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 언론계 선배와의 대화 한 토막을 소개한다. '한국 언론의 사표', '해직기자의 대부', '민족지성' 등 다양한 별칭이 따라다닐 정도로 한국 언론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데다 한겨레신문 창간 발행인 겸 편집인을 역임한 송건호(1927~2001,충북 옥천 출신) 선배가 이 신문을 창간하기 직 전, 미국 동포신문 주최 강연회의 초빙 강사로 나의 집에 머물게 됐을 때 들려 준 그 분의 체험담이다.
당시에는 내가 호남 출신임을 몰랐던 송선배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야당 시절, 그 분의 시국강연회 강사로 합류, 전국을 순회할 때를 회상하던 중 불쑥 나에게 ‘전국에서 가장 의식수준이 높은 지역이 어딘지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서울’이라고 대답했다. 송선배는 ‘다 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순회강연을 하면서 느낀 것은 서울이 아니고 호남이었다’고 밝히면서 그 다음 순서가 서울, 경기, 충청, 제주, 강원 순이고 맨 끝이 영남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어떻게 의식수준을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이 분은 “강단에 강사가 오를 때 청중들의 열기를 느끼게 마련인데 호남의 모든 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과는 비교가 안 되는 ‘혁명의 열기가 활활 타오르더라!’”면서 영남의 경우는 어딜 가나 청중들이 전혀 무관심한 듯 냉랭한 분위기 였다고 회고했다. 송선배는 이어 그 후부터 자신은 호남인들을 달리 보게 되었다고 했다.
여기서 이 분이 강조한 말을 옮기면 “피는 못 속여요. 옛날 그 많은 문신들의 유배지가 바로 호남이었죠. 그 후 기라성 같은 문인들, 예술인들 등 문신들의 후손들 중에서 타 지역 사람들이 부러워할 인재들이 속속 배출되어 왔지요. 그렇다면 바로 호남이 오늘 날 어느 고장보다 의식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었어요.” 했다. 이 말을 듣던 나는 속으로 무척 기뻤다. 내가 호남인임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모름지기 호남인들은 호남인으로서의 긍지를 지님으로써 아무런 비판 능력도 없어서 정부의 거짓말에 속아 맹목적으로 추종, 젊은 세대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어버이연합’ 수준의 언행만은 삼가야 할 것이다.
그간 나는 전 번호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실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다른 글과는 달리 이번 칼럼의 경우, 행여나 나의 경솔로 근거가 없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해서 많은 국민들의 원성을 사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 원고를 써 나갔다.
지난 40여 년 간 언론에 종사하면서 내가 철칙으로 삼은 것은 30 년 후에 누가 읽더라도 책잡히지 않을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아니던가!
입으로 하는 ‘말’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활자화 되어 두고두고 증거가 남을 ‘글’의 경우는 ‘명예훼손’, 필자 자신의 신뢰도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근거 없는 글은 단 한 줄도 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이미 식자들 간의 상식이 된 지 오래다. 하물며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분에 대한 비판성 글에 있어서랴.
‘..이승만의 실체’칼럼 첫 편에 이미 밝혔듯이 그 글의 모든 근거는 당시의 미국의 법정 기록과 신문에 보도된 내용, 그리고 현재 살아 있는 당시의 재미 애국자 후손들의 증언에 따라 제작된 ‘민족문제연구소’의 다큐 영상이다.
그럼에도 극소수 노인층 독자들은 그 글의 근거 유무에 상관없이 이 글을 쓴 나를 모함하고 지식층 인사의 언사라고는 상상도 못할 그야말로 실체가 없는 허무맹랑하고 유치한 막 말로 의식이 올바른 주변 인사들을 놀라게 한다면 과연 이런 분이 우리 호남인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겠는가?
‘생가’ 보존을 위해 군이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있는데 이는 66년 전 고향을 떠나 지금은 타향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는 유가족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고향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생가' 활용으로 고향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겠기에 군이 전력을 다해 생가를 보존하고 있음은 어린이들마저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하도 상식 이하의 소리가 들리기에 나는 고향의 6명의 지식층 인사들을 연령대별로 취재했다. 과연 고향 분들의 의식수준이 그 정도 인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 고향 경제를 위해 ‘생가’가 얼마나 고마운 공적 자산인데 그것도 모르고 ‘생가’를 부수기 위해 단체를 결성했다면 내가 먼저 나서서 이를 극구 말리는 게 고향을 위한 길이다. 70대 노인의 말이니 그러려니 여겨달라. 유가족께 미안할 뿐이다. ”며 모두가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것이 바로 누구보다도 고향을 더 사랑하는 지식층 인사들의 반응이 아닐까?
전에 민주토론 방식에 관한 칼럼 ‘비판, 비난, 비방, 어떻게 다른가’에서도 밝혔지만 ‘토론’이란, 토론장에 앉아서 같이 하는 토론회도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쓴 내용이 틀렸다고 느낄 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다음호 같은 신문에 조목조목 따져 ‘반론’으로 자신의 뜻을 밝히고 겸허하게 독자들의 판단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 때 나도 이러한 건설적인 의견이 옳을 때, 머리를 끄덕이며 자신을 비판한 상대를 존중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민주적이며 신사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조폭’이나 할 수 있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막말로 여기저기에 선동성 폭언을 유포한다면 과연 주변의 몇 분이나 이런 분을 따르고 존경하겠는가?
물론 먼저 쓴 필자가 그러한 독자의 반론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면 다시 그 반론 내용을 입증하라는 재반론 글을 쓰게 될 테니 빈틈이 없는 완벽한 반론이 아니고서는 삼가야 함은 물론이다.
내가 평소 어느 분의 글을 읽다가 마음에 안 드는 내용을 보면 그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추적하고 공부하고 나서 “아, 이 분의 말이 맞았어! 내가 몰랐었군.” 또는 “그렇지, 이 분이 실수했어”하고 잘잘못을 가린다. 이러한 자세를 생략하고 성질대로 행동한다면 결코 논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언론에 뜬 글을 읽을 때 알아야 할 상식은 이미 반세기 전부터 전 세계의 언론은 ‘네오 저널리즘’Neo(New) Journalism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이미 보도된 칼럼, <기자 감정 들어가야 하는 기사, ‘뉴저널리즘’ 시대>, 참조) 과거의 기사 취재 보도 방식이었던 '6하 원칙'에, 이제는 기자의 감정을 적절히 섞어서 보다 많은 독자들이, 현장을 목격하고 취재 중인 기자의 감정에 가까이 다가서게 해야 한다는 기사 작법이 바로 ‘네오 저널리즘’ 즉, ‘새 언론학’이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네오저널리즘을 이해한다면 기사 안에 기자의 감정이 섞여 있음이 보다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겠는가. 이 번 칼럼에 불만이 있는 독자가 또 계신다면 이 글을 읽은 후 다시 한 번 지나 간 '..이승만의 실체' 전문을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이제는 고개가 끄덕여 질 것이다. kajh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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