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사실 청해진 장보고 대사가 우리나라 역사에 오르게 된 것은 당나라 말기 시인 두목(杜牧)이 지은 ⌜번천문집(樊川文集) 권6의 ⌜장보고 ․ 정년전(張保皐 ․ 鄭年傳)⌟과 중국 정사(正史)의 하나인 ⌜신당서(新唐書⌟ 권220의 ⌜동이전(東夷傳)⌟ 신라조(條)의 기록에 힘입은 바 컸다. 그렇다면 두목은 어떻게 장보고를 표현했을까?
두목은 ⌜번천문집⌟에 장보고 ․ 정년의 전기를 실었는데, 장보고야말로 당대 안사(安史)의 난(755-764)을 평정한 분양왕(汾陽王) 곽자의(郭子儀)에 필적한 만한 현인이며 인의(仁義)의 사람이었다고 극찬했다. 또한 사사로운 원한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을 평가하여 인재를 기용하는 대공무사(大公無私)의 큰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두목은 그가 지은 전기문에서 장보고와 그의 동향 친구인 정년의 관계를 안사의 난 직후의 분양왕 곽자의에 비유했을 뿐 아니라 ‘나라에 한 사람이 있으면 그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는 잠언을 인용하여 장보고야말로 그와 같은 인물이라고 극찬했던 것이다. ⌜신당서⌟를 지은 이는 ‘진(晋)에 기해(祁 奚)가 있고 당(唐)에는 분양(汾陽)과 보고(保皐)가 있는데 누가 감히 동이(東夷)에 인재가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하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측의 기록과는 달리 ⌜삼국사기⌟는 장보고가 청해진에 거하여 반란을 일으켰다고 기록하고 있다.
⌜삼국사기⌟는 고려 인종 23년 김부식이 편찬한 기전체 사서(史書)이다. 이는 장보고 세력의 확장을 두려워한 김양(金陽) 중심의 보수적 중앙귀족과 무주(武州) 지방의 호족간 연합에 의해 제거되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삼국유사⌟는 고려 충렬왕 때 명승 보조국사 일연(一然)이 지은 것으로 이 사서의 기록에는 신무왕이 맺은 혼약을 문성왕이 위약하였기 때문에 장보고가 ‘반란을 모의하려 했다’는 말과 또 ‘장차 불충한 일을 하려 한다’는 말이 있으나 정작 모반의 구체적 사실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 없다.
신라가 바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다로부터 침입해오는 해양세력 때문이었다. 백성을 성가시게 하는 해양세력을 그대로 방치했다간 국가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삼국사기>에는 왜가 혁거세왕(赫居世王) 8년(기원전 50)부터 지증왕 원년(500)까지 30여 차례나 신라를 침범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왜는 백성을 약탈하고 민가를 불태웠으니 신라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었다.
나라가 세워지자마자 왜의 침입은 말할 것도 없고 해양 이주민들로부터도 침입을 받게 되자 신라로서는 그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자비왕 10년(467) 왜는 전함을 수리하는 일을 시작했는데 그것은 왜가 월성을 포위한 후 신라 백성 1천여 명을 붙잡아갔기 때문이었다. 국력을 기울여 선박 수리소를 설치 운영했고 지증왕 6년(505)에는 선박에 대한 획기적인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수세적인 신라가 바야흐로 선박에 대한 제조기술과 항해술의 발전을 통해 공세적인 자세로 바뀐 신라는 급기야 지증왕 13년(512)에는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지금의 울릉도인 우산국을 정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선박의 구조와 항해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같은 일을 겪으면서 신라는 진평왕 5년(583)에는 선박의 운영을 총괄 하는 선부서(船府署)를 만들어 병부(兵部)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수군(水軍)의 비중을 크게 둔 것이었다.
신라가 비약적으로 선박기술과 항해술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것은 <일본서기>에도 나와 있다. 눌지왕 10년(426) 응신(應神) 31년에 일본 병고현(兵庫縣)에 정박해 있던 배가 신라 사신의 실수로 소실되자 왜는 심히 신라를 원망했다. 그러자 신라는 즉시 선박기술이 뛰어난 장인을 파견해 배를 만들게 했는데 그만큼 조선술이 발전되었음을 입증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장보고의 선단이 해상을 주름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신라의 선박기술과 항해의 경험이 토대가 되었는데, 당연히 배가 튼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배를 만드는 데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조선목(造船木)이 풍부해야 했다. 우선 청해진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쉽게 목재를 구입할 수 있었는데, 13세기 여몽연합군이 일본을 정벌할 때에도 5백여 척의 군선을 만든 곳이 천관산 동쪽의 관산읍 죽청리였다. 침몰된 여몽연합군의 전함이 발견되었을 때 길이가 12미터였다고 하는데, 그만한 배 5백여 척을 청해진과 가까운 관산읍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통해 배를 건조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시대 봉산제도는 궁전의 재목과 전함, 또는 조운선을 만들기 위해 벌채를 금하는 제도였는데 청해진이 있는 강진이 가장 많이 봉산으로 지정되었다. 강진의 경우 봉산 26처, 진도와 해남 보다 두 배 가량이 괴었고 장흥과 보성은 각각 4곳이었다. 관동의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관북의 칠보산을 다 합쳐도 15곳인데 빈해 청해진 주변의 이름은 5곳이나 되었다.
