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열전(3)
어느 날 2세 황제가 조고를 불러 상의했다.“사람이 태어나 이 세상에 사는 것은 마치 갈라진 문틈으로 육두마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는 것처럼 짧소. 과인은 이제 천하에 군림했으니 눈과 귀와 마음에 즐거운 것을 추구하여 종묘를 편안하게 하고 만백성을 즐겁게 해주며 길이 천하를 다스려 천수를 다 하고 싶소. 어떻게 하면 가능하겠소?”
“그것은 현명한 군주만이 할 수 있으며 어리석은 군주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신은 도끼로 처형한다 해도 말씀드릴 것이 있으니 청컨대 폐하께서는 조금이라도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구에서 도모한 일에 대해 여러 공자들은 물론 대신들이 모두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자들은 모두 페하의 형들이며 대신들 또한 선제께서 임명한 사람들입니다. 페하께서 즉위하시자 그들은 모두 불만을 품고 불복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동염은 이미 죽었으나 그의 아우 동의는 아직 군사를 거느리고 밖에 있습니다. 저는 전전긍긍하여 제대로 죽지 못할까 근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폐하께서도 어찌 그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겠습니까?“
2세 황제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소?”
조고가 말했다.
“법률을 엄하게 하고 형벌을 가혹하게 하여 죄가 있는 자에게는 그 일족까지 연좌해서 벌을 내리십시오. 또한 대신들을 없애고 형제들을 멀리하십시오. 가난한 자를 부유하게 하고, 비천한 자의 지위는 높여주며, 선제의 신하들을 모조리 제거하고, 폐하의 신하들을 가까이 하십시오. 그러면 음덕이 폐하께 돌아오고, 해로운 것은 제거될 것이며, 간계는 사라지고, 뭇 신하들이 폐하의 은덕을 입게 되나니, 폐하께서는 베개를 높이 베고 마음껏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계책은 없습니다.”
2세 황제는 조고의 말이 옳다 여기고 법률을 고쳤다. 이로써 여러 신하와 공자들이 죄를 지으면 즉시 조고에게로 넘겨 심문을 받게 했다. 이때 대신 몽의 등이 주살당하고, 열두 명의 공자가 함양의 저자에서 처형당했으며, 열 명의 공주가 두현에서 책형(죄인을 기둥에 묶은 다음 창으로 찔러 죽이는 것)을 당했다. 그들의 재산은 모두 국고에 몰수당했다. 여기에 연루되는 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는데, 공자 고는 달아나려고 했다가 일족이 처형을 당할까봐 이렇게 상서를 올렸다.
--선제께서 건재하실 때 신이 궁에 들어가면 음식을 내려 주셨고, 나올 때면 수레를 하사해 주셨습니다. 또한 궁의 옷도 내려주셨고, 궁중 마구간의 귀한 말도 내려 주셨습니다. 저는 마땅히 선제를 따라 죽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들로서 불효했고 신하로서 불충했으니 이 세상에서 살아갈 명분이 없습니다. 신은 선제를 따라 죽으려 하니 바라건대 선제께서 묻힌 여산에 묻어 주십시오, 부디 가엾게 여겨 주시옵소서.
이 편지가 올라오자 호해는 대단히 기뻐하며 조고를 불렀다.
“이야말로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이 아니겠소?”
조고가 말했다.
“신하 된 자가 죽음을 걱정하느라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데 무슨 음모를 꾸밀 수 있겠습니까?”
호해는 상서의 내용대로 허락하고 10만 전을 주어 장례를 치르도록 했다.
법령과 처형이 날로 가혹해지자 신하들은 저마다 위험을 느껴 모반하려는 자가 날로 늘어났다. 또한 아방궁을 짓고 황제의 전용 도로를 닦았는데 그로 인해 백성들이 내는 세금은 더욱 무거워지고 부역도 가중되었다. 마침내 초나라 수비병 출신인 진승과 오광 등이 산동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여러 호걸들이 잇달아 일어나 스스로 제후나 왕을 칭했다. 반란군은 한때 홍문까지 진격했다가 격퇴되기도 했다.
