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선생의 74년 짧은 생애는 결코 단순한 이론의 탐구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조 봉건사회의 허다한 모순을 폭로 비판하면서 조국의 부강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열렬한 투쟁을 전개했으며 자기의 고매한 이상과 실현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분투하다 집권자들의 음모에 의해 18년간의 류배생활을 겪지 아니할 수 없었던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의 생애가 얼마나 간고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정약용의 이론적 활동은 지극히 다방면이었다.
그는 사회과학, 자연과학 및 기술과학의 각 방면에 걸쳐 천재적인 통찰력과 심오한 탐구로써 당시의 과학적 수준을 비약적으로 제고시켰다.
다산 정약용의 사회경제사상 - 과학원 후보 원사 김광진
조선 봉건사회의 말기에 출현한 선진적인 실학사상을 계승하고 그것을 집대성한 정다산은 우리나라 사회경제사상 발전에 있어서도 특기할 만한 업적을 남기고 있다.
정다산이 활동하던 시대 18세기 후반기~19세기 초엽은 우리나라 봉건사회 발전에 있어서 력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봉건제도의 붕괴를 특정짓는 사회경제적 모순은 더욱 격화되고 있었으며, 이것은 지배 계급의 사상체계에 있어서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었다.
우선 계급관계에 있어서 분화와 대립이 격화되고 있었다. 가혹해진 착취와 억압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투쟁은 여러 가지 형태로 급격히 앙양되고 있었다. 특히 1811~1812년의 홍경래 지휘하의 대농민폭동을 전후하여 봉건적 착취자들을 타도하려는 농민봉기는 줄기차게 일어나고 있었다. 빈번한 농민 봉기는 봉건제도의 붕괴과정에 가일층의 박차를 가하는 거대한 힘으로 되고 있었다. 정다산도 그 시대 인민들의 정치적 동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근래에 와서 조세와 부역이 무겁고도 번잡하며 관리들의 횡포가 심하여 백성들은 나라를 믿고 살수 없게 되었다. 이리하여 모든 사람이 전부 란(亂)을 생각하게 되었으니 요언망설(妖言妄說)이 동(東)에서도 서(西)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것을 법에 비추어 처단한다면 백성은 한 사람도 살아 있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이 그 당시의 민심은 봉건통치계급을 반대하는 지향으로 충만되여 있었으며, 19세기 후반기 전국적인 범위에서 폭발된 대농민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시기 우리나라 봉건사회의 내재적 모순을 더욱 격화시킨 또 하나의 요인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외국으로부터 침투하여 들어오는 서구라파 자본주의의 영향이다. ~중략~
이 시기에 일부 량심적이며 진보적인 지식분자들은 농민들과 도시평민들의 리익과 그 지향을 반영하면서 나라의 부강발전과 인민생활의 향상을 위하여 투쟁하는 사상운동을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다. 실학사상가들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중략~
모든 새로운 사상, 새로운 리론은 언제나 인류가 달성한 과학적 유산 없이는 발생할 수가 없다. 정다산의 선진사상은 서경덕, 리이를 위시한 우리나라의 선행한 선진사상가들의 철학적 및 사회정치적 견해와 특히는 실학사상가들의 실사구시적 학풍을 계승하고, 당시 중국을 통하여 소개되고 있던 서구라파의 자연과학과 기술을 섭취한 기초 위에서 형성되였다.
정다산은 실학의 거장들인 류반계, 리성호 등의 저작을 소년시대부터 깊이 연구하고 그들의 사상을 계승발전시켰다. 특히 고난에 찬 18년간의 강진류배(康津流配)시기에는 전라도 지방의 농민대중 속에 들어가 생활하면서 착취와 억압과 빈궁에 헤매는 그들의 고통과 불평을 몸소 체험하였다. 그 참담한 현실을 심각히 통찰하고 그 복잡하고 엄페되여 있는, 당시의 봉건적인 착취기구의 리면들과 그 심각한 모순을 실학사상가의 립장에서 예리하게 비판폭로하였다. 그의 실학사상은 당시 독경과 공담을 일삼고 있던 비속한 유학자들과의 격렬한 사상 투쟁을 통하여 발전되였다. ~중략~
정다산에게 있어서 가장 귀중한 것은 인민의 립장에 선 사상관점이다.
