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9일 제60주년 4·19혁명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수영 시인의 시 ‘풀’의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구절을 인용하며, 우리 국민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 민주주의를 실천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고, 봄마다 진달래는 슬픔을 이기고, 아름답게 산천을 물들인다고도 했다.
4월15일에 있었던 제21대 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다음날인 16일에는 세월호 6주기를 맞아 곳곳에서 추모도 있었지만, 전날의 선거 참패를 후보의 세월호 막말 탓으로 돌리며 ”세월호 우상화 탑이 이렇게 다시 보란 듯이 복원되다니 비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그대로이고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일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간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결국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임을 알 수 있고, 민주주의가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지 국민들의 선택으로 판가름 났다. 그 민주주의의 싹은 4.19혁명이 틔워, 당시 고등학생들이 독재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와 민주주의를 열망했는데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 또한 같은 나이대의 고등학생들이 다수 희생된 사건이었다. 결국 세월호 참사는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어지며 새롭게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는데, 이번 총선에서 압승 하였으니, 코로나19 위기의 바람에도 풀처럼 먼저 누워 웃을 수 있는 여당이 탄생된 것이다. 풀이 눕는다.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다가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발목까지발밑까지 눕는다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면, 일제강점기인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 열사는 이화학당 고등과 1학년에 막 진급한 18살의 나이였다. 3.1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이 당시 중고등학생들이었고 항일투쟁으로 이어지며 독립운동의 기둥이 되었다. 또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은 반독재에 항거한 민주주의 운동이었다. 이승만 정권은 1948년부터 12년간 불법개헌으로 장기 집권을 하였고, 1960년 3월 15일 선거에서 부정선거를 자행했다. 이로 인해 마산상고 김주열 학생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4월 19일 서울지역 대학생과 고등학생 약 3만 명이 총궐기선언문을 낭독한 후 중앙청으로 행진하였고,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이승만이 하야 성명을 발표하여 민주주의 기틀을 세웠다. 이처럼 우리나라 역사의 전환점인 3.1운동이나 4.19혁명 등은 중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되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혁명은 어떠한가. 권력 안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한 정치인들에 대한 척결이었는데 그 발단이 고등학생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따른 세월호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서 나온 분노였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높은 수준을 알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무학자가 다수였던 우리나라에서 최고 고등교육은 중학교와 고등학생이었기에 그들이 시대를 읽을 수 있는 다수 지식층이었다. 4.19혁명 또한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주축인 것은 당시 지식층의 저항으로서 공권력에 맞서 민주주의 역사의 시작을 마련할 수 있었다. 5.18민주화운동은 대학생들이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세대로 등장했고, 촛불혁명에는 우리나라 전 국민이 동참함으로서 전 국민의 높은 교육열을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던 역사의 흐름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 것이고,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이 코로나 19를 현명하게 이겨내고 스스로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것도 국민들의 높은 수준이 민주주의 힘을 발휘한 것이라 생각된다. 김수영 시인의 ‘풀’에서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라고 한 것처럼 너무도 익숙한 바람소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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