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24일 목리마을 주민들이 공덕비 세운다>
★전기사업 선두주자가 되기까지의 열정
“별 보고 나와 별 보고 들어갔어요.”
고향 강진읍 목리에서 한 번도 주민등록을 옮겨보지 않았다는 동광전력 김한진(76) 회장께 사업 성공의 비밀을 물었을 때 하신 말씀이다.
“출근시간도 없고, 퇴근시간도 없었어요. 매사에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날아다니는 새도 빨리 일어나는 새가 벌레라도 하나 주워 먹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업이라는 것도 열 사람 중 성공하는 사람은 둘이고 여덟 사람은 실패한다고 봅니다. 열심히 부지런히 머리가 깨어 있어야 하죠. 게으르면 안돼요.”
목리에 전기회사를 설립하여 자수성가한 김한진(76)회장은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며 살아 온 사업가로 유명하다. 가난한 집안 5남1녀 중 장남이었던 김 회장은 벌이가 없던 아버지로 인해 고생하는 어머니가 늘 마음 아팠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가장이 흔들리면 가족이 전부 흔들리는 상황을 겪으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세상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없는 살림에도 넉넉한 마음으로 주변을 자비의 눈으로 살아오신 어머니는 김 회장에게 베품과 나눔이 무엇인지 알려준 분이셨다. 어머니는 매월 초삼일이면 떡을 해서 기도를 올리셨다.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김 회장은 꼭 돈을 많이 벌어서 성공으로 보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장남으로서의 무게 또한 크게 다가왔다. 가난 속에서 자신이 흔들리면 동생들 모두가 흔들려서 가족전부가 중심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한 일념은 오로지 열심히 사는 것이었고, 그래서 김 회장을 아는 주변 사람들은 그가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부지런히 살아왔는지 한마디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러한 김 회장의 열정으로 이루어진 동광전력은 강진을 뛰어 넘어 큰 성장을 거두었고 전남지역 굴지의 전기회사로 발돋움하여 현재 전기업계 선두주자가 되었다. 동광전력은 강진읍 목리에 기반을 두었지만, 김 회장의 활동은 강진에만 한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70년대 전기공사협회중앙회 이사장 선거에 선출되어 서울을 오가며 전기업계에서 큰 활동을 했었다. 당시 전남공고 전기과 학생들, 공대 전기공학과 학생들을 위한 장학회를 설립하여 매년 학생들을 선정해 장학금을 주었다. 또 전기공학과 교수들을 위촉하여 분기별 1회씩 간담회를 여는 등 전국을 누비고 다녔으니 별 보고 나와 별 보고 들어갈 정도로 바쁜 시절을 보냈다.
★ 동광전력 설립과 성공의 길
김 한진 회장과 대화를 하다보면 ‘머리가 잘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많이 쓰신다. 그만큼 사업가는 다방면으로 머리를 쓰면서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김 회장이 전기를 알게 된 것은 당시 작은아버지 두 분이 한전에 근무하고 있었던 영향이었다. 강진 중앙초와 강진중학교를 졸업한 김 회장은 서울에 있는 수도공고에 들어갔다. 수도공고는 전기기술자를 양성하는 학교였으므로 졸업 후 전기 일을 더 배웠다. 한전이 강진읍 목리에 들어왔었고 제2소방서도 목리로 들어왔던 만큼 강진읍 목리는 전기가 들어옴으로서 발전이 빨랐는데, 목리에 최초로 나룻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전기 소케트가 사기로 만들어졌던 것도 목리의 발전 이유다. 그러니까 목리는 김 회장의 가슴 속에 열정의 전류를 흐르게 만든 곳이고, 인생길을 전구처럼 밝혀준 땅인 셈이다.
김 회장은 목리에서 23세에 사업을 시작했다.
김 회장이 시작한 전기사업은 서울에 있던 (주)대평전기를 인수하면서다. 대평전기를 인수할 때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사업수완으로 밀어 붙였다. 목리에 해남, 완도, 진도, 영암, 장흥, 강진까지 6개 군을 관할하는 한전이 있었기에 목리는 다른 곳보다 발전이 빨랐다. 그런데 강진에 전기회사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당시 전라남도에 17개 전기 회사가 있었으나 목포, 순천, 광주에 집중 되어 있었으므로 김 회장이 목리에 전기회사를 설립한 것은 큰 안목이 아닐 수 없다. 김 회장은 대평전기를 인수하여 목리로 소재지를 변경하였고, 동광전력으로 상호도 바꾸었다.
“월급쟁이들이 사업에 성공한 사람이 드물어요. 그 이유는 권위의식 때문입니다. 밑바닥부터 기어야 하는데 그것을 못해서 쓰러지고 말죠. 돈을 번다는 것은 백정 놈 피 통을 지더라도 돈을 벌면 된다는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살아보니 좋은 학교 나왔다고 사업을 잘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예전에는 수판시대였잖습니까. 머리를 잘 돌려야 하죠. 그리고 정보교환이 빨라야 했어요. 사업을 하다보면 상대가 좋아하는 취향을 알아서 사귀어야 하지요. 요즘은 전부 전산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정보도 소용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입찰시 예정 가격을 유리하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니 머리가 잘 돌아가야 합니다.”
