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김 현철 시문학파문학관장
변영로, 이하윤 유가족까지 찾아내 추진위 구성
“영랑생가 나머지 복원 빨리 서둘렀으면”
영랑선생의 삼남 김현철 관장은 스스로 늙은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음에도 목소리는 카랑카랑했고, 체구는 다부져서 젊은이 못지않게 몸놀림이 유연했다. 70을 훨씬 넘긴 연세인데도 60대인지 70대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강건한 모습이었다.
김 관장은 지난 해 12월부터 미국에서 건너와 별정 6급 3년 계약으로 시문학파문학관장직을 맡아 일하고 있다.
“시문학파 아홉 분 중 여덟 분의 유가족을 며칠 전에 다 찾아냈다. 변영로, 이하윤 유가족을 찾아내는 데는 김남현 전 경찰서장의 도움이 컸다, 그래서 시문학파 여덟 분의 유가족과 오탁번 교수, 조창환 교수, 오세영 교수, 이숭원 교수, 허형만 교수, 김선태 교수, 전석홍 전 장관, 김남수 군의원, 윤충현 영랑기념사업회장, 김규식 문화원장 이렇게 시문학파문학관건립추진위를 구성해 놓고 추진 중이다”
김 관장은 당신의 하는 일이 무엇인지 먼저 설명했다. 앞으로 디자인 공모에 들어가게 되고, 그것이 선정되면 지하 1층 지상 1층의 시문학파기념관이 180평의 규모로 세워지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20일과 21일에는 이틀간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념관장들을 모셔놓고 시문학파 문학관 건립에 따른 조언도 들을 예정이다”
김 관장은 선친인 김영랑 선생에 대한 일이기 때문에 의욕도 앞서는 모습이었지만 여간 조심스럽고 다행스럽다는 표정도 역력해 보였다.
“처음 강진에 와서 향토문화관을 보았을 때 실망을 금치 못했다. 영랑시감상실과 현구시감상실이 있으므로 영랑, 현구 문학관이란 간판을 걸면 좋았지 않았겠나 싶었다. 또한 향토미술관이란 간판과 함께 두 개 걸었다면 더욱 돋보이는 건물이 되지 않았겠나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만큼 관광객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영랑과 현구의 작품을 아름다운 글씨로 노래하고 있는 현 향토문화관에서 일하고 있는 김관장으로서는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 애시당초 영랑문학관이란 간판을 달기로 결정했었는데 하루아침에 향토문화관으로 뒤바뀐 사연을 모른 성 싶었다. 유품 없는 문학관이란 지적에 앞뒤 생각 없이 간판이 뒤바뀐 것이다.
왜 영랑과 현구 문학관이란 명칭을 말하느냐는 질문을 해보았다. 영랑문학관을 세울 당시 유명한 영랑의 작품만 있어야지 이름 없는 현구는 이류이기 때문에 빠져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강력히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지자체가 되면서부터 조그만 이름도 크게 확대해 발굴하고 있고, 그래서 그 지역을 알리고자 애쓰고 있다. 현구선생 역시 시문학파의 한 사람이고 다만 대표작이 없어서 유명하지는 않았다 해도 그의 작품은 훌륭하다. 그러므로 현구의 생가도 빨리 복원되어야 한다. 그리 되면 시인의 거리가 생겨 더욱 관광객들이 찾아올 게 아닌가”
부친인 영랑 선생에 대한 애정만 있는 줄 짐작했는데 현구 선생에 대한 애정 또한 못지않다. 그러나 현재 현구 생가가 턱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어 미뤄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복원되지 않겠느냐는 희망까지 놓치지 않는다.
“영랑생가 진짜 복원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 아무래도 내가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지정문화재가 되었기 때문에 70% 보조를 국가에서 받을 수 있다. 사랑채에 딸린 문간채도 현재 복원되어 있지 않다. 지금 돌담이 생기고 말았는데, 그 당시 소마굿간과 상여가 있었다. 그러므로 두 개의 대문이 복원되어야 옳다. 또한 사랑채 지붕이 1943년 늦가을에 기와로 올렸는데 50년간 그대로 유지되더니 갑자기 초가로 바뀌었다. 안채가 초가여서 사랑채 역시 초가가 맞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당시 선친은 건국운동에 정신이 팔려있었고, 우익운동으로 인해 테러의 위험도 컸었다. 또한 나까지 서울로 유학을 하게 되어 셋을 하숙시켜야할 입장 때문에 서둘러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어 미처 안채지붕을 기와로 얹지 못했다.”
옛적의 일이지만 김 관장의 기억은 생생하고 또렷하기만 하다.
“사랑채 동쪽에는 연식 정구장이 있었고 사랑채와는 기와를 인 예쁜 돌담이 있었다. 조그마한 통로가 있어 왔다 갔다 했다.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도 예쁜 돌담이 있었는데 문이 달려 있어 안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사랑채를 갈 수 없었다. 복원 당시 연못도 일본식으로 해놓아서 화를 냈다. 선친은 일본을 매우 싫어했는데 일본식 연못이라니 당치 않는 일이었다. 나중에 연못을 메워버렸지만 당시에는 화단이었다”
“집터가 절터였기 때문에 집안에는 두 개의 탑이 서 있었다. 내가 구해서 복원할 생각도 있지만 그래서 탑골, 탑동이 되었다. 영랑생가를 당시 ‘탑골꼭대기집’이라고 부른 것도 그 같은 까닭이었다. 적어도 그런 정도만 복원이 된다면 원래의 영랑생가와 가깝다고 생각한다”
영랑문학제를 앞두고 있어 그동안 지켜본 소감을 물었다. 사실 영랑시문학상 제정과 영랑문학제는 지용문학제 등 타지역 문학행사와는 달리 때늦은 감이 많기 때문이었다.
“선친은 36년간 일제와 항일운동을 한 탓으로 직장을 얻지 못했고 가산을 탕진했다. 그러다보니 자연 당신의 자식들로 하여금 재기할 능력을 부여하지 못했다. 당연히 유가족측에서 영랑시문학상이나 기념사업회 후원을 크게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해 안타까움 그것이었다. 다행히 뜻있는 문인과 군에서 협조가 있어 출발했는데 앞으로 발전되리라 믿는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우리 지역 출신이나 이곳에 사는 문인들이 대거 참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말하자면 더 많은 문인들의 참여를 촉구한다고나 할까, 그런 심정이고, 지금까지 영랑기념사업회에 직간접으로 참여해 주신 분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 감사를 드리고 싶다”
선친인 영랑선생의 시혼이 가득 채워진 건물에서 장차 선친의 기념사업을 추진해야할 임무를 띤 김 관장의 심정은 어떨까. 선친의 일이기 때문에 싫은 내색 없이 해야 하는 인고도 있을 것 같고, 연세가 연세이니 만큼 하루 빨리 미국으로 건너 가 편안한 여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클 것 같기만 하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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