이사가 여러 차례 기회를 보아 간했으나 황제는 듣지 않고 오히려 그를 책망했다.
“짐에게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소, 한비자는 이렇게 말했소. ‘요 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 당의 높이는 석 자에 불과했고, 서까래는 다듬지 않은 원목 그대로였으며, 지붕은 억새로 덮었고, 처마 끝은 다듬지도 않았으니 객사라도 그보다 누추하지는 않을 것이다. 겨울에는 사슴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여름에는 삼베옷을 입었으며, 거친 밥에 명아주잎과 콩잎으로 끓인 국을 질그릇에 담아 먹었으니, 문지기의 생활도 그보다 검소하지 않을 것이다. 우 임금은 용문산을 뚫어 대하로 통하게 했고, 아홉 줄기의 강을 열었으며, 천하에 제방을 쌓고 고인 물줄기를 열어 바다로 흘러들게 했다. 그로 인해 우 임금의 종아리 털은 닳아 없어졌고, 손발에는 굳은살이 박였으며, 얼굴은 거멓게 타들어가 결국 객사하여 회계산에 묻혔다. 노예의 고통도 이보다는 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 중하다고 하는 것은, 육신을 괴롭히고 정신을 피로하게 하기 때문이오? 이는 미련한 자들이나 할 일이지 현명한 자가 할 일이 아니오.
현명한 자가 천하를 다스리면 천하를 자신의 뜻에 따르게 할 뿐이니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중하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오. 현명한 자란 천하를 안정시키고 만민을 다스리는 자를 말하오. 자기 일신의 이익도 도모하지 못하는 자가 어찌 천하를 잘 다스릴 수 있겠소? 이에 짐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천하를 오래 다스려 해가 없기를 바라는 것이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오?“
그 무렵 이사의 아들 이유가 태수로 있었는데, 오광 등의 도적의 무리가 서쪽으로 진군하면서 삼천을 치자 막지 못했다. 결국 장한이 그들을 몰아냈다. 그후 조정에서는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연이어 사자를 보냈으며, 이사에게는 삼공의 지위에 있으면서 도적을 그처럼 창궐하게 내버려 두었다고 문책했다. 이사는 작록을 몰수당할까봐 겁을 먹고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는 용서를 빌고자 2세 황제의 뜻에 맞추어 글을 올렸다.
--무릇 현명한 군주라면 천하를 다스릴 수단을 장악하고 감독하며, 상벌을 내리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신하들은 능력을 다해 군주를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군주는 천하를 홀로 지배하고 남의 간섭을 받지 않으며, 최대의 즐거움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현명한 군주라면 이 점을 잘 살펴야 합니다.
신불해는 ‘천하를 다스리면서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천하를 자신의 질곡으로 삼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군주는 천하를 감독하고 징벌하지 못하고, 백성들을 위해 자기 몸을 괴롭히기를 요 임금과 우 임금처럼 한다고 했습니다. 신불해와 한비자의 고명한 술책을 배워 감독과 상벌의 수단을 이용해 천하 사람들을 자신의 의사에 복종시키지 않고 오히려 몸을 괴롭히고 마음을 번거롭게 하며 자기 몸을 바치는 것은 백성들이나 할 일이지 천하를 양육하는 군주가 할 일이 아닙니다.
무릇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자는 비천하고, 자기를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자는 존귀한 법이니,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와 같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옛사람들이 현명한 자를 존중하는 것은 그 지위가 존귀했기 때문이고, 미련한 자를 미워한 것은 그 지위가 비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 임금과 우 임금은 백성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켰습니다. 그와 같이 백성들을 대한다면 현명한 자를 존중하는 명분을 잃게 되므로 큰 잘못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것을 질곡이라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는 감독, 상벌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과실입니다.
