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생(金生)은 통일신라시대의 명필가다. 그는 서예에 매우 뛰어났으며 일생동안 필법을 닦고 닦아 당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훗날 고려의 사신이 송나라에서 김생의 글씨를 내보였는데 이를 본 송나라 사람들이 왕희지에 비할 만큼 천하의 명필이라고 극찬하였다. 이때부터 중국 사신은 김생의 필적을 보배로 여기며 그를 해동서성(海東書聖)라고 불렀다고 한다.
김생의 글씨로 적힌 현판이 강진군 만덕산에 위치한 백련사 대웅전에 보관되어 있다. 이 김생이 쓴 현판이 정말로 천년동안 보관되어있다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설에 의하면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백련사까지 침범해왔다고 전해진다. ‘왜군들은 백련사를 약탈하고 불을 지르려다가 한 현판을 발견하고 멈췄다.’ 는 구전은 김생의 글씨로 백련사(白蓮寺)라고 적혀있는 현판이었다. 김생의 글씨는 유명하여 중국은 물론 일본에까지 알려져 있었다. 특히 당시의 일본은 사무라이 계층 사이에서 문화적 결핍을 메꾸기 위해 중국과 조선의 문화를 배우거나 전통 유물을 수집하고 보관하며 자랑하는 것이 유행했기에 왜군들 사이에서 김생의 글씨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왜군은 현판을 따로 떼어놓아 불에 타지 않게 했고, 그것이 오늘날 까지 보존되어 전해져 온다고 한다.
‘목민심서’의 저자이자 조선시대 최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이 현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정약용은 김생이 살던 시기에는 백련사(白蓮寺)가 만덕사(萬德寺)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니 김생이 현판을 내주었다면 백련사가 아닌 만덕사로 쓰여야 옳다며 지적했다.
사실, 그 이외에도 고증에 맞지 않는 사항이 있는데 백련사가 문성왕 시기에 창건되었다는 점이다. 문성왕은 839년에 즉위하였는데, 김생은 삼국사기에 의하면 경운(景雲) 2년(711년)에 출생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생의 글씨체로 현판을 새긴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물론, 삼국사기가 틀렸을 가능성도 있다. 애초에 삼국사기는 훨씬 후대인 1145년에 편찬되었고, 기록의 정확성에 관해 논란이 분분한 점, 중국 측 사서를 적극 참조했다는 점 등을 보아 모순이 없을 가능성이 없잖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의 일이기에 확실한 것은 없다.
다만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동서성 김생(海東書聖 金生)의 글씨로 적힌 현판이 오늘 날까지 계속 남아있다고 보존되어 있다는 점, 여러 전란을 겪어도 이를 오늘 날까지 보관하고 보존하려는 점에서 칭송받아 마땅하다. 최근에도 전통 유물이 훼손되거나 소실되는 경우가 없잖아 있는데, 이를 끝까지 보존하려는 시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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