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마을마다 총회가 열리면서, 이장 임기 만료가 된 마을에서는 이장선거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마을 이장 할 사람이 없어서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나서듯 맡기도 하고, 마을 원로들의 추대로 이장이 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어느 땐가부터 이장이라는 자리가 서로 하고 싶은 인기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농촌지역에서 이장 자리가 인기자리가 된 이유는 각종 선거들이 많아지면서 이장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이장의 위치는 특히 지방선거에서는 절대적인 영향력를 발휘하는 자리이고, 따라서 선거에 나온 사람들의 포섭대상 1순위가 되기 때문에 선거에 나서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측근이나 친인척을 이장으로 내세우기도 한다는 소문이다.
농촌이 고령화된 현실에서 실제로 선거 때가 되면 출마자들은 가장먼저 어느 마을에 누가 이장인지를 파악하는 것을 첫 번째로 꼽고 있다. 게다가 이장들 스스로 선거 때가 되면 “나는 몇 표를 갖고 있다”등의 말을 서슴지 않고 하면서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도 한다.
또한 이장에게는 보이지 않는 각종 혜택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장으로 선출될 경우 매월 활동비 및 농협을 통한 각종 영농비 지원 등 읍.면에서 지원한 마을 숙원사업과 영농 지원사업 등이 이장의 입김으로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거기다가 이장이라는 자리에 앉게 되면, 마을대표라는 직함이 동시에 따라다니는 것과 같이 행정의 각종 회의에 초대되어 공무원에게 친절한 대우를 받게 되고, 주민의 대변자로서 활동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자기의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예로 최근 강진군에서는 강진읍장 인사권을 이장들 손에 넘겼다. 군에 따르면 지난 24일 강진읍사무소 2층 대회의실에서는 읍내 마을이장 38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진읍장 추천 회의를 개최했고, 읍장자리를 희망하는 여러 공직자를 마을대표성이 강한 이장들에게 사실상 인사권을 일임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같이 이장이라는 자리는 이제 군 공직자의 인사권까지 움직일 수 있는 권한도 가졌다. “그러니 이장 선거 열기가 당연 치열하지 않겠는가”하고 말하는 강진읍에 거주하는 한 주민의 말이 당연하게 들린다.
최근 강진읍 두 마을에서 있었던 선거만 보더라도 치열한 경쟁을 치렀다. 강진읍 남문마을의 경우 전 이장이 오랫동안 연임을 해오다가 갑자기 별세하자 4명의 후보들이 선거에 나섰다. 평동마을의 경우도 전 이장이 3선을 한 후 마을 조례로 인해 더 이상 출마하지 못하게 되자 3명이 선거에 출마하여 경쟁이 치열했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을 치르지 않기 위해서 어떤 마을은 원로들이 미리 나서서 연임을 하게 하거나, 추대식으로 선정하거나 또는 경쟁자가 있을 경우 적절한 조율을 통해 뽑기도 했다.
이처럼 마을이장 선거가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이장선거를 앞두고 유언비어가 난립하기도 하고, 상호 비방이 오가면서 마을 내에서 보이지 않는 대립의 각이 생겨나서 지역화합을 망치고 불협화음과 갈등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진읍의 주민 A모씨는 “마을 이장은 그야말로 봉사의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해야 하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나서겠지만, 여러 사람이 선거에 나서게 되면 결국 화합하기 힘든 상황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강진군 주민 B씨는 “크고 작든 선거라는 것을 치르면 그 후유증이 오래간다”며 “이장선거가 치열해지면 그만큼 마을발전에 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를 치르고 나면 승자와 패자로 구분되기 때문에 패가 나누어지고 불협화음이 존재한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따라서 한 마을에서 마주하고 살아야 하는 당선자와 패배자는 서로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만이 결국 마을발전을 가져오는 길이다. 최근 강진의 여러 마을에서 벌어진 치열한 이장 선거를 바라본 주민들은 이장자리가 봉사와 지역화합의 자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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