이리하여 만들어진 신라선.
일본사람들은 신라선을 바람과 파도에 잘 견디기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배보다 안전하고 인식할 정도였다. 이러한 신라선을 이용해 동아시아의 중요한 역사적 공간이었던 황해를 적극 활용하여 중국과의 교류를 이뤄냈으니 결국은 중국의 선진문물을 가져올 수가 있었다. 황해를 신라의 바다를 만든 것이었다.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는 배 밑창에 돌을 싣고 다녔는데, 김수로 왕 부인 허황후가 장유사 석답 전설도 그렇고 해남 미황사 석선(石船)연기설이 생겨났다. 장보고 무역선단은 이렇듯 밑창에 돌을 싣기보다도 도자기를 싣고 다녔기 때문에 도자기 제작은 이래저래 수익적 차원에서 매우 좋은 호재였다.
그랬다. 장보고는 과연 누구인가? 1만 명의 군사를 거느린 청해진 대사로서 해양사업제국을 건설한 해상왕이 아닌가? 섬에서 태어났지만 일찍 바다를 건너 당나라로 간 다음 군인으로 출세했던 장보고는 탐험정신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고서는 오늘 날이 없었을 것이었다. 어떤 사람이든 편히 살려 하고 안주하고자 했지만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 당나라를 건너갔으니 탐험정신이 없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탐험정신은 이미 중국에서도 큰 공을 세웠고 다시 신라로 돌아와 청해진을 설치하는 것으로 그 면모를 나타내고 있다. 진골귀족이 아닌 평범한 신분이면서도 전무후무한 특별한 직책을 맡아 모든 바다를 누볐던 장보고였다..
나라가 어렵고 지배계급이 흔들릴 때 당나라로 건너가 동포들의 어려운 삶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하면서 해적들이 판을 치면서 노예무역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분노했고 사회개혁을 위해 몸을 바친 장보고.
그는 해양력을 바탕으로 동아지중해의 전역을 무대로 해양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유기적으로 운영했고, 동아지중해의 물질을 잘 알고 있는 신라인들을 조직화하고 항선(航線)의 관리를 일원화시켰다. 그러므로 일본인들이 신라 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국가사절들조차 신라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항로를 장악했기 때문이었다.
장보고가 장학한 항로는 청해진을 중심으로 황해의 서안, 한반도의 서해안, 남해안, 그리고 제주도, 일본 큐슈의 하까다, 큐슈 북서부의 우사 지역을 거점으로 황해북부와 동해북부를 제외한 동아지중해의 해상권을 장악한 것이다. 그리하여 바다를 다스리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한 해상왕이자 무역왕이었던 것이다,
당시 산동 연해 일대에서 신라인이 노비로 매매되는 일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에 있을 때 평노절도사(平盧節度使)로 있던 설평회(薛平會)는 당 중앙 정부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보고했다.
“해적들이 신라의 선량한 백성들을 납치하여 등주와 내주 경계에 도착, 연해의 여러 도(道)에서 이들을 노비로 팔고 있습니다. 신라는 비록 나라 밖의 오랑캐이지만 항상 중국의 연호를 받들고 조공을 끊이지 않아 중국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 백성들은 항상 해적들에게 납치되어 곤란을 겪습니다. 앞서 이를 금하는 조칙이 있었으나 무측천의 집권으로 그 법도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무측천을 몰아낸 후 길마다 장애물이 사라졌고 매매가 활발해지자 그 폐단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특별히 분명한 조치를 내려 지금 이후 연해의 여러 도에서 신라의 선량한 백성을 매매하는 일을 모두 금하도록 하고 담당 관찰사는 더욱 엄하게 다스려 법을 어긴 것이 있으면 그에 따라 처벌하소서.”
