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대표축제이자 대한민국의 최우수축제인 강진청자축제가 오늘 막을 내렸다. 위로는 작열하는 태양빛을 갖가지 색깔우산으로 막아내며 아래로는 수로를 뚫어 물을 흐르게 하고 또는 위로 뿜어내면서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건져낸 청자의 위상을 우리는 또다시 높게 조명해야 했다.
올해로 45회를 맞는 강진청자축제는 1973년부터 개최해오던 금릉문화제를 1996년부터 청자문화제로 개칭하여 열었고, 2009년부터는 강진청자축제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내가 강진에 온 해가 1994년 4월이었기에, 2년 후 1996년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강진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청자문화제가 기억에 어슴푸레 남아있다. 첫째 아들이 태어난 지 1년 후 그러니까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돌아다녔던 그때의 청자문화제는 마치 시골 장터처럼 정겨웠던 추억이 있다. 당시만 해도 강진이 청자의 고장이라는 것조차 생소했던 나에겐 청자라는 강진의 귀중한 유산보다도 강진에서 축제가 열린다는 것이 큰 재미였다.
97년과 98년에는 5일간으로 축제기간이 늘어난 것도 그만큼 강진군민들에게 연중 행사처럼 주변 지인들과 또는 이웃들과 축제장으로 나들이를 가는 날로 정착되었다. 축제장은 즐거움을 주는 그야말로 지역 축제였고,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어울려 먹거리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며 밤늦게까지 즐기는 날이었다.
여름축제는 1999년에 시작됐다. 8월 7일부터 15일까지 9일간 열리기 시작한 해다. 청자도요지인 대구면 청자촌에서 여름축제로 정착된 강진청자문화제는 한여름 뜨거운 햇빛과 함께 청자의 장인정신이 흙과 불이라는 의미를 더하며 열기가 높아갔다. 강진에 축제가 많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강진의 청자문화제는 군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날로, 많은 군민들이 기다리기도 했고, 문화제가 열리는 날엔 대구면까지 청자촌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줄을 지었으며, 늦은 밤 청자촌에서 걸어서 읍으로 돌아오는 사람까지도 있었다.
청자는 2008년까지 강진의 독특한 문화유산을 기리는 문화제로 치러지다가 2009년 축제로 변화되었다. 강진청자축제가 최고로 뜨거운 온도를 보인 때는 2011년이다. 드디어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등극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축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청자가 제대로 구워지는 최적의 온도 1200도의 온도를 꾸준히 유지한 9년, 그 9년 동안 개최시기에 대해서 많은 이견도 있었다. 때로는 작렬하는 여름 햇빛을 양분삼아 때로는 가을로 옮겨 황금물결 출렁이는 벼들의 응원소리를 들으며 성장해온 것이다. 그래서 청자축제는 2010년까지 전국최초로 9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이후 2년 연속 대표축제가 되면서 고려 무명도공들의 한을 풀어냈다.
강진청자축제는 올해도 전국 최우수축제로 열렸다. 그만큼 청자의 우수성은 강진의 유산이자 대한민국의 유산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 유산을 잘 지켜내는 것은 강진인,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청자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그 뜨거운 태양을 막아낸 군민들이 모두 위대하다 할 것이다. 7월말부터 8월초까지 35도를 웃도는 폭염, 한 여름 피서철 최고조를 달하는 그 시기에 강진의 공무원들과 군민들은 대구면 청자촌 축제장을 빛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애썼다. 1200도 청자의 위상을 지켜내기 위한 온도, 군민들의 온도는 7일간 청자축제장 곳곳에서 청자가 구워지는 온도보다도 뜨거웠다. 그 애쓴 보람은 관광객 몇 명이 왔다 갔다는 수치가 아니고, 우리 모두가 강진의 유산인 청자의 위상을 또다시 계승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 그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무명도공들의 혼불로 이루어진 상감청자, 그 도자문화의 성지에 대한 자부심이 강진에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이 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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