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작품 없는 향토문화관, 문학관 없는‘영랑’
향토작가 미술 작품 열 댓 점 향토문화관, 영랑시 감상 작품 많아도 향토문화관 명칭 그대로
영랑생가 입구 오른쪽에 있는 한옥건물의 향토문화관은 그 건물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더욱 영랑생가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애시당초 그 건물을 군에서 매입했을 때 영랑문학관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했지만 마지막 편액을 내걸려고 했을 때 하루아침에 향토문화관으로 둔갑하고 만 것이다. 이른바 영랑의 유품이 없는 데 어떻게 영랑문학관이 될 수 있느냐는 여론에 밀려 군에서 당장 편액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면
그러나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으면서 각 지방단체에서는 그 지역 유명 작가를 내세워 문학관을 세우거나, 하동군의 경우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를 악양 평사리에 만들어 년중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유명 작가가 태어나지 않았어도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그런데 강진에서는 영랑문학관이 없어 문화예술인들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영랑 선생을 기념하는 일을 반추해볼 때, 뒤늦게나마 사단법인 영랑기념사업회에서 제정한 영랑시문학상이 재정적 원인으로 영랑시문학상 운영을 사실상 못하게 되자 군비를 투입, 영랑문학제를 하는 것 까지는 백번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지용문학제처럼 그 위상을 갖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더구나 1992년에 복원한 영랑생가가 국가지정문화제로 승격된 것은 강진군이 그만큼 문화에 대한 열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영랑문학관까지 세우려고 했던 군의 문화적 의지는 괄목한할만한 일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영랑문학관이 향토문화관으로 하루 아침에 둔갑해버린 사실이다. 아마도 전 군수 때의 일이긴 하지만, 당시 영랑문학관을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군에서는 고심했었고, 타 시군의 문학관을 방문하는 등 영랑문학관의 당위성에 인식을 깊이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유품도 모아보려고 했었고, 또한 사진으로 대신하고자 하는 노력도 있었으며, 영란 선생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모란도 이름 있는 화가에게 의뢰, 영랑의 시세계를 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었다. 다만 1층과 2층을 모두 영랑문학관으로 하기에는 공간적 배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되었고, 그러므로 추후 영랑 선생과 관련된 작품을 시간을 두고 모아보자는 계획하에 기왕이면 향토 작가들의 미술 작품도 선보이자는 애향적 차원에서 향토작가들의 작품을 열 댓점 내걸게 된 것이었다고 당시 실무책임자는 말하고 있다. 한편 영랑 선생도 유명하지만 동시대 인물로 그 문학적 역량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현구 선생의 시감상실도 마련했다는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영랑문학관이라고 고집해도 향토작가들의 작품과 현구 선생의 시감상실이 있는 이상 뭔가 걸맞지 않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한 문화인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부안에 신석정 문학관을 착공하는 것을 보면,75억이란 예산도 크지만 문인· 동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시실, 100여 명이 동시에 문학강좌를 들을 수 있는 세미나실, 문예창작을 위한 문학교실 등이 설치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영랑 선생의 시세계를 감상하면서 강진출신의 현구 선생이나 향토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퍽이나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향토문화관을 영랑 문학관으로 명칭 바꾸어 영랑문학제를 더욱 빛내야”
지난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영랑문학제 행사 때에도 향토문화관 2층에서 시낭송을 하는 등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에 행사장과 가깝게 연계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랑문학관이란 반드시 유품이 있어서 생전에 그 작가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유품만이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작가의 작품을 어떤 형태로든 감상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아울러 그와 유사한 작가나 향토작가들도 함께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가 과거의 작가는 물론 현존한 작가들도 문학을 노래하거나 창작의 열의를 다지게 해도 좋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지금 향토문화관의 현판을 내리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하나밖에 없는 영랑문학관으로 명칭을 바꾸어 영랑생가를 찾는 관광객들이 영랑문학관도 들러보게끔 해야 옳다. 여기에서 명칭을 바꾼다고 별도의 예산이 드는 일도 아니요, 오히려 영랑의 이름에 걸맞게 영랑문학관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위상을 달리할 수 있음은 물론 강진고을의 창작열도 돋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정히 영랑의 유품을 더 이상 구할 수 없다면 지금의 서예로 영랑시를 감상하고 있는 것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고안, 영랑 선생을 기념하면 될 일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문학인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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