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백세의 백과사전
장치청(중국 국학 최고 권위자, 의학자, 역학자)
춘하추동, 사계절 양생법(1)
봄에는 늦게 잠들고 일찍 일어나며 온화한 마음을 갖는다
봄철은 입춘부터 입하 전까지, 즉 음력으로 1, 2, 3월인데 옛사람은 이를 가리켜 맹춘(孟春), 중춘(仲春), 계춘(季春)이라고도 부른다.
봄철 양생에서 ‘생’은 좁은 의미의 ‘생’으로 생장과 발육, 발진의 뜻을 지닌다. 봄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만물이 소생하며 백화가 만발하는 것이 바로 발진인데 그래서 봄은 묵은 것을 떨쳐 내고 새롭게 돋아나는 계절이다. 우리는 봄이라고 하면 보통 ‘풀이 돋고 꾀꼬리 나는 2월의 하늘, 둑 위의 버드나무 봄 안개’가 떠오른다. 그리고 봄은 천지의 기운이 소생하는 시기이므로 봄의 가장 큰 특징은 ‘생’이라고 할 수 있다. 봄에는 수목이 새잎을 내고 꽃이 피는 등 번영하여 만물이 무성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늦게 잠들고 일찍 일어나기
봄은 오행에서 나무에 속하고 우리 몸의 간도 나무에 해당하므로 봄에는 간을 보양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만일 양생의 법칙을 따르지 않으면 봄에 간이 상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한성 질병, 즉 추위로 말미암은 질병을 얻어 성장의 계절인 여름에 대처할 힘을 얻을 수 없다. 이는 오행의 상생 원리로도 해석할 수 있다. 봄은 나무에 해당하고 여름은 불에 속한다. 그런데 나무는 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지금 나무를 잘 보양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단 불이 약해지면 추위로 인한 질병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봄철 양생에서는 ‘조금 늦게 잠들고 조금 일찍 일어나는’ 원리를 지켜야 한다. 이와 함께 가볍게 산택을 즐긴다면 봄철 기운에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봄이 되면 양기가 소생하기 시작하는데 하루 중 낮의 양기가 겨울철에 비해 더 일찍 찾아오므로 밤이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봄에는 조금 일찍 일어나고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것이다.
봄에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다는 것은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수면 시간을 줄인다는 의미도 있다. 왜일까? 봄에는 생장과 발육의 기운이 충만하므로 낮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진다. 그래서 낮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상대적으로 밤에 자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각자의 신체를 대할 때는 처음 태어나는 사물을 대하는 것처럼 그것의 생장을 도와야지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보양해야지 억눌러서는 안 되며, 생장하고 발육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 상을 줘야지 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몸을 학대하지 말고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긴 머리카락은 최대한 흩트려 몸을 편하게 한다. 이 시기에 여자 아이들은 머리카락을 너무 세게 묶지 말고 푸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정신과 정지가 아무런 속박 없이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퍼지며 생기가 충만해져서 완전한 봄의 기운과 호응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다 봄철에 생기를 양생하는 방법이다. 중의학에서는 시기에 순응하여 양생할 것을 강조하는데 이는 봄철의 기운에 순응하여 양생하라는 말이다. 양기가 생겨나 발전할 때 그 법칙을 거슬러 양생하면 체내의 양기가 억눌려 기운이 막히고 각종 사기가 들어온다. 그러면 폐와 위의 상초 부근에 열이 생겨 목구멍이 붓고 입안이 헐며 눈이 충혈 되고 머리가 아픈 상초열이 생길 수도 있다. 눈이나 목구멍, 잇몸 등에 염증이 생기거나 대변이 건조해지는 상초열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열을 낮춰 주어야 한다.
마음을 온화하게 하여 간을 지킨다
봄에는 정신이 상쾌해야 간의 기운이 편해진다. 간기는 봄철 날씨처럼 사방으로 통하고 기가 상승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정신이 상쾌하지 못하면 기의 운행이 올라가서 퍼지지 못하여 쉽게 우울해질 수 있다. 중의학에서는 화를 내면 간이 상한다고 한다. 마음이 우울해지면 쉽게 화를 내고 그렇게 하다 보면 간에 각종 질병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회를 내면 기혈이 위로 솟구쳐 피를 토하고 심지어 의식을 잃을 수도 있고, 비장과 위가 상하여 소화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
“봄철에는 새를 잡지 마라. 제 어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새끼들이 둥지에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봄철에는 자애롭고 긍휼히 여기는 정신을 유지하라는 말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봄 날씨처럼 따뜻하고 온화하게 격려하는 태도를 보여야지 무턱대고 책망하거나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봄은 만물이 생기발랄하게 피어오르는 계절이다. 『황제내경』에서 “봄에는 만물이 생장하게 해야지 억눌러 죽여서는 안 되며, 기운을 도와야지 빼앗아서는 안 되며, 적절한 상을 내려야지 벌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봄철에는 여자의 마음이 상하고 가을에는 남자의 마음이 슬퍼진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겨울은 음에 속하고 봄은 양에 속한다. 봄은 음에서 양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이자 양기가 발동하기 시작하는 시기이므로 남자든 여자든 마음이 흔들린다. 둘 중에서 특히 음에 속한 여자가 봄철의 양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여성은 봄을 많이 탄다. 반면, 양에 속한 남성은 가을의 음기에 비교적 쉽게 민감해져서 가을이 되면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그래서 옛날에는 음력 3월 3일을 상사절이라고 하여 남녀가 사통하여 몰래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날로 삼았는데, 훗날에는 남녀가 자유롭게 만나 연애할 수 있는 명절로 발전하였다. 이는 춘삼월에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일상의 삶을 통해 해소하여 ‘봄에 상한 마음’을 치료했던 전형적인 사례이다.