“천하에 가장 천하고 호소할 데 없는 자는 백성들이다. 그러나 천하에 가장 존엄하고 산같이 무거운 자도 백성들이다. … 그러므로 비록 높은 권력이 존엄하게 보이기는 하나 백성을 떠받들고 투쟁하면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 없다.”
이와 같이 정다산은 바로 인민대중의 무궁무진한 힘을 확신하고 있었으며 근로대중이야말로 사회발전의 중요한 력량이라는 것을 리해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의 사상은 인민의 립장에 서 있었으며 인민들의 절박한 생활상 문제해명에 복종되고 있었다.
그는 나라의 부강발전의 토대가 인민생활의 안정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그 해결방도를 사회경제적 혁신에서 찾고 있었다. “낡은 나라를 혁신하자!”라는 그의 유명한 구호는 농민의 혁명적 지향을 반영한 것이며 그의 혁신적 념원을 표시한 것이다.
당시의 불합리한 정치경제제도의 대한 정다산의 개혁사상은 선행한 실학사상가들에 비하여 더한층 철저한 관점에 서 있었다. 그는 당시의 력사적 환경과 경제적 조건을 정확히 반영하여, 일층 잔악해진 착취제도와 신분적 억압과 통치제도를 예리하게 비판하였다.
그는 봉건적 신분제도와 지주적 토지소유제도가 생산력 발전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기본 장애물이며 그것은 결국 인민생활을 도탄에 빠지게 하고 국력을 약화시킨 근본 원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는 우선 량반과 관료의 특권적 세습제도를 반대하고 전제정치의 억압과 전횡으로부터 농민을 구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론단하였다.
그는 인간이란 본래부터 완전히 평등한 것이며 태고시대에는 계급적 차별이 없었다는 관점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태고시대 초기에는 오직 인민만이 있었으니 어찌 목(牧)이란 통치자가 있었겠는가? 이 시대에는 인민이 모두 소박하여 자유롭게 집단을 형성하여 살고 있었다”
이러한 사상은 그의 려전제(閭田制)론을 비롯한 ‘원목’, ‘원정’, ‘탕론’ 등의 탁월한 저작들에 일관되여 있으며 구체화되고 있다. 옛날(원시시대를 그는 막연하게나마 념두에 그리고 있었다)에는 인민만이 있었고 그들은 토지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집단생활을 하고 있었으므로 계급적 지배가 없었고 빈부의 차이도 없었으며 민주주의가 보장되여 있었다는 것이 그의 사상의 한 개 출발점으로 되고 있었다.
그가 이러한 원시공동체 사회에 대한 일정한 표상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의 천재적 통찰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그는 원시시대의 자연발생적 민주주의의 원리에 립각하여 량반통치자들의 탐욕과 잔악한 억압을 부당한 것으로 항의규탄하였다.
정다산에 의하면 통치계급이란 것은 본래는 없었다. 태고시대에는 전체 인민이 공동체적인 집단을 이루고 살고 있었으므로 목(牧)이라는 본래의 지도자는 인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행동하였다고 그는 말한다. ~중략~
정다산은 중세기의 낡은 봉건적 신분제도와 정치제도를 예리하게 비판하였을 뿐만 아니라 또한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인민대중의 빈궁과 고통의 원인이 어디 있는가를 분석하면서 그것은 결국 지주적 토지소유제도와 통치배들의 온갖 종류의 기만, 야수적 수탈과 강압에 근원하고 있다는 것을 론증하였다.
