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문 아침>
빗소리
박형준
내가 잠든 사이 울면서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여자처럼
어느 술집
한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거의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술잔을 손으로 만지기만 하던
그 여자처럼
투명한 소주잔에 비친 지문처럼
창문에 반짝이는
저 밤 빗소리
요즘 가뭄으로 말이 아니다. 최악의 가뭄으로 시민들의 절수 운동을 호소하고 있는
현실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그 빗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 우리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창문을 두드리는 작은 빗방울 소리를 귀로 들으며 그것이 눈앞에 있는 듯이 뚜렷하게 시각화됨을 한 사람의 움직임에 겹쳐서 읽어 내고 있다. 비는 사랑을 잃은 한 여자로 변화된다. 깨끗이 잊지 못하고 마음에 끌려서 찾아오지만 사랑하는 이가 잠든 창가를 슬금슬금 넘겨보다 돌아서고 마는 여인의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술집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술잔을 손으로 쥐고 있다. 자리를 일어서서 떠나간 여자의 뒷자취, 만지작만지작하다 그친 마음의 흔적(지문)에 빗대고 있다. 잊지 못함과 없는 현실 사이를 오가는 마음을 애틋하게 생각하며 그리워함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마음, 그것을 빗소리에 빗대고 있다.
시인․정관웅(전남문인협회 회장))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