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칼럼
A보좌관은 왜, 지역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가?
■ “송 기자! 법적 조치하겠다!”는 협박에 대해
지난 4월 30일 오전 9시 29분경 필자는 민주당 모 국회의원실 A보좌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통화내용은 간단했다.
A보좌관은 대뜸 “송 기자가 모 인사와 가까운 것 같으니까 법적 조치하겠다. 연락이 곧 갈 것이다.”라는 협박이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방적 통보였다.
필자는 지난해 1월 1일 00:00시 서울 종로1가 지하철 안에서 새해를 맞았다.
새해를 축하하는 들뜬 목소리들이 두런두런 들려오는 가운데, 한 사람(필자의 고려대 선배·前 YTN 정치부 기자)의 목소리가 지하철 칸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시민 여러분, 주목해 주십시오. 이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를 저지해야 합니다.” 같은 시각. ‘희망찬 새해’를 알리는 제야(除夜)의 종소리와 뜬금없는 박수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YTN을 사수합시다!”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그로부터 1년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한국 사회가 언론을 둘러싼 풀리지 않는 갈등 속에서 많은 이들이 환멸을 느끼며 지쳐가고 있다. 이러한 심정에 백배 공감하면서도, 아무리 지겨워도 듣고 말해야 하는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A보좌관은 국가의 녹봉(祿俸)을 받아 먹고 사는 공인(公人)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야 할 것이다. - “그대는 왜, 지역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가?”
■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는 불가분의 관계
언론의 자유는 이미 존 밀턴(John Milton, 1608∼1674)의『아레오파지티카』(Areopagitica, 1644)나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의
『자유론』(On Liberty, 1859) 등과 같은 고전 등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요건으로 언급되어 왔다.
현재에도 좌우를 막론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폭넓은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주의의 이론가들 중에서도 자유언론 또는 언론의 자유를 민주주의의 기본 요건으로 말하지 않는 경우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운데, 미국 예일대 정치학과 명예교수인 로버트 달(Robert A. Dahl)은 민주주의의 핵심적 특성으로서 “정치적으로 동등한 것으로 간주되는 시민들의 선호(preferences)에 대한, 정부의 계속적인 반응(부응)”을 제시했다.
그리고 모든 시민들은 ①그들의 선호를 형성할 기회, ②개별적 또는 집단적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선호를 정부와 다른 시민들에게 표현할 기회, ③그들의 선호가 정부의 행위에서 평등하게 취급될 기회, 즉 선호의 내용이나 출처 때문에 차별받지 않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Dahl)에 의하면 이 세가지 기회가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이며, 이 필요조건이 다수의 국민들에게 존재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 사항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①단체를 형성하고 거기에 가입할 수 있는 자유, ②표현의 자유, ③투표권, ④공직피선거권, ⑤정치지도자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할 권리, ⑥대안적 정보권, ⑦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⑧정부정책이 투표 및 기타 선호의 표현에 근거하도록 하는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표현의 자유’와 ‘대안적 정보권’은 직접적으로 언론자유에 속하는 것이며, 다른 사항들도 생각해보면 대부분 언론의 자유 없이는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운 것들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언론자유만으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선결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 뚜렷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언론
언론은 현대 사회에서 흔히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에 이은 ‘제4부’로 불린다.
제4부라는 말은 언론이 3부와는 성격이 다른 부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즉, 제4부로서의 언론은 3부, 특히 정치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오늘날의 언론은 객관주의를 표방하지만 사실상 뚜렷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언론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 구성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신문·방송과 같은 언론매체는 대중에게 정치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예를 들어, 쿠데타가 성공하려면 쿠데타 세력은 언론사를 먼저 장악하지 않으면 안 되고, 선거에서 이기기를 원하는 자는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을 최대한 홍보해야 한다.
사람들은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언론매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직접적이고 형식적인 교육을 통해서 보다는, 여러 매체를 통해서 간접적이고 비형식적으로 학습하는 것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언론에 의한 학습, 즉 사회화는 대개 그것을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비의도적으로 일어나는 일종의 ‘우연적인’ 학습이다.
특히 언론을 접할 때는 단순한 정보뿐만이 아니라 그에 대한 태도나 의견도 학습하게 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언론은 사람들에게 정치에 관한 일정한 가치, 관념이나 태도를 가르치고 결과적으로는 사람들의 정치행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언론의 역할은 권력을 획득하고자 하는 후보자들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언론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무비판적인 ‘수동적’ 대중을 양산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대중들은 언론에까지 무관심해질 수 있고, 따라서 중요한 정치적 도구인 언론의 힘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신문 구독률이나 뉴스의 시청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 매체의 힘이 약해지고 있더라도 매체의 다양화에 따라 그 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히 이들 매체는 자신들의 메시지를 개인의 삶 속에 더 가깝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발달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매체들에 둘러싸인 대중이 언론매체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 국방일보 기자
▲ 파이낸셜뉴스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 기자
▲ 중앙공무원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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