한비자는 ‘인자한 어머니에게는 방탕한 자식이 있지만, 엄한 가정에는 거역하는 노비가 없다’고 했습니다. 무슨 뜻이겠습니까? 이는 잘못을 하면 엄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앙의 법에 따르면 재를 길에 버리면 처벌한다고 했는데, 재를 버리는 것은 사소한 일이지만 처벌은 무거웠습니다. 오직 현명한 군주만이 가벼운 죄를 무겁게 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죄를 무겁게 처벌하니 무거운 죄는 어떻게 했겠습니까? 그래서 백성들은 감히 법을 어기지 못했습니다.
현명한 군주나 신성한 왕이 존귀한 지위에 있으면서 오랫동안 권세를 잡고 천하의 이익을 마음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은, 별다른 방법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오직 홀로 결정하고 감독과 상벌을 잘 행하며 처벌을 무겁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천하의 사람들이 감히 법을 어기지 못한 것입니다.
검소하고 인의를 아는 사람이 조정에 있으면 방탕한 쾌락은 자취를 감추고, 간언을 잘 하고 도리를 따지는 신하가 곁에 있으면 마음대로 행동하기 힘들며, 절개를 지켜 죽은 열사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면 음탕하고 안일한 오락은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이런 자들을 멀리하고 자신의 뜻에만 따르는 신하를 등용하며 상벌을 철저히 하는데 그렇게 하면 자신은 존귀해지고 권세는 커지기 마련입니다.
현명한 군주는 홀로 결정하며 권력이 신하에게로 넘어가지 않게 합니다. 그런 후에 인의의 도리를 없애고, 간언하는 입을 막으며, 절개를 지켜 죽는 행위를 막습니다. 이렇게 천하의 총명함과 지혜를 덮어 버리고 모든 국사를 군주 자신의 뜻대로 처리한다면 밖으로는 인의열사의 행위도 군주의 위엄을 누르지 못하고, 안으로는 간언이나 쟁론도 군주의 귀를 건드리지 못합니다. 그리되면 군주는 홀로 존귀해져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며 누구도 감히 거역할 수가 없습니다.
이 글을 읽은 2세 황제는 크게 기뻐했다. 그후 황제는 감독과 책벌을 더욱 엄하게 했고, 백성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는 자를 현명한 관리라고 했다. 2세 황제는 말했다.
“이와 같이 하는 것이야말로 감독과 상벌을 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니자 행인들 중 처벌을 받은 자는 무려 반수에 이르렀고, 죽은 자의 시신은 날마다 거리에 쌓여 갔다. 또한 사람을 많이 죽인 자를 충신이라고 했다. 2세 황제는 말했다.
“이와 같이 라는 것이야말로 감독과 상벌을 잘 하는 것이다.”
조고는 낭중령이 되자마자 사람을 죽이고 사사로운 원한 때문에 보복하는 일이 많았다. 그는 대신들이 입조하여 자신을 비난할까 봐 두려워 황제에게 이렇게 말했다.
“천자가 존귀한 것은 뭇 신하들이 단지 그 목소리만 듣고 얼굴은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천자는 스스로 ‘짐朕’이라고 칭하는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춘추가 어리시므로 모든 일에 통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폐하께서는 궁궐 깊숙한 곳에 앉아 계시다가 안건이 올라오면 저와 법에 밝은 시중들과 함께 상의하여 처리하십시오. 그러면 대신들은 감히 잘못된 안건을 올리지 못할 것이고, 천하는 폐하를 성주라고 칭송할 것입니다.
2세 황제는 이 제의를 받아들여 조정에 나가 대신들을 접견하지 않고 궁궐 깊숙한 곳에 머물렀다. 그의 곁에는 항상 조고가 따라다녔다. 이로써 모든 일이 조고에 의해 결정되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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