여름에는 늦게 잠들고 일찍 일어나며 분노를 삼간다
여름철은 맹하, 중하, 계하로 나뉘는데 이는 각각 음력 4, 5, 6월을 말한다. 여름철 석달은 만물이 번성하고 꽃을 피우며 양기가 더욱 왕성하게 되는 기간이다. 이때는 하늘과 땅의 가운이 각각 하강, 상승하여 교차하므로 갖가지 초목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여름에는 무덥고 붉은 태양이 작열하여 열을 발사한다.
늦게 잠들고 일찍 일어나기
『황제내경』에서는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부분에 대해 ‘여름철에는 늦게 잠들고 일찍 일어나되 낮이 너무 길다고 짜증내지 않는다.“라고 가르친다.
여름철은 봄철에 비해 밤에 더 늦게 잠들고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왜냐하면 여름이 봄보다 낮은 길고 밤이 짧기 때문이다. 사람의 양생은 양기의 변화에 호응해야 하므로 여름철 수면 시간이 봄철보다 짧아질 수밖에 없다. 이때에는 낮이 길다고 짜증을 내서는 안된다. 즉 여름철에 날씨가 덥고 햇빛이 싫다고 해서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서는 안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비교적 자연적인 피서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다. 현대인은 더운 여름이면 방에서 에어컨을 틀어 인위적으로 차가운 환경을 만들어 내는데 그렇게 하면 도리어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나무 그늘 아래나 작은 계곡을 찾아가 자연이 주는 서늘함을 즐기며 자연적인 피서법을 써 보는 것은 어떨까? 자연 속에서 땀을 흘리면 우리 몸에 유익하지만,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방에서 찬바람을 맞고 찬 음료를 마시면 체내의 양기가 상하므로 배출되어야 할 땀이 오히려 막혀서 다시 체내로 다시 들어오고 만다. 그러면 체내의 사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몸속 어디에선가 병이 생긴다.
중의학 이론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심장이 쉽게 상할 수 있으므로 심장병을 예방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름에는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하는데 이러한 이치를 어기면 심장의 기운이 충분히 보양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다음번 계절인 가을철에 ‘수렴’하는 기운이 약해지고 학질에 걸리기 쉽다. 학질에 걸리면 몸이 한동안 춥다가도 더워짐을 느끼게 되는데 이렇게 춥고 더움이 교차하는 학질은 무더움에서 서늘함으로 넘어가는 여름철에 걸리기 쉬울 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중복해서 발병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여름철 양기는 봄철보다 더욱 바깥으로 승발하는 특징이 있으므로 안의 기운을 충분히 밖으로 내보내 인체의 양생이 더욱 발전할 수 있게 함으로써 천인합일의 조화로운 상태에 이르게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여름철의 양생 원칙인 ‘장양의 도’이다.
분노를 삼가 심장을 지킨다.
여름철 사람의 정신 활동은 양기의 부추김을 받아 활발하고 정력이 충만한 상태가 된다. 이와 함께 과도한 흥분은 피하고 적절하고 양호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여 한 송이 꽃봉오리처럼 정력을 적절히 배출해야 한다.
여름철은 불에 해당하므로 천기의 뜨거움 때문에 사람이 쉽게 흥분하거나 화를 낼 수 있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외부로 적절히 발산함으로써 체내의 양기를 충분히 밖으로 내보내 체내에 양기가 과도하게 쌓이지 않게 해야 한다. 양기가 체내에 과도하게 쌓이면 기운이 밖으로 새어 나간다. 이처럼 우리가 채택하는 양생 비법은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지 역행하는 것이 아니다. 여름철은 양기가 극도로 왕성해지고 하늘의 기운이 무척 뜨거워지므로 여름은 나는 것이 고통스럽다. 이때는 양기를 승발하게 하는 한편, 양기가 과도하게 발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심장의 ‘정지(情志)’는 ‘기쁨’이다. 그래서 심장의 기운이 상쾌하게 통하지 않는다면 심장의 불이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 이르는데 이것은 일부 지나친 행동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지나치게 기쁘거나 크게 슬퍼하는 등 정도를 넘은 행동의 표현이 그 예이다. 감정이 격하게 움직이면 종종 심장병을 불러일으키거나 심뇌혈관 질병 등이 발작하기도 하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앞서 살펴본 ‘범진중거(笵進中擧)’라는 고사에서도 범진이 지나친 기쁨 때문에 심장을 상하고 만 경위가 나온다. 이처럼 여름철에는 과도하게 기뻐함으로써 심장을 상하게 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적절하게 그 기운을 보양하는데 힘써야 한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