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사범(師範)을 하다 기아차 공장에 용접 사원으로 취직했다. 몇 년 뒤 영업직으로 전직(轉職)한 그는 지금 1년에 400대가 넘는 차(車)를 판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전국 판매왕 자리를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았다. 기아자동차 망우지점에 근무하는 지역 출신 정송주 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달변(達辯)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정 부장은 과묵한 성격이었다. 잘 웃지도 않았다. 차를 400대 넘게 파는 비결(秘訣)을 묻자 “고객들이 지인을 계속 소개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답한다. 그럼 고객이 지인을 소개해주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글쎄요, 욕을 먹더라도 둘러대거나 핑계를 안대기 때문 아닐까요”란 밋밋한 답변을 내놓는다.
속 시원한 답은 인터뷰 후 이어진 저녁자리에서 만난 정 부장의 한 고객에게 들을 수 있었다. 경기도 북부지역인 의정부에 살지만 10년째 정 부장을 통해 차를 산다는 택시기사는 “회사 편이 아니라 늘 고객 편에서 일을 처리해준다”며 “출고된 차량 색깔이 생각과 달라 마음에 안 든다고 하자 회사를 설득해 다른 색상으로 바꿔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강진이 고향이다. 초등학교 재학 중에는 배드민턴 선수생활을 했다. 주장을 하고 도(道) 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실력도 있었다. 하지만 운동을 계속하기엔 집안이 넉넉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태권도장에서 사범으로 일하다 1994년 기아차 화성공장에 취직했다. 차체 용접을 담당했다. 월급도 많이 받고 생활도 안정적이었다. 한데 문득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나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1999년 즈음이었다. 마침 기아차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생산직 일부를 영업직으로 전환 배치했다. 정 부장은 영업직에 자원했다.
정 부장은 “연고가 전혀 없는 서울 망우동지점에 배치돼 차 한 대도 못 팔고 3개월을 보냈다”며 “당시 한 선배가 ‘너 혹시 고아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가족과 친척을 통해서라도 3개월 동안 2∼3대는 파는 게 정상이라는 뜻이었다. 그는 오기가 생겼다. 내세울 건 운동을 하면서 다져진 체력과 인내심, 승부욕밖에 없었다.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전단지를 돌렸다. 영업직 전환 4개월 만에 첫 차를 팔았고 그해 말까지 6개월간 총 34대를 팔았다. 망우지점에 근무하는 얌전한 영업사원이 믿을 만하다는 소문이 택시기사와 정비소 등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판매실적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0년에 99대를 판매해 ‘지역판매왕’에 올랐다. 이왕이면 전국판매왕이 돼보자는 각오를 다졌다. 2005년 235대를 판매해 드디어 ‘전국판매왕’ 자리에 올랐다.
그는 “그때쯤 다른 일을 해볼까 생각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그동안 쌓아놓은 고객 인맥이 너무 아까워 지금까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의 최고 판매기록은 2010년 세운 421대다. 지난해에도 420대를 팔았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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