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 명인이 걸어온 길
1977년 강진고려청자재현사업추진위원회 입사
1986년 강진청자박물관 성형실장/조각실장
1989년 강진청자사업소 연구개발실장후계자로 지정받음(7급 상당)
미국 웨인대학 초청 대한민국 고려청자조각부분 미시건주 순회워크샵
2005년 지방무형문화재 36호 이용희 청자장 보유 고려청자 자연유약 전수받음
강진고려청자사업소 연구개발실장 직무대리
부산 APEC 정상회담만찬 건배잔 및 국빈선물용 합(국보 220호) 재현춤 제작 및 총괄 납품
2006년 청주 국제비엔날레 ‘천년의 혼 숨 쉬는 다기’ 대한민국 100인 선정 초대작가
제24회 한국예술문학미술대전 도예부문 종합대상
청와대 특별주문 막걸리용 청자주병 및 술잔제작 총괄납품
2007년 5급 승진 강진고려청자박물관 연구개발실장
2009년 영국 한국문화원 강진청자 순회전 조각부문 워크샵
2011년 강진고려청자박물관 퇴직. 동인요 설립
2013년 강진고려청자박물관 청자공모전 특선
전남 제1회 서예대전 청자공모 최우수상(도지사)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공예상품지정(커피잔 세트)
2015년 전남도공예품대전 입선(도지사)
2019년 제15회 평화예술제 평화미술대전 대상(통일부장관)
정부 조달상품 4종 입점
2019년 사단법인 평화문화재단 부설 한국명인협회 한국명인인증서
목숨까지 건 예술에의 투혼으로 강진청자를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부산 APEC 정상회담 국빈 선물용과 합 만찬식기 제작 총괄 납품하기까지
청자상감운학국화문 합(靑磁 象嵌 雲鶴 菊花文 盒)은 국보 220호다. 이 합은 2005년 11월 제3차 APEC 21개국 정상과 영부인을 위해 만찬용 소형 식기와 국빈 선물용으로 재현했다.
그릇의 내·외면에 상감기법으로 문양을 가득 시문한 청자상감운학국화문합은, 문양의 구성과 배치, 조각기법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그릇의 형태와 뚜껑, 대접, 받침으로 이루어진 구성이 독특해서 고려시대 당시에도 왕실 또는 최고 귀족 중에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태영 명인은 이용희 청자장으로부터 1999년 정년퇴임을 하였으나 1차 3년간 연기, 2차 3년간 연기를 하면서 후계자를 양성해 왔다. 그리고 2005년 8월 31일자로 임기완료가 되어 물러나게 되었을 때 윤 명인이 연구개발실장이란 막중한 자리를 물려받았다. 1999년부터 강진청자박물관 연구개발실장 후계자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막상 직무대리를 맡게 되자 마음이 무거웠다. 당시 강진청자박물관에는 17명 정도의 직원이 조각, 상형, 성형 등 각 파트별로 일을 하고 있었다. 연구개발실장이란 자리는 바로 그 많은 도공들과 함께 청자재현에 힘쓰는 자리여서 별정7급의 윤 명인은 하루하루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 보내기 시작한 지 한 달 후 국무총리실에서 강진군으로 APEC 정상회담에 따른 제작의뢰가 들어왔다. 2005년 11월에 있게 될 제3차 APEC 21개국 정상과 영부인을 위해 만찬용 소형 식기와 국빈 선물용으로 증정할 수 있는 작품제작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기간이었다. 11월 20일까지 납품을 해야만 하는 빠듯한 일정이었다. 특히 국보 220호인 청자상감 용봉모란문개 합의 재현은 결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무늬가 모란인 것을 운학무늬로 바꾸기로 하고 제작에 들어갔다. 모란 대신 더 쉬운 운학무늬를 새기는데도 시간이 너무나 촉박해 퇴근시간이 없이 밤 10시까지 작업에 매달여야만 했다.