김 회장이 내다본 전기 사업의 미래는 사업수완과 맞아 떨어졌다. 6개 군을 관할하는 한전이 목리에 있는 점을 최대한 활용한 김 회장의 사업은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사업이라는 것이 어찌 순탄한 길만 있을 것인가. 일이 어렵게 되면 어떻게든 그 어려움을 풀어내고 만들어 내는 일에 매진했다. 그래서 챙기지 못한 것이 건강이었다. 그러나 그 성공이란 것에 대해 김 회장은 노력 없이 되는 일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노하우가 많이 부족하지요. 입찰을 붙일 때 복수로 하느냐, 단수로 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어요. 그 부분은 지침이 어떻게 내려왔느냐 하는 것을 알아야 하니, 그 부분에 정보를 알려고 해야지요.”
그 예로 김 회장은 큰 입찰을 따냈던 일화에 대해서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당시 계란이 바위하고 박치기 한 폭이죠. 영광원자력 발전소에서 제주도로 가는 선로를 개설하는 공사였어요. 두산그룹과 붙었는데 내가 52%를 써서 따냈지요. 그래서 영광원자력 발전소에서 해남 땅끝까지 공사를 우리가 했고, 땅끝에서 제주까지 해저공사는 우리나라 기업이 할 수 없는 공사라서 외주를 주어서 했고, 제주도 공사는 현대건설이 해서 마친 공사였어요. 사업가는 카리스마가 없어서는 사업이 안 됩니다.”
김 회장의 사업 카리스마는 생존경쟁에서 산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터득하면서 몸에 배었다. 그래서 수익이 좋은 공사든 수익 내기가 어려운 공사든 사업가는 어떤 일이든지 하려고 하는 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업가로서 열심히 살아온 삶
“회사가 몇 조원 또는 몇 십억인 회사보다 외형이 작은 회사가 더 바쁘지요. 예전에 일이 많을 때 전기공학과를 나온 사원에게 똑같이 업무 분장을 해주면, 낮에 쉽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야근하고 날 새기로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머리 쓰는 것이 그렇게 중요합니다. 빨리 하는 사람은 빨리하고 늦게 하는 사람은 저녁 먹고 또 일해요. 그래서 내가 물었어요. 자네 돈으로 먹고 일하는가? 회사 돈으로 먹고 일하는가?”
김 회장은 머리가 안 돌아가면 일이 안 된다는 철칙을 가지신 분이다. 게으름 피우고 밤에 까지 일하는 사람이 회사 돈으로 저녁을 먹겠다는 정신을 가졌다면 무엇을 하든 성공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이다. 똑같이 공대를 나왔지만 일을 시켜보면 그 사원이 돈 주고 학점을 땄는지 실력으로 땄는지 금방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안 쓰고 돈만 벌려고 한다면 성공하지 못합니다. 돈을 써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듯 게으름으로 일을 지연시켰다면 자신의 돈으로 저녁을 먹고 일을 하겠다는 정신이어야 하고, 그런 정신을 가져야 자신도 발전하고 회사도 발전시키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작은 돈도 쓰지 않으면서 어떻게 상대의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은 내 마음이 이렇다면 상대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고 사업이라는 것은 공짜가 없다는 뜻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창시 속에 있는 것을 입으로 뱉어내게 해야 합니다. 사업의 상대를 잘 파악해야 하고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수였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지금시대는 많은 것이 투명한 시대가 되었고, 또 다른 정보 시대가 되었지요. 젊었을 때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합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고사성어도 있듯,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나이 먹어서 할라하면 이제 몸이 말을 안 듣지요. 마음은 있어도 몸이 말을 안 듣는 때가 오니까요.”
평생 사업을 이루기 위해 뛰어다니며 열심히 살아온 김 회장은 요즘도 아침 8시가 되면 목리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여 결재를 한다.
★오는 7월 24일 목리마을 주민들이 공덕비 세워준다.
“자기중심을 못 잡으면 어느 순간에 망칩니다. 예쁨도 자기 몸에서 나오고 미움도 자기 몸에서 나와요. 그러니 평상시 자기 처신은 자기가 잘 해야지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묻는 다면, 어떻게 사는 삶이 가장 좋은 삶일까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고향에서 사업에 성공하여 고향에 자신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을 나눔으로 실천하는 삶은 행복한 삶일 것이다. 그렇듯 성공한 자의 처신은 늘 사람들 입담거리가 되곤 한다.
김 회장은 전기사업으로 성공했다. 그래서 돈도 많이 벌었다. 강진읍 목리에서 가난했던 청년은 자수성가하여 집안을 일으켰고, 목리 마을에도 많은 희사를 하고 있어 지역 사회 귀감이 되어 왔다. 부자가 되었다고 해서 선뜻 베품과 나눔의 정신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처럼 김 회장은 목리에 터를 잡고 해온 사업 성공을 마을에 나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베푸는 즐거움에 삶의 진정한 가치와 행복감이 크다고 했다. 올해도 어버이날인 5월 8일 강진읍 목리 마을 회관에는 떡 상자 300개가 쌓였다. 김 회장이 목리마을 주민 300가구에 떡 상자와 음료수, 타올을 준비한 것이다.
