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선생에게는 그 무렵에 한 사람의 부인이 동암에 있었는데 딸이 있었다. 부인은 강진군 군동면 석교리의 사람인데 정(鄭) 씨 부인이라 불리고 있었다.~
만덕리는 매우 좋은 품질의 쌀이 나는 곳이어서 나온 밥은 대단히 맛이 좋았다. 옛날 그대로의 손 씻는 바리때, 벼루, 촛대가 있는데, 모두 연구의 재료가 될 듯한 것 뿐이었다. 그날 와준 사람들이 7~8인이나 되었는데, 주요 인물로는 윤주채(尹柱彩 72)씨, 윤재찬(尹在讚 38, 서예가로 도장 새기기를 잘 하는 사람)씨, 윤재청(尹在靑, 집 주인)씨, 윤태가, 윤재주 씨였다.
윤주채 노인은 이 마을 제일의 한학자로 다산 선생의 사적에 관하여 가장 잘 아는 분이어서 노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로 하였다.
다산 선생은 조선조 순종 8년(1808년), 강진의 읍내에 있었는데, 세상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못했다. 3년쯤 읍내에 살고 있었는데 의학이라든지 그 밖의 일에 정통하여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존경을 받고 있었다.
강진에 귀양 간 것은 선생의 친형인 약전의 죄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읍의 거리에서 떨어진 주막(술집)에 살고 있었는데, 차차 읍내의 뜻있는 사람에게 존경받아 고성암에 살게 되었다.
고성암에 살고부터는 이 윤씨의 산정에도 때때로 왔다. 8월 5일, 나는 고성암을 찾는 기회가 있었기에 당시의 상황을 적어본다.
암자는 강진읍의 북쪽 5리(1.963m)에 있는데, 강진 성벽을 따라서 오르기를 45분이나 걸려서 닿았다, 우두산의 정수리에 해당되는 곳에 있으므로 고성암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산의 위쪽에 있는데, 주위에는 큰 느티나무, 동백나무, 밤나무, 소나무가 우거져 있다. 남쪽은 트여서 만덕산이라든가 강진만이 멀리 보인다. 세 방향은 산을 지고 사람 사는 마을을 떠나서 다산 선생이 살고 있었을 만한 곳으로 어울리는 암자이다. 절 뒤로 흐르는 골짜기의 물에 물통을 걸어서 한 길 쯤의 높은 곳에서 물을 잇달아 떨어뜨리는 곳이 있다. 이것은 부근의 수구치료소로서 유명하다고 한다.
이 암자의 창건연대나 그밖의 기록에 관해서는 공교롭게도 주지인 김응상(金應祥.51)씨가 없어서 조사할 수 없었다. 법당은 1934년 4월에 개수된 것인데, 뒤의 선당(禪堂)은 묵은 것이었다. 절 부엌으로 흘러들어 오는 대 홈통의 물, 밥쌀을 찧는 절구 등은 정서깊은 것이었다. 한 여름인데 산바람의 서늘한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 암자는 현재 해남 대흥사의 소관으로 되어 있다. 당시 선생의 학덕이 높은 것을 알고 윤가 일문의 사람들이 경치가 좋은 만덕리의 자택에 일부러 오시기를 청했을 것이란다. 선생은 만덕사에서도 노닐었다. 그 때 선생의 나이는 아마 34세 쯤이었다.
윤노인은 말하기를 이 산정은 다산 선생이 처음부터 만든 것이 아니라 전부터 세워져 있던 것을 자기의 취향에 맞게 변화시킨 것이라 한다. 선생은 이곳에서 16년 동안 살았다. 그리고 귀양이 풀려서 귀향하기까지는 주로 한문에 취미를 가졌으며 의학에도 정진하여 약방문도 여러 가지 지시하였다. 선생의 가르침을 받는 만덕리의 사람들은 <다신계 茶信契>를 만들고 있었는데, 이것은 선생에 대한 사례의 도리를 하기 위한 합의서 같은 것이다. 그 책은 먹 묻침새하며 훌륭한 붓으로 써져있는데 윤주채 씨가 갖고 있었다. <다신계>에는 계원의 이름이 모두 적혀 있다.
순조 23년(1816년), 차에 대한 책인 <차문답>을 낼 만큼 차에 대해서 열심이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제자인 기숙과 금계 두 사람이 선생을 방문한 글에도 있는 것이다. 산 선생을 ‘채동(採洞)’이라고도 한다는 것이다. 이곳에 있으면서 쓴 것에는 <목민심서> <흠흠신서> <마과회통> 이것은 현재 윤명홍 씨의 소유로 되어 있고, 약방 또는 의원의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그 밖에 여러 가지 책을 써서 지금의 해남군 옥천면 봉황리의 윤종수의 자손집에 두었는데, 그 태반은 화재로 타버렸다고 한다. 선생에게는 그 무렵에 한 사람의 부인이 동암에 있었는데 딸이 있었다. 부인은 강진군 군동면 석교리의 사람인데 정(鄭) 씨 부인이라 불리고 있었다.
선생의 손으로 된 여러 가지 글씨나 책을 모두 가지고 와서 보여주기를 청하였다. 그 중에서 이 집 것부터 보았는데, 워낙 하룻밤 사이에 대강 보는 것이므로 충분하지 못하였으나 주된 책이름을 적어보기로 하자.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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