차관이 많이 가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큼 능력 있는 인재가 포진되어 있는 회사여서 더욱 보람을 느끼며 지내고 있죠.”
장녀 제50회 사법시험 합격
이 청장의 장녀는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줄곧 전교 1등을 해오더니 연세대 상대 경제과에 입학, 사시에 합격했죠. 그러나 본인이 원한다면 유학을 보내서 좀더 학문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1남 2녀를 둔 이 청장은 장녀의 사시합격과 더불어 변호사 활동에 대해 기뻐하기보다도 더욱 공부할 것을 원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한 가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로펌보다는 기업을 통해 경험을 쌓는 일이 자녀들에게는 물론 가까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얼핏 내비치는 성품으로 보아 가화만사성의 인물이 아닌가 느껴졌다.
1973년 행정고시 합격(13회)
1974년 국세청 소득세과 사무관
1985년 세무공무원교육원 주임교관
1987~1991년 서울지방국세청 법인세과장, 재산세과장
1992~1993년 강동세무서장, 송파세무서장
1993~1998년 국세청 소득세 과장, 재산세1과장, 법인세과장
1996년 세종대경영대학원 강사
1998년 서울지방국세청 직세과장
1998년 국세청 감사관
1999년 부산지방국세청장
2000년 국세청 조사국장
2001년 성균관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2003~2004년 서울지방국세청장
2004년 김&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
2006년 CJ문화재단 및 나눔재단 비상임감사(현)
2007년 국세공무원교육원 명예교수
2007~2011년 삼성증권 사외이사
2007~2011년 신세계 사외이사
2010년 웅진그룹 총괄부회장(현)
상훈:녹조·홍조근정훈장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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