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 여연스님의 이야기(최종회)
치의 위생(茶)
차는 만드는데 오로지 정성을 극진히 하고, 만들어진 차를 보판하는데 건조하게 하여 보송보송하게 하여야 하며, 찻물을 끓이고 차를 우려낼 때에는 청결하여야 한다. 정성들이지 아니하고 건조하지 않고 정갈하지 않으면 차도가 그르치게 되는데 오직 정성과 건조와 청결하면 차도가 다된 것이다.
그것뿐이겠는가.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차의 정신일 것이다. 정신이 담겨 있지 않은 형식은 다 무용한 것이다. 다도라는 것은 깊고 무서운 깨달음의 요체인 것이다. (종장)
참으로 오랜 세월의 글쓰기였다. 다신전 스무 두 절목이 무려 삼 년이 걸린 셈이다. 연재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내 친한 도(내 속내를 가장 잘 헤아리고 보듬어준) 의정스님께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학문의 바다와 그 정신의 하늘이 깊고 넓고 혜량하기가 참으로 힘든 우리의 다성(茶聖) 초의 큰스님의 글을 어찌 무지한 필자가 서툰 솜씨로 곁 손질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누구나 한번은 우리 차문화의 그릇에 담아 현대의 차살림으로 빚어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정말로 조심하고 조심하여 원형의 그릇을 깨뜨리지 않아야 될 것이다””는 것을 거듭 부탁했다.
그렇다. 초의스님의 깊고 푸른 차의 정신에 벗겨 서지 않고 아주 조심스럽게 곡예를 하듯 그 긴 세월의 길을 걸어왔다. "아름다운 것은 항상 고독 속에 있으며 군중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조각가 로댕은 제 영혼의 빛에 속삭였다고 한다. 필자는 차의 세상에 늘 비판하는 자로 남아 외길로 서서 정말 외롭고 춥다.
나도 모든 차인들에게 칭찬해 주고 싶고 따뜻하게 보듬어 무엇이든지 긍정하는 차인이 되고 싶다. 그러나 아직 우리 차문화는 시작의 걸음마로 비틀대는 현실이다. 늘상 지겹도록 잔소리 했듯이 차의 정신은 없고 오직 무대 위에서 남에게 보여주는 행다의 모습이 전부다. 그것도 전통이나 문헌에 검증되지 아니한 것이 태반이다.
차의 육종은 더 큰 문제다. 세계의 차 학계에서는 우리의 야생 차나무를 '개차' 라고 하는데도 도무지 아랑곳없다. 국제화 개방의 시대로 2004년이면 모든 것이 밀려오는데도 말이다. 이런 차의 현실에 그래도 나는 더 외롭고 춥고 싶다.
무엇보다 (차인) 지 김영희 편집부장께 한없이 미안하다. 스물 두 번에 걸친 마감에서 한 번도 꼴찌를 면해 보지 못했으니 얼마나 속이 탔겠는가. 책을 만들어 보지 못한 사람은 그 시커멓게 타는 속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나를 용서하리라. 그를 만난 지 25년의 세월, 그는 나의 절친한 차의 동학(同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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