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위치정보 조회의 실체
박주익( 전남도청 근무·모란촌문학동인회원)
끔직한 흉악범죄가 늘고 있는 가운데 긴 시간 동안 자녀나
배우자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또 깊은 산속에서 조난을 당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면? 집 나간 가족을 찾고 싶다면?
이럴 때 쉽게 떠오르는 것이 휴대전화 위치정보 조회다. ‘휴대전화의 위치정보를 조회하면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알아보기로 한다.
목숨 살리는 휴대전화 위치정보 조회휴대전화 위치정보 조회 서비스는 위급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11월 14일 오후 5시쯤 전남 보성군에 있는 한 야산에서 길을 잃은 신모씨(53)에게 이 서비스는 목숨을 살려준 고마운 존재였다. 탈진 상태였던 그는 “산을 내려가다가 길을 잃었다. 날이 춥고 어두워 정확한 위치를 모르겠다”며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신고를 받은 전남소방본부 상황실은 신씨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조회해 본 결과 신씨가 천봉산의 이동통신 기지국 근처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신씨의 휴대전화가 GPS를 내장한 모델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선기지국으로부터 3~5㎞ 반경에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구조에 나선 소방대원은 신씨와 계속 통화하면서 산의 주변 특징을 파악했다. 결국 순천 주암호 쪽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무사히 신씨를 구할 수 있었다.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통해 자살을 결심한 자녀를 찾을 수 있었다는 한모씨(43)는 “119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덕택에 딸을 살릴 수 있었다”면서 “성적비관이나 우울증에 의한 청소년의 자살이 증가하고 있는데, 휴대폰 위치정보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위치정보 이렇게 파악한다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조회할 땐 일반적인 경우 기지국을 활용한다. 일반 휴대전화의 경우 시 외곽에선 3~5㎞, 도심에선 500m까지 확인할 수 있다. GPS 휴대전화의 경우엔 5~10m 거리까지 범위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 주인이나 2촌 이내의 친족, 후견인 등이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자살할 우려가 있거나 조난을 당한 경우 등 긴급구조가 필요한 경우에는 소방방재청(119)과 해양경찰청(122)에, 납치를 당하는 등 범죄와 관련된 경우에는 수사기관인 경찰(112)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를 받은 기관에선 SK, KTF, LG텔레콤에 위치정보를 요청해 휴대전화 주인의 위치를 파악한다.
소방방재청은 올해 9월 자체 분석한 자료에서 긴급구조를 위해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조회한 실적은 2007년 4만256건에서 2008년엔 6만684건, 올 상반기엔 4만6021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그런데 조회 요청 총건수에 비해 실제 구조에 성공한 경우는 1만2458건으로 8.4%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무분별한 신고가 늘어나는 한편, 기술적인 제약 때문에 구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동전화 위치정보 조회의 실제 이동전화 위치정보조회 업무를 맡고 있는 전남소방본부의 배 모씨는 “전체 신고 중 신고자의 친족관계 확인과 신고 내용의 긴급상황 판단이 어려워 조회를 하지 못한 경우를 빼고, 실제로 위치정보를 조회한 건수는 지난 10월말 현재 전남에서만 952건”이라며 “이 중 554건에서 휴대전화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554건을 제외한 398건 중에는 구조하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휴대전화 주인이 전화기를 끄거나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 있어 조회하는데 실패하거나, 휴대전화 주인이 위치정보를 조회하지 못하도록 거부한 경우도 있다”며 “전남의 경우엔 조회실패가 전체 요청건수의 12%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럴 땐 사용자가 마지막으로 통화할 때 이용한 기지국을 조회한다고 한다.휴대전화 사용자가 이용하는 기지국을 확인하더라도 바로 구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색은 주로 119구조대와 소방대원들이 맡고 있는데, 수색해야 할 지역이 넓어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배씨는 “ 이들은 본연의 업무인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만 해도 바쁜데, 한번 출동하면 두세 시간씩 수색활동을 펴고 있다”며 “위치정보를 활용해 긴급구조에 나서야 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전담할 수색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GPS 휴대전화라면 오차범위가 좁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개인프라이버시 문제 등으로 보급률이 낮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GPS칩을 장착한 휴대전화는 어린이나 치매 노인들의 위치를 쉽게 파악하자는 목적으로 만든 제품이다. 우리나라는 휴대전화 보급률이 97%에 달하지만, GPS 휴대전화는 5%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는 “학부모의 경우 아이의 등하교 여부 등을 알기 위해 이동통신사의 ‘친구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GPS칩을 장착하지 않고선 이 서비스도 이동통신사 접속기지국의 반경으로만 나타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주인이 위치정보 서비스를 조회하지 못하도록 거부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휴대전화 가입자가 119에 위치조회 거부 의사를 밝히면 전국의 소방관서에 전파해 위치조회 요청을 차단하고 있다. 가정폭력을 피해 도피한 이들처럼 위치를 노출하기 꺼리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지난해 가정폭력에 시달려 별거한 김모씨(47·여)는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데 남편이 휴대폰 위치정보를 조회해 내가 있는 위치를 알아냈다”며 “아이와 함께 폭력을 피해 이사 왔는데, 휴대폰 때문에 주거가 노출돼 원망스럽다”고 했다. 개인정보 침해하지 못하도록 장치 마련소방방재청이 긴급구조에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조회해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10월부터다. 2006년 10월부턴 광역시와 도 단위 소방본부에서도 조회할 수 있게 됐다. 2007년부턴 해양경찰에서도 이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휴대전화 가입자가 원하는 경우 위치조회를 거부할 수 있다. 허위신고인 경우에는 신고자에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또 통신사업자는 소방방재청 등 기관에 위치정보를 제공한 경우 즉시 이동전화 가입자에게 자동으로 위치정보 제공사실을 문자메시지로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침해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다만 유괴나 납치 등 범죄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이럴 경우 검찰에서 위치정보를 조회하더라도 그 사실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 범죄자가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면 피해자가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 긴급구조 늘리도록 노력소방방재청은 이동전화 위치조회에 의한 긴급구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위치조회 신고자 자격과 신청범위'를 법령의 개정을 통해 확대할 방침이라 한다. 위치정보 요청 자격을 2촌 이내의 친족에서 친구나 경찰이 요청한 경우 등으로 늘리고, 위치조회 신청범위도 급박한 상황 등 긴급구조를 위한 경우에서 자살이나 실종, 연락두절의 경우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부처간의 이견이 있으나 현재 법령 검토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정보통신당국과 소방당국은 ‘개인 사생활 보호’와 ‘긴급구조 실효성 확보’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운영의 묘를 찾는 한편, GPS 휴대폰의 보급을 늘려 위급한 상황에서 정확한 위치조회가 가능하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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