장보고는 청해진을 세우자마자 신라인들이 노비로 팔려나가는 일이 없도록 했다. 장보고의 이러한 헌신적인 노력을 보살행(菩薩行 )으로 간주하며 법화경의 일승평등사상(一乘平等思想)의 발로로 보는 견해가 많다. 장보고의 인권정신이야말로 바로 홍익인간의 이념을 구현한 것으로 단군의 전통과 맥이 통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노예무역선과 해적선의 근절을 통해 황해상의 질서를 바로 잡고 국제 해상무역을 확장 발전시키며 동북아를 국경 없이 다스리는 장보고를 보고 신라 귀족들은 시기와 경계를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노예무역의 기득권을 모조리 잃게 된 서남해안지방의 군소해양세력들의 반발도 있었을 것이었다.
결국 장보고는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데 그를 죽인 사람은 염장(閻長)이란 자였다. 장보고의 딸을 왕비로 맞아들이려다가 문성왕 조정이 장보고에게 모반, 역모의 죄명을 뒤집어 씌워 암살하고 악명을 세상에 퍼뜨렸던 것이다. 죄를 밝히지 않고 자객 염장을 시켜 몰래 목 베어 죽이니 장보고의 억울함은 천추의 한이 되었다.
염장은 무주(지금의 광주)의 변장(邊將)이었다. ⌜삼국사기⌟ 문성왕 8년 봄 기사에는 ‘염장이란 자가 와서 고하기를, 조정에서 만일 자기의 말만 들어준다면 자기는 단 한 사람의 병졸도 수고롭게 하지 않고 맨주먹으로 궁복의 목을 베어 바치겠다고 하였다고 나와 있다. 이때 왕이 허종(許從)하자 염장이 청해진으로 가 거짓 투항을 한 후 장보고의 목을 베었다고 하였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지만 그러나 장보고는 노비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무역을 통해 강진에 월주요 청자를 가지고 공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장보고는 청자기술을 가진 사람들도 대거 신라로 데리고 온 것이다. 그리하여 강진에도 청자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니 청자문화 파종은 당연히 장보고였다.
월주요 청자
월주요 청자가 1천년 이상 중국 절강 지방을 중심으로 생산되었는데, 그 월주요가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아시아에서 청자문화권을 형성하면서 엄청난 파장을 가지고 왔다. 한국의 초기청자나 일본의 녹유도기, 서아시아의 녹유도기 등 각 나라의 신출 도자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월주요 청자에 대한 문헌이 많은데 중국과 일본 두 나라 것으로 대별되고 있다. ⌜다경(茶經)⌟, ⌜노학암필기(老學庵筆記)⌟, ⌜여요현지(餘姚縣志)⌟,⌜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송회요(宋會要)⌟ ⌜전당시(全唐詩)⌟, ⌜송사(宋史)⌟, ⌜당육전(唐六典)⌟등에 중국의 문헌이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월주요 청자에 대해 육우(陸羽) 등의 당대 문사들이 노래할 수 있는 감상의 대상이 되었는데 나중에는 비색청자(秘色靑磁)로 불리면서 한 세상을 풍미했다.
중국의 시인 육우는 월주요 청자다완은 상품으로 색은 청색이나 녹색이고 옥(玉)에 비유를 하였다. 그러나 월주요는 그 뒤로 취색(翠色)으로 변해갔다. 9세기 중엽의 시인 허혼(許渾)은 ‘월주요 청자사발이 가을물처럼 맑다(越甌秋水澄)이라 하였고, 육구몽(陸龜蒙)은 비색월기(秘色越記)야말로 ’천봉취색(千峰翠色)‘이라고 표현했다. 서인(徐寅)은 ’공여비색차잔(貢餘秘色茶盞)‘이란 시에 ’취색을 짜내 청색에 녹여낸 서색(瑞色)이 새롭다‘는 표현을 볼 때 월주요 청자의 유색은 취색이었다.
월주요 청자의 기형과 문양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당대 금속기(唐代金屬器)는 이미 8세기부터 미친 영향이 있었다. 그것은 섬서성(陝西省)과 하남성(河南省), 그리고 하북성(河北省)을 중심으로 출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확실한 근거가 되고 있다.
월주 지역은 현재 절강성 사우(上虞) ‧ 여요(餘姚) ‧ 영파(寧波)를 중심으로 넓은 지역을 말하는데, 1960년 이후 월주요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출토된 중국도자기는 어디어디일까. 지역적으로 공주 부여 및 경주지역의 절터와 성터에서 출토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부소산성 ‧ 미륵사지 ‧ 성주사지(聖住寺址) ‧ 신금성(神衿城) ‧ 안압지 ‧ 황룡사지(皇龍寺址) ‧ 배리(拜里) 유적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청해진 유적에서 출토된 월주요 청자는 어떠했을까?
청해진은 장보고가 신라 흥덕왕 3년에 설치된 진(鎭)이었지만 문성왕 1년에 청해진은 없어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청해진이 생기던 828년부터 없어진 851년까지의 유적으로 청해진에서 출토된 월주요 청자는 장보고가 청자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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