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술이나 한잔하자고 권할 때 자주 써먹는 말이다. 옷깃이란 저고리 같은 옷의 목에 둘러 대어 앞으로 여미는 부분을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옷깃이 목을 감싸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스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데 있다. 오히려 스치기 쉽기로는 옷깃보다는 길게 늘어진 옷자락이나 소매가 훨씬 유리할 것이다.
옷깃이 스치려면 얼굴이 거의 맞닿을 만큼 가까워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도 옷자락이나 소매 말고 굳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혹시 ‘옷깃만 스친다’는 표현은 얼굴이 거의 맞닿을 만큼 가까워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 즉 입마춤을 에둘러 말한 것은 아닐까. 그러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너무도 지당한 말이 된다. 아니면 말고.
옷깃 위에 조붓하게 덧꾸미는 흰 헝겊 오리는 동정이라고 하고, 동정의 헝겊 속에 모양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서 넣는 한지(韓紙)를 소라고 한다. 만두나 통김치에 넣는 소, 오이소박이의 소와 같은 말이다. 동정이 어떤 것인디 이해가 안되는 분들은 칼라(COLLAR)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북한에서는 칼라를 목달개나 깃받이라고 한다.
저고리에서 옷깃을 붙이는 자리를 깃고대라고 하고, 옷깃 아래에 달린 헝겊을 섶, 겨드랑이 아래에 대는 딴 폭을 무, 섶과 무 사이에 있어서 옷의 주체가 되는 넓고 큰 폭을 길이라고 한다. 저고리의 옷소매를 이루는 조각이 소맷길, 겨드랑이에서 소매 끝까지의 길이가 화장, 소매에 이어 대는 딴 조각이 동인데, 동은 끝에 댄다고 해서 끝동이라고도 한다. 또 손을 감추기 위해 소매 끝에 흰 헝겊으로 길게 덧대는 소매는 거들지라고 하는데, 거들지는 ‘한삼자락 너울너울 춤추네’ 할 때의 한삼(汗衫)과 같은 말이다.
소매의 밑에 물고기의 배처럼 불룩하게 된 부분을 배래기라고 하는데, 배래기는 물고기의 배에 붙은 살을 뜻하기도 한다. 저고리의 배래기와 비슷하게 두루마기 같은 웃옷의 소매에 주머니처럼 늘어지게 달린 넓은 부분은 큰소매나 공태 또는 콩태라고 하는데, 간단한 일용품을 그 안에 넣고 다녔다고 한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