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에 미쳤더니 소가 성공하게 만드네요”
‘청자골한우영농조합법인’ 결성 김영호씨
“공무원 부럽지 않다고 자부하며 일 합니다”
김영호(42 군동면 금사리)씨는 기자가 만나자고 한 날도 하루 종일 산에서 일하다가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겨울에는 일이 없기 때문에 소 키우는 동료들과 함께 버섯재배용 참나무를 벴다는 거였다. 하루 일당은 150,000원이지만 겨울 한 철 하고나면 만만치 않은 금액을 손에 쥘 수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365일 쉬지 않고 일하는 김씨라고 해석하는 게 옳다.
김씨는 스스로 소에 미친 사나이라고 지칭한다. 소 5두로 시작해 지금은 100두가 훨씬 넘고 500두를 키우는 것이 그의 목표다. 강진농고를 졸업한 후 부모와 함께 살면서 소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장가가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잠시 해태유업을 다닌 게 외도의 전부다. 그래서 아내인 강희정(35)씨도 회사에서 만났다. 부모님 모시고 몇 년 동안 사는데 어느 해 아버지가 일주일 안으로 나가살라고 일렀다. 농번기 때면 새벽 2시부터 일어나 딸그락 소리를 내며 일을 해대는 바람에 불편해서 못살겠다는 거였다. 김씨는 당장 컨테이너 하나에 살림살이를 싣고 금사리 저수지 옆으로 이사를 갔다. 함께 사는 아버지가 못 견딜 만큼 그는 바지런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그래서 365일 어느 하루 쉬는 날이 없다. 단순히 소만 키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봄부터 로터리작업을 하기 시작하면 자신이 짓고 있는 100마지기의 논배미는 말할 것도 없고 강진읍 목리까지 나가서 남의 논을 로터리치기 시작한다. 모를 심을 때에는 이앙기를 가지고 그 많은 들판을 짓쑤시며 지내고, 가을이면 콤바인을 가지고 동서남북을 다닌다. 이 같은 일은 바로 소득과 직결된다. 봄 로타리로 2천만원, 이앙기로 1천 5백만원, 콤바인으로 2천만원, 합계 5천 5백만원이 되고 소 키워서 버는 돈이 7천만원정도 되므로 년수입 1억 2천 5백이 된다. 그런데 김씨는 청자골한우영농조합일까지 하므로 1-2천만원의 수입을 또 올린다. 소 사료용 총체벌이가 그것이다. 추수를 하기 직전에는 벌초대행을 해서 또 5백만원 수입은 손쉽게 벌어들인다. 겨울철에도 쉬지 않고 일하기 때문에 1-2천만원은 거뜬히 올리므로 연간 1억 6천 정도 수입에 농사지어서 또 몇천만원까지 보태면 2억이 훨씬 웃도는 정도는 되지 않을까 짐작케 한다.
“사료값도 오르고 농자재값도 많이 올랐지만 다른 부수입으로 보충하기 때문에 전혀 걱정을 하지 않지요, 농촌에서는 자기가 한 만큼 보장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다 돈이 되더라고요”
김씨는 “젊어서부터 소를 좋아해서 소에게 미쳤지요. 앞으로 500두를 키워보는 게 제 목표입니다”고 했다.
그런데 김씨는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고급육으로 브랜드화하여 직영점을 낼 생각입니다” 강진 군동의 꾸메땅 옆 축사를 2억에 사들였는데, 곁에 있는 꾸메땅에서 재배하는 가지치기를 한 파프리카를 소에게 먹였을 때 아주 좋은 사료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무엇을 연구하기에 앞서 몸소 해보고난 다음 얻어낸 지혜임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실행을 하는 사람이다.
그를 지켜보는 군동청년회원 한 사람은 “도무지 보통 사람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추진력과 검소함, 그리고 부지런함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평했다.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세계적 불황으로 인해 도시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농촌 또한 여러 가지 인상으로 인해 울상이다. 뭐니뭐니해도 축산농가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소만 들여다보고 살려고 하기 때문이다. 농촌은 천지가 일 할 것 밖에 없다. 오히려 일 할 만한 사람이 없어 탈이다. 소를 키워서 브랜드화한다는 것은 희망이다. 그러나 소를 키우면서 다른 일을 찾아 했을 때 사료 걱정할 필요 없이 마릿수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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