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없는 사람
(재)남미륵사 법흥스님
주름살 늘고
머리털 희끗해지면
제 얼굴은 제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지요
마음 쓰는 만큼.
얼굴도 따라가는 것이라
옛 어른들 말씀 하셨지요
마음 가는 만큼
다른 사람의 마음도
내게로 오는 법이라 하셨지요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주어도 주어도
또 주고 싶은 내 맘과는 달리
내게로 오는 마음
모질기만 한것은
주리라는 내 마음이 아직은
모자라서 일까요
아니면 너무 많은 것을 바라서일까요
세월 가듯이
마음도 변한다는 것을 모를리 없지만
아침, 저녁 바뀌는 인심에
마음이 시립니다.
눈발까지 차갑게 몰아치는 세밑 머리
너무 맘이 시려
무겁게 짓누르는
하늘만 바라봅니다
난 참 덕이 없는 사람인가
한평생 들이키며
일주문 밖. 아무도 오지 않는 눈길만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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