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위문후는 대장인 악양에게 중산국을 공격하게 한 후 아들 격을 봉하여 다스리게 했다. 얼마 후 위문후가 신하들에게 물었다.
“나는 어떤 임금인가?”
신하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송했다.
“어진 임금이시옵니다.”
그때 임좌라는 신하가 중산에 아들을 봉한 일을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중산국을 정벌했으면 그 일에 큰 공을 세운 동생을 봉해야 하는데 임금께서는 태자를 봉하셨습니다. 그런대 어찌 어진 임금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임좌의 말에 심기가 불편해진 위문후는 임좌를 밖으로 내보내고 적황에게 다시 물었다.
“나는 어떤 임금인가?”
“어진 임금이시옵니다.”
“그대는 어찌 나를 어질다고 하는가?”
“예로부터 임금이 어질면 신하들이 정직하다고 했습니다. 조금 전 임좌는 직언을 올렸습니다. 이에 저는 임금께서 어질다고 한 것입니다.”
위문후는 적황의 말을 듣고 마음이 풀려 다시 임좌를 부르고 벼슬을 주었다.
인정과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고 비난과 조롱을 받으면 화가 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비판을 해서 상대방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그러니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비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위해서는 일약에 당의를 입히듯 듣기 좋게 말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공자는 ‘자기가 하기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말을 함에도 방식이 있고 다양한 기술이 있다. 세상에 표현하지 못할 말은 없다. 다만 발상을 전환하여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자세가 갖춰져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표현된다.
마초는 아버지의 복수를 대신하고자 했으나 조조에게 대패하고 말았다, 또한 양주를 거점으로 세력을 확대하고자 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하자 결국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당시 유비는 마초를 자기 사람으로 삼고 싶었으나 설득하여 데려올 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 이희가 자진해서 나섰다.
얼마 뒤 이희가 자기 진영에 왔다는 전갈을 받은 마초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언변이 뛰어난 이희가 나를 설득시키러 왔구나’
이에 마초는 도수부 20명을 장막 아래 매복시키고 군호를 보내면 이희를 죽이라고 분부했다. 잠시 후 이희가 안으로 들어오자 마초는 자리에서 꿈쩍도 않고 꾸짖었다.
“어찌 왔느냐?”
이희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특별히 장군을 위해 세객이 되러 왔습니다.”
마초가 위엄을 드러내며 말했다.
“잘 갈아둔 내 보검을 오늘 쓸 일이 생겼구나. 네가 만일 빈말을 하면 당장 목을 베겠다.”
이희가 껄걸 웃고는 말했다.
“장군에게 화가 미쳤는데 그걸 모르고 계시는군요. 그 날카로운 칼로 제 목을 자를 새가 없으실 텐데요. 장군의 목이나 치시지요.”
마초가 물었다.
“나에게 무슨 화가 닥쳤단 말이냐?”
이희가 답했다.
“월나라의 서시는 남을 헐뜯기 좋아하는 사람도 그 아름다움을 비방하지 못했고, 제나라의 무염은 칭찬을 잘 하는 사람도 못생긴 얼굴은 칭찬하지 못했다 합니다. 해가 중천을 지나면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이지러지는 법입니다. 이것이 세상이치지요. 조조는 장군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이고 농서와는 철천지원수 사이입니다. 그런데 장군께서는 유장을 구한다 했으나 구하지 못하고 유비를 물리친다 했으나 물리치지 못했습니다. 또한 양송을 제거하지 못하여 장노를 볼 면목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장군의 신세는 사해 어디를 가도 주인 없는 혼자 몸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위수교에서 패하고 기성을 잃은 실수를 저질렀으니 무슨 낯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희의 논리정연한 말을 들은 마초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그대 말이 맞다. 이제 나는 갈 곳도 머물 곳도 없다.”
마초가 신세한탄을 하자 이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장군, 제 말이 옳다 하시면서 어찌 군사를 매복해두고 계십니까?”
부끄러움을 느낀 마초는 도수부를 불러 물러가라 일렀다.
도수부가 모두 나가자 이희가 말했다.
“유황숙은 선비를 대접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장군께서는 어찌하여 어두운 길을 버리고 밝은 길로 가지 않으십니까? 유황숙에게 가시는 것이 위로는 선대의 원수를 갚고 아래로는 공명을 이루시는 길입니다.”
마초는 이희의 말을 듣고 기뻐하고는 유비에게 투항했다.
이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은 고귀한 품격이자 기술이며 인간관계를 순조롭게 해주고 남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말은 일종의 예술이다. 한 철인은 “말은 꿀처럼 모든 것을 달라붙게 한다”고 했다. 말이라는 도구를 잘 사용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고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장사오헝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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