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과 나눈 위로
고통은 비교하면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안 됩니다.
2019년 4월 20일 영화 <생일>을 관람하고 나서
전라남도 지사를 퇴임하고 총리직 수행을 위해 서울로 상경하기 직전 이낙연은 목포신항을 찾았다. 세월호 희생자 중 미수습자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유가족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오후에 상경해요. 이삿짐을 싸놓고 우리 가족들게 마지막은 아니지만 작별 인사를 드리려 왔습니다. 앞으로 총리로소 현장과 해수부, 가족들과 정부 부처 서로 간 어긋난 일이 없도록 중간에서 노력하겠습니다. 전화번호는 바꾸지 않을 테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화하세요. 또 오겠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얼굴로 이 총리는 “밥 잘 드시고 건강 유의하셔야 해요.”라고 말하고서야 되돌아왔다.
2019년 4월,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을 당시 전남도지사 선거의 후보자 신분이었던 이낙연은 현장으로 곧바로 달려가 상황 파악과 수습에 나섰다. 도지사로 부임한 이후에도 수시로 진도 팽목항과 목포신항을 찾아가 유가족을 만났다. 추모식 등 공식행사는 물론 설과 추석 명절에도 어김없이 현장을 찾았다.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 직원보다 더 자주 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어떤 날은 일정을 통보하지 않고 수행원과 단출하게 세월호 유가족들의 숙소를 둘러보고 돌아가기도 했다. 총리가 된 이후에도 이와 같은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 대로 이 총리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았다. 비공개 일정을 잡아 조용히 가족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세울호 참사 4주기를 맞은 2018년 4월 16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낙연 총리는 “다시 4월 16일입니다.”라는 말로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가족에게 진심 어린 말을 건넸다.
“인생에서 가장 참담한 애통을 겪으시는 부모님들과 가족을 찾지 못해 보내지도 못하시는 미수습자 가족들께서는 쓰라린 세월 용케 견뎌주셨습니다. 가족 여러분께 마음의 위로를 드립니다.”
그리고는 가족들에게 돌아오지 못한 다섯 사람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양승진 님. 박영인 님. 남현철 님. 권재근 님과 그 아들 혁규 군 등 미수습지 다섯 분이 가족들 품에 돌아오시길 기원합니다.”
영결 추도식을 치른 다음 날 총리는 직접 세월호 미수습자 권재근 씨의 형이자 권혁규 군의 큰아버지인 권오복 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미수습자 가족들을 총리공관에 모시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오랜 기다림과 절망, 고통을 함께 나누고 견뎌온 이들과 이 총리는 만찬을 함께 하며 그간에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때가 2014년이니 유가족들과 인연을 맺은 지도 여러 해가 되었다. 세월은 흘러도 고통은 여전하다. 매년 4월이면 치유되지 않는 역사의 통증이 재발한다.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생일>을 함께 관람할 때도 이 총리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영화가 끝난 뒤에 눈물 자국이 채 지워지지 않은 얼굴로 그는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나면서 아픔을 공유하는 것. 위로의 방식에 대해 다시 알게 됐다고 했다.
“타인들의 고통을 대할 때 제일 해서는 안 되는 게 함부로 위로하는 것입니다. 위로한답시고 더 심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가족들은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은 비교하면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안 됩니다. (…) 옆에 있으면서 의미없어 보이는 일을 하는 겁니다. 커튼을 열어주고, 물 가져다주고, 방 청소해 주고, 그러면서 믿음이 생기고 세월이 한참 지나 말을 걸어주면 됩니다.”
그게 얘기를 들어주고, 곁에 있는 것이 최고의 공감이다. 이 총리는 이 총리는 진도 팽목항과 목포신항에서 유가족들을 만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고통의 공유와 공감이 준 또 다른 비밀을 넌지시 얘기했다.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그분들이 오히려 저를 위로하더라고요, 뭔지는 모르겠는데, 인간 속에, 그런 힘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 힘이 아마 이 총리의 다음 걸음을 이끌게 될 동력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믿고 있다.
글: 이제이 <다름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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