목리마을은 그래서 복 받은 마을이다. 김 회장처럼 마을에 통큰 기부를 하는 분이 있어서다. 이런 기부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할 수 없으므로 가구당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지지난해에는 어버이날을 맞아 300 가구에 뷔페를 지원하여 점심을 함께 하기도 했으며, 마을 주민 전체가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관광을 다녀오기도 하였다. 김 회장은 해마다 정기적으로 목리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여러 대소사에 발전 기금을 전달해왔다. 이 같은 김 회장의 지속적인 기부에 마을주민들은 공덕비를 세워주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7월 24일 유두절에 마을 회관 앞에 공덕비를 세운다. 세워질 공덕비는 마을에 모범을 보여준 김 회장에 대한 보답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세워주는 근대에 보기 드문 자랑스러운 공덕비가 될 것이다.
김 회장은 “목리마을에 아직도 300가구가 살고 있다는 점에 놀랍기도 하고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든다.”며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목리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새로 들어오고 있다는 말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김 회장은 “주민들이 공덕비를 세워준다고 하니 몸들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마을에 한 기부 외에도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활발히 해왔다. 전남 체육회 역도연맹 회장, 전남 체육회 부회장, 강진군 행정자문위원, 강진군 방위협의회 위원, 초대 강진여중 육성회장, 초대 평화통일정책자문위원, 국제라이온스309-C지구 부총재, 강진라이온스 회장, 강진경찰서 청소년선도위원회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사회봉사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석류장 훈장은 당시 장흥지청 개청 100년 역사 이래 처음 있는 훈장이었다.
이 외에도 내무부장관 감사장(1984) 광주지방 국세청 표창장(1984,1987) 문교부장관 감사장(1989) 강진군민의상 수상(1992) 상공자원부 장관 표창장(1994) 재무부장관 표창장(1994) 법무부장관 표창장(2001) 등도 수상했다.
★탐진장학회 설립, 인재 양성
김 회장댁의 가훈은 ‘나의 삶의 기반이 곧 사회적 기반이다.’이다.
김 회장은 강진을 떠나지 않고 살아왔다. 강진지역을 기반으로 일군 사업 성공을 지역에 환원하는 일 하나로 장학사업에 참여했다.
“살아보니 많이 배웠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의 인재를 키우는 일을 등한시하면 지역의 미래가 없습니다. 예전에도 공부를 잘하여 좋은 학교에 수석합격을 하였지만 가난하여 원하지 않는 학교에 가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지금도 가끔 그런 학생들이 있는데, 절대 가난으로 원하는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김 회장이 6억 가량을 출연하고 기금 모금을 통해 발족한 탐진장학회 설립은 지역의 인재 양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광주지방검찰청 장흥지청 범죄예방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1997년 설립한 탐진장학회는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김 회장은 강진군민장학재단 장학금도 기탁을 해왔고, 모교인 강진중학교에 급식시설과 샤워장을 만들어 희사한 일 등 지역사회에서 크고 작은 도움을 주었다. 김 회장은 남보다 더 가졌기에 베풀어온 지난 이야기들을 풀어내면서 다 기억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성공하기를 바라며 좋은 마음으로 도움을 주었는데, 결말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는 만큼 내심 심적 피해를 준 사람들에 대한 쓸쓸함도 묻어났다.
김 회장은 강진읍 목리56번지에서 태어나 23세에 시작한 동광전력을 전남 서남부에서 모범적인 대표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김 회장은 “가장이 줏대 없이 흔들리면 가족 전부가 흔들린다는 말은 살아보니 맞는 말이다”며 “내가 있어야 다른 사람도 있는 것이기에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늘 우리 집 가훈 <나의 삶의 기반이 곧 사회적 기반이다>를 생각하고 살아왔다”며 “목리마을 주민들이 공덕비를 세워준다고 하니 주민들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베풀고 나눔을 즐거움으로 알며 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매일 아침 목리에 위치한 동광전력 사무실에 출근하여 회사의 일들을 챙긴 후, 친구들과 하루를 즐기는 일명 ‘덕수정’으로 향한다. 덕수정은 김 회장이 만든 놀이 장소다. 이곳에는 매일같이 6~7명의 친구들이 모여서 맛 집을 찾아 점심을 나누고, 옆 모란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주고받는다.
김 한진 회장은 전기사업으로 성공했지만 건강의 위협이 왔었다. 당뇨 합병증으로 콩팥이 모두 망가져 장기간 혈액 투석를 받았다. 다행히 큰 아들이 조직검사에서 조건이 맞아 신장을 기증해 이식받았고 건강도 되찾았다. 김 회장은 가족으로 부인 이영자(72) 여사와 사이에 2남1녀를 두고 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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