‘목민심서’에서 그는 비유하여 말하기를 “인민들은 흙을 밭으로 삼고 있는데 관료들은 인민을 밭으로 삼아서 살과 뼈를 긁어내는 것으로 농사를 하고 있으며 백성의 재산을 수탈하는 것으로 추수를 한다. 이것이 습성이 되고 당연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라고 폭로하였다. ~중략~
정다산은 리조 말기의 토지소유제도의 문란과 불합리성에 대하여 예리한 비판을 가하는 동시에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진보적 개혁안들을 탐구하였다. 토지는 그 시대의 기본적 생산수단이였으며 따라서 리조 봉건사회의 중요한 모순과 질곡이 모두 토지 농민 문제에 집중되여 있었기 때문에 그는 정당하게도 이 문제 해결에 결정적 의의를 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다년간 심혈을 경주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하였다. 방대한 저작들인 ‘경세유표’, ‘목민심서’를 비롯한 수다한 저작들에서 그는 토지문제와 농민문제를 중요하게 연구하고 이 문제와의 련관 밑에 국가 재정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깊은 관심을 돌리였다. ~중략~
정다산은 토지문제의 분석으로부터 시작하여 그 해결대책을 조세제도의 개혁안에서 종국적인 결론을 도출하였다. 이와 같이 토지소유관계외 조세문제를 호상 밀접히 련결시키여 고찰한 것은 과학적으로 정당하였다. 그 당시의 기본적 생계수단이 토지였던 만큼 봉건적 토지 소유관계는 경제적으로 지대-조세의 형태로 실현된다는 것을 그는 정당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봉건적 지대의 2중적 모순(사적 지주에 의한 지대의 착취와 국가에 의한 조세-지대의 수탈의 2중성)을 적발하고 지주적 소유와 결부된 지대형태(소작료)를 완전히 청산함으로써 단일한 지대 형태로서의 국가 조세만을 정비강화하는 것이 유일하게 정당한 조치라고 간파하였다. ~중략~
상업 및 화폐류통에 관한 견해에 있어서도 정다산은 선행한 실학사상가들보다 일보 전진하였다. 그는 화폐류통이 상품류통을 원활히 하고 고루한 사회를 활연소통(豁然疏通)시킨다는 의미에서 그 긍정적 측면을 높이 평가하였다. 정다산의 이러한 사상은 바로 18세기 후반기부터 더한층 발전한 상품화폐관계의 전면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그는 화폐의 가치척도로서의 기능의 측면을 어느 정도 리해하고 있었으며 또한 화폐가 류통수단으로서 여러 상품의 거래에서 뿐만 아니라 각 계급들간의 거래에도 평등하게 개입하여 중개자의 역할을 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로동의 체화물로서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화폐의 기능에 대한 맇해는 다만 현상형태에서 도출한 개념에 머물러 있었다. ~중략~
정다산은 사회 생산력의 발전에 대해서도 커다란 관심을 돌리여 새로운 견해들을 제시하였다.
그는 당시 혹심하게 파괴되여 가고 있던 나라의 생산력을 복구발전시키기 위하여 자기의 모든 정력과 지혜를 경주하면서 서양의 자연 과학과 기술을 솔선 연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회 생산력의 발전을 저해하는 온갖 종류의 장애물을 타파하는 사상투쟁에 있어서도 그 선두에 나서고 있었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의 생산력이 락후하여진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토지제도의 문란과 농민에 대한 가혹한 착취와 억압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당시의 토지제도와 신분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근로인민의 리익과 사회생산력의 발전력을 위한 강력한 요인으로 된다는 견지로부터 출발하여 우리나라에서 력사적으로 쌓아올린 농업과 수공업의 기술을 전면적으로 계승발전시키며 동시에 중국과 서양에서 달성한 과학과 기술의 성과들도 대담하게 섭취하고 도입할 것을 강조하면서 박연암, 박제가 등의 ‘북한론’을 적극 지지하였다. ~중략~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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