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에 그리고 신호등에
정관웅(전남문인협회 회장)
신호등에 그리고 신호등에 움직이는 신호가 있다. 신호등에
그리고 신호등에 바쁜 마음이 있다. 바라봄에 서서 스친 것은
무슨 인연의 끈이 있을 것인가를 말할 수는 없지만 믿었다
가는 발걸음 사이에는 거미줄 같은 인연의 실타래가 모여있다
전생에 어떤 인연으로 이어진 빛이었을까 생각한다
보이는 것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마음이 혈관 속으로 모아진다
도시 숲의 자리에서 거대한 행성처럼 빛으로 반짝이는
하루다. 아스팔트 위로 그림자는 지나가고 있다
마음의 새는 날아서 가겠지만 걸어가는 발자국은 힘이 든다
어떤 날은 순간 속에서 연민을 깨우치며 이 세상에 왔다는 것을 알겠지만
때로는 괄호처럼 안과 밖을 구별한다
오늘이 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면 또 하나의 내일이 필요할 것이다
신호등이 바뀌어 파랗게 밝아지면 다시 걸으며 웃는다. 걸어서 숨을 쉬며 바라보고
다시 걸어갈 수 있는 눈물이 있다
거기에는 보이는 점과 선의 형태가 꽃이 여백을 채우고 있다
그곳에 시선을 녹일 수 있는 얼굴이 있다
서로 잡고 걸어서 걸어서 가는 손이 있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