그런데 정상들에게 주는 선물인 청자상감 용봉모란문개 합 뿐만이 아니라 궁중요리에 사용하는 그릇과 조그만 술잔 400여 개도 만들어야만 했다. 피 말리는 작업이었지만 강진고려청자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납품과 동시에 각 언론사에서 인터뷰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윤 명인은 자랑스럽게 국보 220호인 청자상감 용봉모란문개 합의 재현과 함께 APEC 정상회담 국빈 선물용으로 강진청자가 납품되었다고 신나게 떠들어댔다.
언론매체는 국내 최고의 동아일보를 비롯해서 연합통신, 목포 MBC, 전남 일간지 등이었다.
이렇듯 언론매체에서 보도를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주문 때문에 평상시 근무시간으로는 물량을 감당할 수 없었다. 야간작업까지 해도 소화를 못시킬 정도였다. 계속해서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사실에도 불만은 있을 수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납품기일에 맞춰야만 했기 때문에 긴장의 나날이었다. 주문은 주로 개인이 많았는데 큰 회사에서도 대량 주문을 해오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강진청자박물관으로 주문이 쇄도한 것과 때를 맞추어 민간요에도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강진청자의 대박이었다. 강진청자박물관이 생기고 나서 처음이었다. 강진청자의 위상은 한껏 풍선처럼 치솟았고 개인요까지 회사에서 대량 주문이 쏟아지는 바람에 대박은 계속 이어졌다. 청자촌은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당시 황주홍 군수는 강진청자의 대박을 예감했는지 부산 APEC 정상회담 국빈 선물용과 합 반찬식기를 서울 롯데호텔 로비에 전시할 것을 지시했는데, 어쩌면 그런 노력들이 한몫을 했지 않았을까 윤 명인은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윤 명인에게 청천벽력 같은 병마가 찾아왔다. 강진청자가 대박의 행진을 거듭하고 있을 때 극심한 피로감이 찾아왔고, 병원을 찾았을 때 간암의 진단을 받았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2차 수술을 받고 5일 후 깨어나기도 했다.
“일을 해야 한다.”
강진청자를 책임 짓는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윤 명인을 엄습했다. 장기병가로 인해 동료들에게 미안함도 있었지만 자신의 책무를 다해야한다는 생각이 더 간절했다. 이때 별정 5급(사무관) 승진소식이 들려왔다. 그동안 목숨까지 건 예술에의 투혼을 황주홍 군수는 박수를 보낸 것이었다. 윤 명인이 강진청자박물관 연구개발실장 직무대리를 하자마자 당시 황 군수는 관광객과 언론사 입회하에 화목가마 공개요출을 지시했었다. 공개요출을 하지 않았을 때는 박물관 식구끼리 오순도순 요출을 했었는데,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요출을 한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더구나 강진청자박물관이 생기고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잘못 나오면 어떻게 될까?”
만일 한 번이라도 잘못 나올 때면 강진청자의 위상은 땅에 떨어질 게 뻔한 일이어서 식은땀이 흘렀지만 여러 차례 반복을 하다 보니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 무렵 청와대로부터 정상회담 국빈 선물용과 식기 주문이 날아온 것이었다. 황 군수는 책임자인 윤 명인에게 강진청자 관련 출장을 영국으로 갔을 때 1등석을 선물로 준 일화는 두고두고 기억되고 있다.
윤 명인은 둘째 딸의 간을 이식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엄청난 수술비도 가까운 지인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간암이란 엄청난 병마를 이겨내고 윤 명인은 강진청자박물관에서 5급 사무관 연구개발실장으로 일을 했고 퇴직을 하였으며 퇴직 후 동인요라는 개인요를 만들었다. 죽을 때까지 청자를 빚다가 죽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윤 명인은 청자를 빚을 때마다 곧잘 이런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자신이 만든 작품이 선물용으로 세계 정상들의 손에 쥐어지고, 자신이 만든 그릇으로 세계 정상들이 음식을 들었다는 사실은 한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요, 삶의 역사였다고. 그리고 그 일을 함께 한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울컥 치밀어 오름을 느끼곤 하는 윤 명인이다.
윤 명인은 개인요 동인요를 차린 후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예술혼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2019년에도 제15회 평화예술제 평화미술대전 대상(통일부장관)과 사단법인 평화문화재단 부설 한국명인협회에서 한국명인인증서가 그 증좌이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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